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업체 리비안의 'R1T' 차량. 리비안 제공
미국 전기차업체 리비안의 'R1T' 차량. 리비안 제공
테슬라에 이어 리비안, 루시드 등 '제2의 테슬라'를 노리는 전기차 업체들이 최근 전 세계 투자자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17일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에서 전기차 비중은 지난 10월 기준 3.5% 수준입니다. 2025년엔 9.9%, 2030년 29.2%까지 확산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도 전기차 시장 확대를 적극 추진 중입니다.

"전기차 확대에 충전소 필수"...미국 정부 25억달러 투자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전기차 산업에도 '애로 사항'이 있습니다. 시장 확산의 장애물로 '전기차 충전소'가 꼽힙니다. KOTRA 실리콘밸리무역관이 지난 9일 발간한 '미국의 전기차 충전소 보급 확대 계획, 우리 기업이 주목할 기회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미국엔 4만4994개의 전기차 공공충전소가 설치돼있습니다. 충전기 수는 21만6000대로 집계됐습니다. 충전소는 주로 뉴욕주, 워싱턴주, 캘리포니아주, 텍사스주, 플로리다주 등 대도시 지역에 밀집돼있습니다. 중부 지역이나 대도시 교외 지역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충전기 한 대당 전기차 대수'는 10대 미만이 적정합니다. 현재 미국은 21.7대입니다. 충전기가 크게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이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은 2030년까지 지금보다 10배 많은 충전소 50만개를 추가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자동차 판매량 전망. 자료: KOTRA
자동차 판매량 전망. 자료: KOTRA
이에 따라 미국 행정부와 의회는 1조 달러 인프라 투자 중에 25억달러 이상을 전기차 충전소 확충에 쓰기로 했습니다. 유럽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7월에 "2035년까지 모든 신차의 친환경화"를 선언했습니다. 2020년 기준 유럽 내 충전소는 22만개입니다. 2050년엔 1620만개까지 확장할 전망입니다.

실리콘밸리 VC, 2020년에만 10억달러 투자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면서 최근엔 전기차 배터리 충전소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벤처캐피털 등 스타트업 투자자들도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즈(NYT)는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의 조사를 인용해 최근 "2020년에 VC들이 10억달러를 충전소 관련 업체에 투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는 2015~2019년 동안의 충전소 투자금액보다 많습니다. 2021년 들어 현재까지 금액은 5억5000만달러 이상이 전기차 충전소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면 전기차 충전소는 어떤 종류가 있고 어떻게 구분이 될까요. 우선 전기차 '충전방식'과 관련해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충전은 AC(교류) 완속 충전과 DC(직류) 고속 충전으로 나뉩니다. AC 방식은 교류를 직류로 변환하는 전기차의 '탑재형 배터리 충전기'를 통해 전력을 공급합니다. 상대적으로 느립니다.
DC 충전은 차량의 탑재형 충전기를 거치지 않고 직접 배터리에 전원을 공급합니다. 현재 30분 이내 배터리 용량의 80%까지 충전하는 게 가능합니다. 하지만 DC고속충전소는 전 세계적으로 많지 않습니다.
미국 가정에 보급되는 전력망은 AC 방식입니다. DC를 확대하기 위해선 투자가 필요합니다. 초기 설치비용이 크기 때문에 정부 지원에 대한 기대가 큰 상황입니다.

충전 용량 별로 충전소는 크게 3종으로 구분

충전 용량 별로 보면 레벨1 충전소가 있습니다. 120V(볼트) AC 플러그를 사용합니다. 시간당 2~5마일 정도 갈 수 있는 전기를 충전할 수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귀가 후 저녁 시간에 전기차를 충전할 때 활용합니다. 콘센트에 꼽는 충전기의 예를 들면, 미국은 120V에 1.2암페어의 전류가 보통 제공됩니다. 그러면 1.4kW입니다. 포드머스탱의 마하E 배터리 팩 사이즈가 88kWh입니다. 완전충전하려면 약 63시간이 걸립니다.

레벨2 충전소는 240V 주거용이나 208V 상업용 플러그를 사용합니다. 미국의 마트 주차장 등 공공장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입니다. 시간당 10~60마일 정도 운행할 수 있는 에너지를 충전합니다. 240V에 40암페어 수준의 전류를 흘립니다.

