SK, 3곳 신규상장 효과
삼성, 반도체 부진에 시총 감소
LG, 전자·화학·생건 힘 못써
올해 10대 그룹사는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경제가 급변하는 과정을 겪었다. 예상치 못한 글로벌 공급망 문제를 겪기도 했고 실적 피크아웃(정점 통과) 우려를 받기도 했다. 이들 그룹이 처한 상황은 주가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올 들어서만 50조원 이상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LG그룹은 주요 계열사가 부진을 면치 못했다. SK그룹은 상장 계열사가 증가했지만 시총이 제자리걸음을 했다. 반면 친환경·우주 간판을 내세운 한화그룹은 주가 재평가를 받았다. 포스코그룹은 실적과 주가가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삼성·LG그룹 시총 뒷걸음질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0대 그룹 산하 104개 상장사 시총은 지난 16일 기준 1255조9353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1286조8103억원)과 비교하면 2.39% 감소했다. 신규 상장사 4개를 합쳐도 전체 시총은 3조원가량 늘어나는 데 그쳤다. 사실상 10대 그룹 전체로는 제자리걸음을 했다는 분석이다.
삼성그룹 16개 상장사 시총은 지난해 말 744조5184억원에서 16일 689조1518억원으로 7.44% 감소했다. 순감소분은 50조원이 넘는다. 삼성전자 시총이 60조원 넘게 증발했다.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가 컸다. 삼성그룹사 중 삼성SDI가 시총을 9조원 넘게 늘리며 그나마 약진했다. 삼성그룹은 10대 그룹 중 전년 대비 올해 영업이익 증가폭이 40%대로 가장 낮다.
LG그룹도 10개 상장사 시총이 지난해 말 143조894억원에서 16일 134조4945억원으로 6.01% 줄었다. 삼성그룹과 LG그룹은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시총 합계가 감소했다. LG는 LG생활건강, LG화학, LG전자 등 3대 계열사 시총이 모두 감소했다. LG생활건강이 지난해 말 26조8091억원에서 16일 20조3887억원으로 그룹 내에서도 가장 감소폭이 컸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최근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국내 기업의 실적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전기차, 친환경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 과감히 투자하면서 사업구조를 재편 중인 기업은 기업 가치가 안정적인 반면 기존 사업 의존도가 높은 기업은 상대적으로 주가가 부진하다”고 평가했다.
한화그룹은 주가 재평가
한화그룹은 그룹 전체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올랐다. 한화그룹 7개 상장사 가운데 증권사 세 곳 이상의 추정치가 나온 4개 상장사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 합계는 지난해보다 52.9% 늘어난 3조8417억원이다. 영업이익 증가폭으로 따지면 10대 그룹 중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7개 상장사 시총은 작년 말 16조5822억원에서 16일 19조5701억원으로 올 들어 18.02% 늘었다. 계열사가 신규로 상장한 그룹사를 제외하면 GS그룹 다음으로 증가폭이 크다.
주가 재평가가 이뤄졌다는 뜻이다. 한화솔루션이 추진하는 태양광,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추진하는 우주산업 등 신사업이 시장에서 호평가를 받았다는 분석이다.
포스코그룹은 증권사 추정치가 나온 3개 상장사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 합계가 지난해보다 242.3% 늘어난 10조561억원이다. 전체 상장사 시총은 올 들어 14.66% 증가한 40조1768억원을 기록했다. 실적과 주가 모두 안정적인 흐름을 나타냈다.
과제 남긴 SK그룹
SK그룹의 21개 상장사 전체 시총은 202조9094억원으로 올해 사상 첫 200조원을 돌파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18조7425억원), SK아이이테크놀로지(12조849억원), SK리츠(9782억원) 등 올해 상장한 3개 상장사의 힘이 컸다. 이들을 제외하면 그룹 전체 시총은 지난해 말보다 1조원가량 줄었다.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로 SK하이닉스 주가가 올 들어 23%가량 하락한 탓이다.
다만 친환경 사업으로의 전환 속도 등을 고려하면 내년도 SK그룹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크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그룹사 중에서는 SK그룹이 수소충전소부터 시작해 폐기물 처리에 이르기까지 ‘탄소제로’ 정책에 빠르게 발맞춰 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에 주가 재평가 기대가 크다”고 설명했다.
