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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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형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임원회의에 갈 때마다 퇴직연금 상담 요청에 시달린다고 합니다. 허탈하게도 질문은 대개 기초적인 것들입니다. "퇴직연금 투자를 어떻게 시작하느냐"고 묻는 임원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그는 "나름 자본시장의 중심에 있다는 사람들이 이 정도니 평균적인 노후 준비는 어느 정도겠느냐"며 "노후 준비를 노후에 하는 수준"이라고 안타까워 했습니다.

초저금리 시대이면서 100세 시대입니다.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흐릅니다. '은퇴 후에 40년 동안 쓸 돈 충분하신가요?' 이런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그런데 퇴직연금 투자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 그대로 방치해놓는 분들도 많죠. 퇴직연금의 기초적 용어부터 익히면서 내게 맞는 투자 방식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먼저, 퇴직연금이 대체 뭘까요. 퇴직금이랑 뭐가 다른 걸까요. 기존에는 1년 이상 근무한 근로자에게 퇴직할 때 한꺼번에 퇴직금을 줬죠. 목돈을 은퇴 시점에 한 번에 받다 보니 노후를 구체적으로 설계하고 준비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근무 기간에는 근로자나 회사가 퇴직금을 운용하다가 만 55세가 돼야 매달 연금 형식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한 게 바로 퇴직연금입니다. 연금으로 수령하는 걸 장려하기 위해 정부에서 각종 절세 혜택도 제공하죠.

퇴직연금은 확정급여형(DB형)과 확정기여형(DC형), 개인형퇴직연금(IRP) 세 가지로 나뉩니다.

DB형과 DC형은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퇴직연금입니다. 차이점은 DB형은 회사가, DC형은 근로자 각자가 퇴직연금을 굴린다는 겁니다. DB형은 회사가 운용 손실과 성과를 책임집니다. 근로자는 퇴직할 때 근속 연수, 평균임금에 따라 정해진 만큼 퇴직연금을 가져가게 됩니다. 회사가 알아서 다 해주니 편하긴 한데 아무래도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경우가 많아 대개 수익률이 낮죠.

DC형은 근로자가 스스로 운용합니다. 운용할 원금은 회사가 일정 주기에 따라 각자의 계좌에 입금합니다. 신경 쓸 것도 많고 최악의 경우 큰 손실을 떠안아야 합니다. 하지만 퇴직금 재테크 기회로 삼을 수도 있죠. DC형은 입사 동기라고 해도 운용 성적에 따라 최종 퇴직금이 천차만별입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연 수익률이 DB형은 1.91%였지만 DC형은 3.47%였습니다. 하지만 무조건 DC형이 유리한 건 아닙니다. DB형과 DC형은 각각 어떤 근로자에게 유리할까요.

신입사원처럼 앞으로 근무기간이 많이 남은 근로자는 앞으로 임금 상승에 대한 기대가 높은 편이죠. 그렇다면 임금상승률만큼 수익률이 보장되는 DB형이 유리하겠죠.

회사에 오래 다녀 임금 상승 기대가 크지 않으면 DC형이 낫습니다. 특히 임금피크제 적용을 앞두고 있다면 DC형으로 전환해 관리하는 게 유리합니다. 퇴직급여는 ‘퇴직일 이전 3개월간의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월급이 정점일 때 옮기는 게 유리합니다. 이때 기준이 통상임금이 아니라 평균임금이라는 점에 주의해야 합니다. 명절 등 상여금이 나오는 시기도 따져봐야 합니다.

DC형 전환 등 세부적인 사항은 근무 중인 회사의 퇴직연금 담당부서에 확인하는 게 제일 정확합니다. 회사 제도에 따라 퇴직연금 제도를 DB형 또는 DC형 한 가지만 도입한 회사도 있고 두 가지 제도를 모두 운영하는 곳도 있거든요. 또 회사에 따라 임금피크제에 돌입해도 퇴직급여액은 줄어들지 않도록 해둔 경우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IRP는 소득이 있다면 누구나 자율로 가입할 수 있는 퇴직연금 유형입니다. 자영업자나 공무원, 군인, 교직원 등도 가입 가능합니다. DB·DC형 가입자라고 해도 추가로 개설 가능합니다. 연 1200만원의 한도 내에서 납입 가능하고 세액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습니다. DB·DC형 퇴직연금을 쌓던 중에 퇴사하면 IRP 계좌로 이어받아 계속 적립·운용 가능합니다.

최근 퇴직연금으로 재테크를 하려는 '연금개미'들이 늘면서 운용사 간 가입자 잡기 경쟁이 한창입니다. 신규 가입자에게 수수료 면제 등 각종 추가 혜택도 제공 중이죠.

다음 시간에는 그렇다면 퇴직연금 운용사는 어떻게 고르고 운용사별 수익률은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