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제약·바이오 업종의 화두는 위탁개발생산(CDMO)과 신약 개발이 될 전망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제약바이오 업종이 최근 부진하지만, 몇 가지 긍정적인 신호들이 감지된다며 분위기 전환을 기대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이베스트투자증권 케이프투자증권 키움증권 현대차증권 등 6곳이 이달 들어 제약바이오 업종의 2022년 전망 보고서를 내놨다.

증권사들은 2022년에 생산능력이 충분한 CDMO 및 위탁생산(CMO) 기업, 유망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의 임상 이벤트가 있는 신약 개발사에 주목하라고 권고했다.

6개 증권사들이 가장 많이 추천한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다. 신한금융투자 케이프투자증권 키움증권이 업종 최선호주로, NH투자증권은 투자유망종목, 현대차증권은 관심종목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꼽았다.

기업 순현금 및 투자 확대가 성장동력 될 것

신한금융투자는 기업의 순현금 확대가 2022년 제약바이오 업종의 동력이 될 것으로 봤다. 기업공개(IPO)를 통한 공모자금 및 기술이전을 통한 단계별기술료(마일스톤) 유입, 코로나19 관련 판매 수익 등으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순현금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토대로 내년 설비 및 연구개발(R&D) 투자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벤처캐피탈(VC)의 투자 확대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예상이다. 투자가 신약 개발을 촉진해 기술이전 및 대규모 상장이 가속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내년 제약·바이오 키워드 CDMO·신약…삼바·유한양행 유망”
영업 환경에 있어서는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의 수혜를 예상했다. 대면영업이 가능해지고, 병원이나 약국의 방문 환자도 증가할 것이란 판단이다.

‘포스트 코로나’에도 CDMO·CMO 성장세는 유효

CDMO·CMO 시장의 성장세는 코로나19 이후에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코로나19 백신과 별개로 글로벌 의약품 시장이 지속 성장하며 글로벌 제약사의 CDMO·CMO 수요가 동반 증가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국내 증권사들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주목한 이유다.

이동건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 4분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높은 공장 가동률을 바탕으로 한 지속적 호실적이 예상된다”며 “공사 중인 4공장 역시 내년 하반기 부분 가동에 진입할 것으로 보여 4공장 수주에 대한 기대감과, 부분 가동에 따른 추가 실적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4공장 수주 논의는 이미 진행 중이다. 박병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4공장에 대해서는 현재 25여개 고객과 30개 이상 제품의 생산을 논의하고 있다”며 “이 중 20개 이상 제품은 이미 물량을 얘기 중”이라고 했다.

사업 다각화도 준비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멀티모달리티’를 통한 사업 영역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멀티모달리티란 하나의 공장에서 유전자·세포치료제(GCT), 백신 등 다양한 형태의 의약품을 생산하는 것이다. 오승택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양적 및 질적 성장이 예상되는 GCT 분야 진출이 기대돼 회사의 장기적 전망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유전자·세포치료제에 주목

코로나19 이후 기대되는 또 하나의 분야는 신약 개발이다. 특히 최신 유행(트렌드) 기술의 개발 기업에 대한 투자 및 인수합병(M&A)이 급증하고 있다.

관심을 가질 만한 분야로는 GCT가 제시됐다. 전날 SK는 미국의 유전자·세포 치료제(GCT) CDMO 기업 CBM에 투자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SK는 지난 3월에도 프랑스 GCT CDMO 이포스케시를 인수했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GCT 생산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박병국 연구원은 “GCT는 지난해 기준 50억달러(약 6조원) 규모로 아직 시장은 작지만 임상 및 전임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12%와 16%”라며 “향후 지수함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고 했다. 지수함수적 증가란 완만한 성장세를 지속하다가 어느 순간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말한다.

신약 개발과 관련해서는 유한양행이 주목받았다. 신한금융투자와 케이프투자증권이 최선호주로 꼽았고, NH투자증권은 투자유망종목으로 추천했다.

얀센에 기술수출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의 출시가 주가수준 재평가의 방아쇠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렉라자는 지난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 조건부 품목허가 승인을 받아 ‘31호 국산 신약’이 됐다. 내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판매 승인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이동건 연구원은 “내년 타그리소 내성 환자 대상 ‘레이저티닙·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의 FDA 혁신신약 지정(BTD) 및 조건부 허가 신청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앞서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발표한 만큼, 임상 3상에서도 낙관적인 결과가 기대된다”고 했다.

뇌질환 치료제 부각될 것

뇌질환 치료제도 관심 분야로 꼽혔다. 2022년에 뇌 신경 질환 관련 다수의 임상결과 발표 및 판매 승인, 국내 관련 기업의 상장 등의 이벤트가 대거 예정돼있기 때문이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물질인 로슈의 ‘간테네루맙’ 및 바이오젠·에자이의 ‘BAN 2401’ 3상 발표, 일라이릴리의 ‘도나네맙’ FDA 판매허가 승인이 대기 중이다. 이를 통해 알츠하이머 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재차 부각될 것이란 예상이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로슈와 바이오젠 등의 3상 결과가 긍정적으로 발표된다면 아밀로이드베타 가설에 무게가 실리면서 관련 플랫폼 기술 거래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치매 치료제 기업의 상장도 예정돼 있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미국 2상을 완료한 아리바이오, 파킨슨병 치료제 미국 2상 중인 디앤디파마텍, 치매 항체신약 캐나다 1상 중인 뉴라클사이언스가 내년 상장을 목표하고 있다.

허 연구원은 “국내 치매 치료제 기업이 다수 상장하면서 시장도 뇌질환 치료제 개발사에 관심을 갖게될 것”이라고 했다. 관심종목으로는 에이비엘바이오 알테오젠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를 제시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최선호주로 SK바이오팜을 꺼냈다.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의 미국과 유럽 매출에 더해 일본 기술수출, 중국 법인 설립 등으로 판매처가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다. 강하나 연구원은 “희귀 소아 뇌전증인 레녹스·가스토 증후군 치료제로 개발 중인 ‘카리스바메이트’의 임상 승인 가능성도 고려해 다른 제약바이오 기업 대비 강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