롯데는 10개 상장사 시총 합계가 16일 기준 21조1631억원이다. 신규 상장한 롯데리츠(1조4470억원)를 제외하면 사실상 전체 시총은 지난해 말 대비 5.91% 감소한 19조7161억원이다. 롯데케미칼이 부진한 데다 다른 계열사도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50.64%.’ 지난 9일 기준 국내 증시에서 10대 그룹 계열사 시가총액이 차지한 비중이다. 이들 그룹의 주가는 국내 증시의 색깔을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 올 들어 10대 그룹주 시총도 다이내믹하게 움직였다. 포스코와 한화의 약진, 삼성과 롯데의 부진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를 설명하는 키워드는 변신, 탈(脫)탄소, 리오프닝(경기 재개) 등이다.11일 한국경제신문이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국내 10대 그룹 중 지난해 12월 31일 대비 이달 9일까지 시총 증가율 1위 그룹은 포스코였다. 이 기간 시총이 35조407억원에서 46조7443억원으로 33.4% 늘었다. 한화(28.80%) SK(23.03%) 현대자동차(22.66%) 등이 뒤를 이었다. 과감한 신사업 투자를 통한 변신, 100년 갈 트렌드로 불리는 탈탄소 노력, 이를 시장에서 인정받은 스토리텔링, 코로나19 이후 리오프닝 수혜 기대 등이 시총 등락을 좌우했다는 평가다.굴뚝의 상징이던 포스코그룹은 올 들어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과감한 저탄소 기술 투자로 ‘굴뚝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미래 먹거리를 제시한 게 시총을 끌어올렸다. 포스코강판(348.28%) 포스코(24.26%) 포스코엠텍(96.31%) 등은 리오프닝 수혜 효과도 누렸다. 한화그룹은 암호화폐, 항공우주, 신재생에너지를 앞세워 시총 상승률 2위에 올랐다. 모두 미래라는 키워드와 맞닿은 산업이다. SK그룹은 잇단 계열사 상장을 통해 시총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이경묵 서울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혁신 여부가 10대 그룹 시총의 운명을 갈랐다”며 “‘미래에 성장할 산업을 얼마나 잘 일궈나가고 있는가, 의지를 충분히 보여줬는가’가 각 그룹 시총에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10대 그룹 중 시총 증가율 꼴찌는 삼성(0.26%)이었다. 10대 그룹 중 시총 규모 1위 자리는 지켰지만 이 기간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시총이 각각 13.92%, 10.73% 뛰어오른 걸 고려하면 사실상 뒷걸음질 친 셈이다.구은서/박재원 기자 koo@hankyung.com
코스피지수를 2700선으로 끌어올린 요인 중 하나는 내년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다. 코로나19 백신 소식과 함께 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가 상향 조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가 급등으로 높아진 코스피지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을 놓고 부담스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다. 실제 한국 증시를 이끄는 국내 10대 그룹사의 영업이익은 올해보다 50% 이상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내년도 10대 그룹 영업이익 50%↑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10대 그룹 계열사 가운데 68개사(증권사 추정치 3곳 이상)의 영업이익 컨센서스 합계는 지난 10일 기준 112조8612억원에 달했다. 올해 75조640억원 대비 50.4% 증가한 수준이다. 3분기 말 108조1998억원과 비교해도 4.3% 늘었다. 코로나19 이전인 지난해(71조9014억원)보다 50% 이상 많은 수준이다.글로벌 경쟁력을 잃지 않은 한국 기업들이 수익성을 빠르게 회복할 것이란 전망이다. 증권사들은 내년 영업이익이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날 그룹으로 현대중공업(199.2%)을 꼽았다. 올해 4896억원인 그룹사 5곳의 영업이익 컨센서스 합계는 내년 1조4648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조선 업황 회복으로 현대중공업지주가 흑자전환을 예고한 영향이다.이어 SK(191.7%), 롯데(134.0%), 신세계(128.8%), 현대차(94.7%)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정유·유통·자동차 업종을 주력 사업으로 갖고 있는 그룹들이다. 삼성그룹은 13곳 계열사의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 합계가 올해보다 27.6%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램(DRAM) 업황 개선에 따른 삼성전자의 힘이다.한화는 10대 그룹 중 13.2%로 영업이익 상승폭이 가장 작았다. 