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와 한국 증시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3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다우지수·S&P500지수·나스닥지수가 일제히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스피지수는 4일 장중 1%대 상승세를 보였지만 상승폭을 줄여 0.25% 오른 2983.22에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0.36% 하락한 1001.43에 거래를 마쳤다.

국내 증시가 부진한 것은 개인투자자의 화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유가증권시장 거래 대금은 물론 개인 순매수 금액까지 연초 대비 급감한 모습이다. ‘내가 직접 하면 되지 남에게 돈을 왜 맡기냐’며 자신했던 개인들은 박스권에 갇힌 증시 상황을 지켜보며 조금씩 생각이 달라지고 있다. 썰물처럼 자금이 빠져나가던 국내 주식형 펀드에 3년7개월 만에 ‘4개월 연속 순유입’이란 기록이 나타난 이유다.
"투자 쉽지 않네"…동학개미, 펀드로 피신

횡보장에 소심해진 개인

주식 투자 열기가 떨어지고 있다는 건 각종 지표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하루 평균 유가증권시장 거래 대금은 9조5369억원으로, 올 1월 26조707억원에 비해 63.42% 감소했다. 지난 9월까지만 해도 14조원에 달하던 거래 대금이 지난달 12조원으로 줄더니 이달 들어 더욱 쪼그라들었다.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뉴욕증시와 달리 코스피지수는 3000선에서 횡보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식시장 큰손으로 자리매김했던 개인의 투자 규모도 가파르게 줄었다. 지난 1월 유가증권시장에서 24조2563억원어치 주식을 쓸어 담던 개인의 순매수 금액이 지난 9월부터 3조원대로 주저앉았다. 63조원에 달하는 증시 대기자금(투자자 예탁금)이 투자처를 찾고 있지만 선뜻 투자에 뛰어들지 않고 있다. 고액 자산가를 담당하는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삼성전자, 카카오 등을 대거 매수했던 개인이 우량주로 생각했던 종목에서 손실이 나자 쉽사리 나서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최근 삼성전자가 바닥을 찍었다는 생각에 일부 투자자가 다시 매수에 나서기도 했지만 여전히 관심은 미국에 쏠려 있다”고 말했다.

“증시 어려워지자 펀드에 관심”

직접 투자 열기가 주춤한 사이 모처럼 펀드 시장에는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올 들어 코스피지수가 3.82% 오르는 동안 국내 액티브 주식형 펀드는 평균 6.67%의 수익을 냈다. 개인이 난도가 높아진 주식시장에서 직접 투자보다 간접 투자로 눈을 돌린 이유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상장지수펀드 제외)에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자금이 순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11월~2018년 3월까지 5개월 연속 순유입된 후 약 4년 만에 가장 오랜 기간 순유입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순유입 규모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 7월 752억원에 불과하던 순유입 규모는 지난달 5918억원까지 늘었다.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은 “투자자에게 만족스럽지 못한 수익률을 안겨주며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이탈해왔지만 최근 들어 증시 난도가 높아지자 액티브 펀드에 대한 관심이 다시 조금씩 살아나는 느낌”이라며 “투자자 사이에서 국내 시장에선 지수에 베팅하는 패시브 투자가 한계에 달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펀드로 시선이 이동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수년간 펀드 시장에서 끝없이 자금이 빠져나가다 주춤해진 것도 이 같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최근 3개월간 일반 액티브 펀드를 비롯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의 테마 펀드에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말이 가까워지자 배당주 펀드도 인기를 끌었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주식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는 5월 말 순유출로 돌아선 이후 계속 유출 규모가 커지고 있다. 다만 신흥국 주식펀드와 ETF는 하반기에도 꾸준히 자금이 순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재원/설지연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