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와 주식 시장을 분석하는 베이징나우입니다. 오늘은 지난 주에 이어서 중국 반도체 기대주들을 알아보려고 합니다. 지난주에 중국 반도체 기대주들을 소개해 드렸는데요. 오늘은 그 두 번째 시간입니다. 반도체를 두 번 연속 다루는 이유는 중국이 반도체 산업을 집중 육성한다는 게 가장 크고요, 또 한국 입장에서도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중국의 흐름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 베이징나우에서 소개해 드린 종목들은 거의 시가총액 수조원대 주식들인데요, 이렇게 대형주들에 투자하는 게 중국 주식 중에서도 그나마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하고요, 저도 대형주 위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설계 기대주 쯔광궈웨이

中 반도체 투자 몰리는 이 종목 [강현우의 베이징나우]
첫 종목은 쯔광궈웨이라는 종목입니다. 중국 주식이나 경제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칭화유니그룹이라는 이름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중국 반도체 굴기의 상징이라고 불리기도 했고요, 지금은 무리한 사업 확장 때문에 파산 구조조정 절차를 밟고 있는 기업이기도 합니다.
칭화유니그룹을 중국식으로 부르면 쯔광그룹이라고 합니다. 보라색 자에 빛날 광을 써서 한국식으로는 자광이고요. 칭화유니그룹 얘기는 조금 이따가 다시 하도록 하겠습니다.
쯔광궈웨이는 공장이 없는 반도체 설계전문인 팹리스입니다. 2001년 설립됐고 2005년 선전거래소에 상장했습니다. 종목코드는 002049입니다. 쯔광그룹에는 2016년 편입됐습니다.
주력제품은 가장 비중이 큰 게 5G 유심 칩 같은 통신 칩이고요. 통신 칩을 포함한 반도체 설계 부문이 매출의 60% 정도 차지합니다. 카드에 들어가는 IC칩이나 보안용 칩이 30% 정도 됩니다. 말씀 드렸지만 팹리스라서 설계 중심이고 생산은 외주를 합니다. 주력 칩들의 스팩은 40나노급이라서 현재 중국 파운드리 업체들의 기술로도 커버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실적은 상승세, 주가는 횡보

中 반도체 투자 몰리는 이 종목 [강현우의 베이징나우]
글로벌 반도체 품귀 현상이 지속되면서 반도체 설계나 생산 업체들 실적이 다들 상승세죠.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요즘 좀 떨어지는 추세인 것 같기는 하지만요.

쯔광궈웨이 실적도 괜찮습니다. 3분기에 매출 15억위안에 영업이익 6억6000만위안을 올렸습니다. 영업이익률이 44%나 되죠. 작년 3분기에 비하면 매출은 60%, 영업이익은 115% 늘었으니까 실적이 상당히 개선됐습니다. 15억위안은 2700억원 정도니까 연 매출은 1조원 안팎 정도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컨센서스를 보면 매출이 올해 49억위안에서 내년 67억위안, 2023년 90억위안으로 커질 전망입니다. 2년 만에 2배가 된다는 얘긴데, 좀 지켜보긴 해야 할 듯 합니다. 영업이익도 올해 18억위안에서 내후년에는 37억위안으로 역시 2배 커질 것이란 예상입니다.
주가는 올해 초 150위안대에서 지난 8월말에 250위안대까지 갔다가 지금은 다시 210위안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실적 전망치를 반영한 주가수익비율 PER은 올해가 77배, 내년은 53배, 후년은 39배로 내려가는 수준인데, 지난 주에 소개해 드린 중국 팹리스 시총 1위 윌세미컨덕터에 비하면 PER은 조금 높은 수준입니다.

칭화유니그룹 운명은

쯔광궈웨이는 최근에 모기업인 칭화유니그룹 이슈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칭화유니그룹은 잘 알려진 것처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모교이자 중국 최고 명문인 칭화대가 갖고 있는 기업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칭화대가 개발한 기술로 스타트업을 설립해서 돈을 벌고 학교 재정을 지원하는 기술지주회사인 칭화홀딩스가 51%를 갖고 있고요, 창업자이자 CEO인 자오웨이궈 회장 측 지분이 49%입니다.
칭화유니는 지난해 11월 13억위안 규모 회사채를 갚지 못하면서 첫 디폴트를 냈습니다. 채무 만기 연장을 시도하다가 결국 채권자들이 법원에 파산 신청을 냈고 지난 7월에 파산 구조조정 절차에 돌입했습니다.

이러는 동안 칭화유니그룹이 쯔광궈웨이 주식으로 담보대출을 받으면서 쯔광궈웨이 관련 기사가 나오기도 했는데, 그만큼 칭화유니그룹의 핵심 계열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칭화유니는 중국 중앙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국유기업이라는 점에서 파산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중국 국유기업은 중앙이 관리하는 중앙기업, 중국식으로는 발음이 좀 그런데 양치라고 하는 부류가 있고 각 지방정부들이 보유한 국유기업들이 있습니다.

