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PC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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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가 가파르게 오르자 미국에선 소형주 선호 현상이 뚜렷하게 확인되고 있다. 미 증권시장에 상장된 2000개 중소형주로 구성된 러셀2000지수 상승률이 이달 들어 대형주로 구성된 S&P500을 앞질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달 러셀2000지수가 5% 상승하는 동안 S&P500은 1.7% 올랐다. 공급망 병목 등의 영향으로 올해 10월 미국 소비자 물가지수는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면서 경기 민감주로 불리는 러셀2000지수도 함께 상승했다.

러셀2000지수에 속한 패션기업 아베크롬비&피치는 이달 들어 주가가 16% 뛰었다. 미국의 아웃렛기업인 텐저팩토리아웃렛센터는 20%, 버거 브랜드인 쉐이크쉑은 22% 상승했다. 굿이어타이어앤러버도 이달에만 주가가 23% 올랐다.

로이스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의 스티브 리퍼 수석투자전략가는 "작은 규모의 기업은 물가 상승 압력을 관리하기 위해 가격을 쉽게 올리는 등 변화에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물가 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는 원자재 가격 상승, 운송비 증가, 인건비 상승 등의 요인을 반영해 수익 구조를 유리하게 바꾸는 게 쉽다는 의미다.

중소형 기업들이 견고한 실적을 보고하고 있는 것도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러셀2000 기업들은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3분기 수익이 475% 증가했다. 같은 기간 S&P500 기업 수익은 45% 늘었다.

쉐이크쉑은 3분기 매출이 49% 증가했다고 보고한 지난 5일 주가가 17% 급등했다. 굿이어도 같은날 호실적에 주가가 13% 상승했다. 러셀2000지수에 속한 기업들은 다음 분기에도 S&P500 기업보다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형주들은 경기를 비교적 잘 반영한다. 미국에선 코로나19 유행이 진정되고 있는데다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출시가 임박해 경제 전망이 밝아지고 있다. 소형주 주가 상승을 이끄는 또다른 요인이다.

다만 기업들의 성장세는 내년부터 완만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코로나19 탓에 경기가 침체돼 올해 기업들이 가파른 성장을 보고했지만 내년엔 기저효과가 사라져 상승 흐름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주가 상승세도 주춤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팩트셋은 올해 45%로 예상되는 S&P500 수익률은 내년 8.5%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