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재 기업들의 약진은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지도를 바꿔놨다. 올 들어 시총 상위종목에 소재주가 연이어 진입하면서 코스닥 주도주로 자리 잡고 있다.

코스닥 '시총 톱10' 변천사…반도체장비·엔터→바이오→소재株
8일 현재 코스닥 시총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소재주는 세 곳이다.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SK머티리얼즈 등이 주인공이다. 에코프로비엠과 엘앤에프는 2차전지 핵심소재인 양극재를 생산한다. SK머티리얼즈는 최근 반도체 소재주에서 2차전지 소재인 음극재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시총 10~30위 사이에도 2차전지 전해질 업체인 천보(12위), 반도체 소재주인 솔브레인(21위)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코스닥 시총 상위 종목은 당대 한국 증시에서 가장 핫한 테마를 보여준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까지 ‘닷컴버블’ 시기를 통과하며 인터넷 관련주가 시장을 주도했다. 닷컴버블이 꺼진 뒤에는 통신·유통 관련주가 강세였다. LG텔레콤, 하나로텔레콤 등이 2005년 말 시총 2, 4위에 올라 있었다. 2010년대 들어서는 반도체 장비주가 강세를 보이다가 2010년대 중반 한류 열풍에 힘입어 CJ ENM 등 엔터주가 상위주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2010년대 후반부터 2020년대 초반까지는 바이오주 전성시대였다.

2020년대는 소재주의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에코프로비엠과 엘앤에프는 코스닥 종목 가운데서도 ‘라이징 스타’다. 에코프로비엠은 2019년 말만 하더라도 시총 1조894억원으로 시총 순위 20위권 밖이었다. 지난해 말에는 시총 3조5780억원으로 7위까지 올랐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코스닥 시총 1~5위는 모두 바이오주였다.

올 들어 판도가 급변했다. 에코프로비엠은 8월 초 바이오업체인 에이치엘비를 제치고 시총 2위 자리를 꿰찼다. 양극재 경쟁사인 엘앤에프도 16개월 만에 10배 넘는 주가 상승률을 보이며 시총 3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2019년 말 시총 61위였던 천보도 12위까지 뛰어오르며 10위권 진입을 노리고 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