양치인 칭화유니가 디폴트를 내고 파산까지 하면서 중국 반도체굴기가 무너진다 하는 자극적인 보도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칭화유니그룹을 사겠다는 투자자들이 줄을 선 걸 보면 주인이 바뀌면서 부실을 떨어내는 절차로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칭화유니그룹 인수 후보자로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부터 시작해서 양치인 중국전자, 상하이시, 베이징시, 광둥성 등등의 국유기업들까지 총 7곳이 있습니다. 지방정부들은 중앙정부 지원이 집중되는 반도체 대어를 잡는 게 앞으로 도움이 많이 될 것으로 보고 있고요.
후보자들은 500억에서 600억위안, 대략 10조원 정도를 낼 각오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최종 인수자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결정될 전망인데요, 인수 작업이 진행되면 그 동안 쯔광궈웨이 주가를 짓눌러온 큰 리스크가 하나 해결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중국의 램리서치를 꿈꾸는 중웨이

다음은 반도체 장비업체 중웨이입니다. 영어 이름은 어드밴스트 마이크로 패브리케이션 이큅먼트라고 합니다. 자체적으로는 AMEC라고 부르고요 외신에는 AMFE라고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상하이증시 상장사고 종목코드는 688012입니다. 지난 주에 말씀 드린 베이팡화창이 북방이라는 이름처럼 베이징에 본거지를 두고 있고요, 중웨이는 상하이에 본사가 있고 최대주주도 상하이시인 남방 대표 장비기업입니다.

중웨이의 주력 제품은 식각장비와 증착장비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식각은 반도체 회로를 깎는 거고요 증착은 반도체에다가 금속선 같은 걸 붙여주는 겁니다.
中 반도체 투자 몰리는 이 종목 [강현우의 베이징나우]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은 작년 기준 전체 시장은 600억달러, 약 70조원 정도 됐습니다. 이 중에 식각장비 시장이 150억달러로 가장 큽니다. 그리고 식각에서 미국의 램리서치라는 회사가 55%를 하고 있습니다. 램리서치는 다른 장비들까지 더해서 1년 매출을 100억달러, 약 12조원 정도 올리는 세계 최대 규모 장비회사고요.

중웨이는 식각장비에서 중국 업체들 중에선 가장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주요 고객사를 보면 중국의 중신궈지나 창장춘추같은 업체들은 물론이고 TSMC SK하이닉스 인텔에도 장비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TSMC의 5나노 공정에도 들어가고 있다고 하고요.
中 반도체 투자 몰리는 이 종목 [강현우의 베이징나우]

빠르게 늘어나는 수주

실적은 다른 중국의 중견 반도체업체들처럼 우상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중웨이 3분기 매출은 7억3000만위안, 영업이익은 1억6000만위안이었고요, 작년 3분기에 비하면 매출은 40%, 영업이익은 120% 늘었습니다.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베이팡에 비하면 매출은 절반 정도입니다. 그래서인지 시가총액도 900억위안대로 베이팡의 절반 수준입니다.

상장돼 있는 시장은 상하이거래소가 중국판 나스닥을 표방하면서 개설한 커촹반입니다. 커촹반은 과학창업판이라고도 하고 스타보드라고도 하는데요. 중국 정부가 2019년 7월22일 커촹반을 개장한 날 유망 기업 스물다섯곳을 데뷔시켰는데 중웨이도 그 안에 있었습니다. 그만큼 정부 지원이 어느 정도 보장돼 있는 기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中 반도체 투자 몰리는 이 종목 [강현우의 베이징나우]

주가는 2년 전 상장 당시 80위안대였는데 지금은 150위안대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PER은 올해 예상실적 기준 150배, 내년 126배, 후년 96배니까 베이팡화창처럼 높은 편입니다.
투자 포인트는 수주가 계속 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올해 3분기까지 신규 수주가 35억위안이었고 그중에서 3분기에만 16억위안 어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3분기 매출보다 수주가 두 배가 넘습니다. 매출 대비 R&D 지출이 20%가 넘는다는 것도 지켜볼 부분입니다.

중국 투자, 지금이 적기?

다음은 중국 시장 현황을 좀 보겠습니다. 중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4.9%로 떨어졌고 리커창 중국 총리도 최근에 중국 경제가 새로운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여러 지표들이 안좋게 나오고 있는데 주식시장은 그렇게 많이 흔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해외 투자자들은 중국 투자를 다시 늘리거나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HSBC는 지난주에 중국 투자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꿨는데요, 이 회사 아시아 주식 리서치 대표는 "많은 투자자들이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내년은 5년마다 한 번 돌아오는 중국공산당 당대회가 있습니다. 당대회에서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데, 이번에도 시진핑 주석이 연임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시장에 충격을 주는 것은 최소화할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골드만삭스는 시 주석의 공동부유 시대에 투자할 만한 종목 50선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태양광 반도체 같은 정부가 밀어주는 섹터들 중심이고요.
미국의 S&P500과 중국의 CSI300을 비교해 보면, 두 지수가 1년 전에 똑같이 100이었다고 보면 최근에는 S&P500이 120이 넘었고요, CSI300은 90 근처까지 떨어진 상황입니다. 그만큼 중국 주식이 저평가 상태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