DC고속충전기는 레벨 3 또는 차데모(CHAdeMO) 충전소라고도 불립니다. 480V 이상 100암페어 이상입니다. 보통 50~350kW 공급, 유럽 일부지역에선 400kW도 공급합니다. 20~30분 충전으로 보통 60~100마일을 운행할 수 있습니다. 설치 및 유지보수가 필요한 고성능 장비가 필요합니다. 이후 나온 것이 'CCS'입니다. 통합충전시스템의 약자입니다. CCS 커넥터는 교류, 직류 모두 지원합니다.
요즘 VC(벤처캐피털)들이 '배터리 충전소'에 꽂혔다던데 [실리콘밸리 나우]
충전기와 차를 연결하는 커넥터도 다양합니다. 가장 널리 쓰이는 건 'J1772'입니다. 레벨 1과 2에 충전기에 적용되는 업계 표준입니다. 집에 설치된 충전기나 레벨2 충전소 등에 가면 'J1772' 커넥터를 통해 충전이 가능합니다.

레벨3급인 차데모는 일본 5개 차량 제조사들이 협력을 통해 개발했습니다. 도요타 닛산 미쓰비시 스바루 차량 등이 주력으로 사용합니다. 차데모가 장착된 전기차량은 'J1772'가 커넥터가 별도로 있어야 레벨1이나 레벨2 충전소에서 충전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CCS 커넥터가 있는 차량은 레벨1, 레벨2, 레벨3 모두 가능합니다. 유럽 업체들과 테슬라, 리비안이 씁니다. 참고로 테슬라는 전용 급속 충전소(네덜란드에선 일부 개방)인 슈퍼차저용 커넥터가 따로 있습니다. 물론 차데모도 가능하지만 커넥터를 별도로 구입해야합니다.

차지포인트, 볼타 등 경쟁 치열

전기차 충전소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합니다. 업체마다 사업영역과 주력하는 분야가 조금씩 다릅니다.

널리 알려진 업체는 '차지포인트(chargepoint)'입니다. 충전기를 만들어서 기업에 납품하고, 기기를 관리하는 소프트웨어를 고객사에 제공합니다. 충전기 판매료와 소프트웨어 구독료로 사업을 운영합니다. 생산은 외주를 주고, 충전소를 직접 운영하진 않습니다 완속 충전, 지역은 미국 위주의 사업구조를 갖고 있는데 최근 급속 충전기와 유럽으로 사업영역을 확대 중입니다. 고객사 수는 4000여개 이상입니다. 포춘 50대 기업 중 62%가 차지포인트 충전기를 활용합니다.
차지포인트(chargepoint) 충전소 사진. 자료: 차지포인트
차지포인트(chargepoint) 충전소 사진. 자료: 차지포인트
'EVgo'는 충전기를 제조하지 않습니다. 소프트웨어도 개발 안 합니다. 하지만 충전소와 충전기 소유권을 갖고 직접 운영합니다. 급속 충전 중심입니다. 급속충전기 1200개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비회원은 1회 45분, 회원은 1회 60분입니다. 최근 "테슬라에 적합한 커넥터를 600기 이상의 충전소에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Blink'는 충전기 제조, 소프트웨어 서비스, 충전소 운영과 소유를 다 합니다. "선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추진 중입니다. 맥도날드 메타(과거 페이스북)와 파트너십을 체결했습니다. 회원등록 없어도 이용이 가능합니다.

'볼타'는 미국 10개주에 700개의 충전소 보유한 기업으로 샌프란시스코가 본사입니다. '충전요금'도 무료입니다. 홀푸드 등 주요 유통업체의 주차장 등에 '레벨2' 충전기를 설치합니다. 대신 디스플레이 광고 수익을 얻습니다. 최근 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을 통해 상장했습니다.

완성차 업체들도 적극 뛰어들고 있습니다. GM은 Blink, 차지포인트 등과 파트너십을 체결했습니다. 미국과 캐나다 전역 6만여곳의 충전시설 확보했습니다. 폭스바겐은 유럽에서 '위차지'란 서비스를 공개했습니다. 유럽 내 15만개 공공충전소를 운영할 계획입니다. 가정용 인프라 확대를 위해 399달러에 충전기를 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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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황정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