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이 뜨거운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대형주가 몰려 있는 유가증권시장의 거래대금을 20년 만에 넘어설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메타버스, 2차전지, 엔터테인먼트 등 트렌드에 맞는 ‘핫한’ 테마 종목들이 증시 주인공으로 떠오른 덕이다. 전문가들은 중소형주 장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2부리그 오명 벗나

코스닥 거래액, 20년 만에 코스피 넘어섰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코스닥시장 하루평균 거래대금(11일 기준)은 11조5581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11조3383억원)을 앞질렀다. 월간 단위로 코스닥시장 거래대금이 유가증권시장을 제친 것은 2001년 10월이 마지막이었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20년 만에 ‘동생’ 코스닥시장이 ‘형님’ 유가증권시장 벽을 넘어서는 셈이 된다.

삼성전자 등 대형주를 중심으로 구성된 유가증권시장과 달리 코스닥시장은 ‘2부 리그’로 불렸다. 코스닥시장은 ‘한국판 나스닥’을 꿈꿨지만 투자자들이 혁신 기업들의 자금이 몰리는 유가증권시장을 선호하며 입지가 더욱 좁아진 건 오래전이다. 10년 전인 2011년(4월 기준)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이 11조3700억원에 달할 때 코스닥시장은 10분의 1 수준인 1조6646억원에 불과했다. 이 같은 추세는 최근까지도 이어졌다. 주식 열기가 정점에 달했던 올초에도 유가증권시장(24조3503억원)과 코스닥시장 거래대금(14조9178억원)은 10조원가량 격차가 났다. 자동차, 2차전지, 정보기술(IT)이 주도하는 대형주 장세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은 굳이 중소형주를 찾지 않았다. 코스닥시장을 이끌던 바이오 관련주들이 지지부진한 것도 코스닥시장 분위기가 냉랭해진 이유였다.

100% 넘는 종목도 수두룩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하루가 멀다하고 급등주가 쏟아졌다. 2차전지 소재, 엔터테인먼트, 메타버스, 게임, NFT(대체불가능토큰) 등 각광받는 종목이 넘쳤고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 대신 코스닥시장으로 몰려들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들어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한 종목(11일 종가 기준)은 120개에 달했다. 유가증권시장(36개)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 기간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승률은 각각 -1.54%, 0.03%다.

코스닥시장은 이달에만 100% 넘는 수익을 낸 종목이 5개에 달했다. 에디슨EV(348.06%) 이미지스(117.67%) 게임빌(113.61%) 디엠티(113.48%) 갤럭시아머니트리(105.13%) 등이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최고 수익을 낸 갤럭시아에스엠(46.17%)을 넘어선 코스닥시장 종목도 20개나 됐다. NFT 열풍을 등에 업은 게임빌, 갤럭시아머니트리를 비롯해 에코프로(57.44%) 나노신소재(53.21%) 위지윅스튜디오(51.93%) 등 2차전지 소재와 메타버스 관련 종목들이 두각을 나타냈다.

중소형주 내년까지 달린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투자자의 관심이 높은 테마를 장착한 중소형주의 시간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단기적으로 대형주 중심보다는 중소형주, 여전히 숲보다는 나무를 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테마 위주의 종목 장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KB증권은 코스닥시장 상승세를 이끌었던 2차전지 관련주와 미디어·콘텐츠·게임주 등에 이어 내년 건강관리 업종이 코스닥시장 강세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2차전지 관련주와 미디어·콘텐츠·게임주도 함께 좋은 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설명이다.

상반기 내내 대형주의 시간이 이어진 만큼 그간 소외됐던 코스닥시장에 기회가 찾아온 데다 통상 수출 증가율이 둔화되는 시점에 유가증권시장 대비 코스닥시장이 강세를 보여왔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내년 1분기부터 금리가 안정화되면 코스닥시장에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