하지만 전망치가 나온 4개 계열사 모두 고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11월 이후 기업들의 내년 예상 이익이 급격히 오르고 있지만 여전히 코로나19가 확산 중임을 고려해 보수적인 수준”이라며 “내년도 한국 기업들의 이익 개선세를 고려하면 현 주가를 과열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4분기엔 포스코그룹 시총 뜀박질일부 그룹사는 4분기 들어 내년 전망치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화학 업황 회복을 등에 업은 롯데케미칼 덕에 그룹사 중에서도 롯데가 4분기 들어 내년 전망치가 가장 급격히 개선됐다. 내년 롯데그룹 5개 계열사의 영업이익 컨센서스 합계가 2조1653억원으로 3분기 말(1조8284억원) 대비 18.4%나 늘었다. 현대차(9개 계열사)와 포스코(4개 계열사)가 16.5%, 11.6%씩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 합계가 증가했다.시장은 이를 반영하기 시작했다. 내년 실적이 개선되는 그룹사 주가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 10대 그룹 중 4분기 들어 시가총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포스코다. 3분기 말 대비 시총 합계가 39.4% 증가했다. 롯데(28.5%), 현대중공업(28.0%), SK(26.0%), 삼성(23.0%) 등이 뒤를 이었다. 4분기 들어 내년도 영업이익 전망치가 빠르게 늘어난 그룹사들이다.종목별로 보면 10대 그룹 계열사 중 기아차의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가 4분기 들어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기아차는 내년 영업이익 3조8010억원으로 3분기 말 전망치(2조6387억원)보다 44.1%나 늘었다. 이어 롯데케미칼(38.6%), LG디스플레이(35.3%), 삼성생명(32.8%), 이마트(21.8%) 등이 뒤를 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실적 타격을 내년도 빠르게 개선할 것으로 전망되는 종목들이다. 올해 시총 상승폭 순위는올해 전체로 보면 LG그룹의 시총이 10일 기준 지난해 말 대비 51.8% 급증한 128조1396억원으로, 10대 그룹 중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LG화학 시총이 지난해 말보다 150% 이상 증가한 영향이다. 한화(40.9%), 삼성(31.2%) 등도 시총이 지난해 말 대비 큰 폭으로 늘었다. 10대 그룹 중 10일 기준 지난해 말 대비 시총이 줄어든 그룹사는 현대중공업(-12.8%), GS(-9.1%), 신세계(-1.2%) 등 3곳이다.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국내 10대 그룹의 현금 보유 규모가 올 들어서만 45조원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자 서둘러 현금을 끌어모아 곳간을 채우고 있다는 분석이다.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10대 그룹의 상장 계열사 중 이날까지 올해 반기보고서를 제출한 101곳의 지난 6월 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 규모는 총 165조1230억원으로, 작년 말(120조6463억원) 대비 36.5% 증가했다. 불과 반년 만에 45조원 가까이 불어났다.모든 그룹이 눈에 띄게 현금 보유 규모를 늘리고 있다. 가장 곳간이 두둑한 삼성그룹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55조2931억원으로 이 기간 25.6% 증가했다.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36조1096억원)의 증가율이 34.3%를 기록했다. 삼성카드(181.0%) 삼성증권(105.3%) 등의 현금 규모도 크게 늘었다.최근 공격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SK그룹과 포스코그룹의 현금도 대폭 증가했다. SK그룹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5조1829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64.2% 늘었다. SK하이닉스가 국내 일반기업 사상 최대인 1조6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하고 올해 국내 기업공개(IPO)시장의 최대어(공모규모 9593억원)인 SK바이오팜이 증시에 입성하는 등 주요 계열사들이 적극적으로 자본시장을 드나들며 대규모 유동성을 손에 쥐었다. 포스코그룹 역시 포스코가 올초 창사 후 최대인 15억달러(약 1조7800억원) 규모 글로벌본드를 발행하는 등 선제적인 현금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7조4243억원)이 반년 동안 82.5% 증가했다.이 밖에 현대자동차그룹(36.4%)과 현대중공업그룹(77.0%), 롯데그룹(25.5%), 신세계그룹(59.5%) 등 경기에 민감한 사업 비중이 큰 그룹도 현금 보유량을 늘리고 있다.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