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4일부터 8일까지 3거래일 동안 개인투자자들은 엔씨소프트를 1100억원어치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엔씨소프트 사옥. 사진=엔씨소프트
이달 4일부터 8일까지 3거래일 동안 개인투자자들은 엔씨소프트를 1100억원어치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엔씨소프트 사옥. 사진=엔씨소프트
동학개미들의 관심이 한때 '민심 잃은 게임주'로 불렸던 엔씨소프트로 다시 향하고 있다. 신작이 초반 호성적을 거둔 영향이다. 일부 전문가는 신작의 단기 흥행 성적을 보고 즉흥적인 매수 행동에 나설 것이 아니라 일일 지표를 확인해가며 신중히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3거래일 동안 엔씨소프트를 11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기관과 외국인의 매도 공세를 받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사흘간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692억원, 677억원어치 팔아치웠다. 특히 외국인의 순매도액은 이 기간 전 종목 중 2위 규모다. 사실상 외국인과 기관투자자가 쏟아낸 매물의 상당부분을 개인투자자가 받아낸 상황이다.

대작 게임으로 정면돌파를 시도한 게 투자자들의 신뢰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출시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W'는 초반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출시 첫날 애플 앱스토어에서 매출 1위에 올랐고 이틀 만인 6일 구글플레이에서 매출 순위 1위를 기록해 양대 마켓을 석권했다.

주가도 출시 첫날을 제외하면 우상향 흐름을 보이는 중이다. 4일에는 서비스 시작 직후 일부 서버에서 접속 불가 현상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50만원대로 밀려났지만 5일부터 이틀간은 다시 상승세를 기록, 8일 종가 기준 62만9000원에 마감했다.

앞서 엔씨소프트는 올 8월 말 모바일 게임 '블레이드앤소울2'를 내놓으면서 이용자들로부터 강도 높은 비난을 받았다. 뽑기시스템에 기반한 과도한 과금체계가 개선 없이 그대로 적용됐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증권가도 '민심은 천심' '혁신적인 게임성을 고민할 때' '블소2 흥행 참패로 과매도 구간 근접' 등과 같은 제목의 리포트를 발표하며 향후 주가 흐름을 비관했다. 실제로 당시 엔씨소프트 주가는 블레이드앤소울2 출시 일주일 만에 26% 증발했다.
리니지W. 이미지=엔씨소프트
리니지W. 이미지=엔씨소프트
한편 엔씨소프트가 신작 흥행몰이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자 증권가에서도 다시 '투자의견 매수' '목표가 상향' 등의 키워드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 8~10월 발표된 엔씨소프트에 대한 증권사 리포트 43개 가운데 목표주가를 기존보다 낮춘 곳은 26곳에 달한 반면 목표가를 높인 곳은 1곳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선 분위기가 반전했다. 이 기간 리포트를 내놓은 증권사 3곳 모두 투자의견을 '매수'로 상향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종전보다 16% 올린 74만원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금융투자 업계 전문가들은 엔씨소프트가 리니지W의 흥행으로 블레이드앤소울2 때의 실망감을 대부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리니지W 12개국 출시 초반 흥행수준은 우려와 달리 트래픽과 매출 측면에서 모두 '대호조'를 이룬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번 흥행은 블소2 실망감을 상당부분 상쇄해줄 수 있을 만한 재료"라고 말했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신작 출시 직전까지도 시장에선 유저들의 민심이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많았다"며 "때문에 이번 흥행은 회사가 과거에서 벗어나 과금모델 축소와 게임성 강화라는 새 성공모델을 찾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즉흥적인 매수 행동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게임 시장이 흥행 산업인 만큼 급등락의 가능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창권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번 신작의 흥행으로 회사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감이 줄어들면서 개인 투자자들도 신뢰감을 다시 갖기 시작한 것 같다"며 "다만 카카오게임즈 오딘이 반격을 준비 중인 데다 게임 업계 내 치열한 공방이 예정돼 있는 만큼 투자자들은 일일 매출순위 등의 지표를 확인해서 신중한 투자를 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