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로 ‘과속 방지턱’에 걸렸던 완성차 업체 주가가 꿈틀거리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의 올해 3분기 실적은 부진했다. 신차 주문이 쏟아져도 반도체가 부족해 차량을 생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주가는 반등을 시작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이라는 리스크는 내년부터 서서히 해결될 것으로 예상되고 3분기 실적 부진은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코스피지수가 2900선까지 하락하는 국면에서도 완성차 기업 주가는 반등에 성공했다. 현대차 주가는 10월 한 달간 4.00%, 기아는 4.80% 올랐다. 반도체 부족은 지난 9월 가장 어려운 시기를 지나갔고, 10월은 9월보다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현지에서 물량을 더 달라고 경쟁 중인 만큼 공급 차질 최소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배당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차가 잘 팔리는 상황이어서 이익 추정치가 지속적으로 올라가고 있다”며 “기아는 25~30%의 배당 성향을 유지한다고 언급한 만큼 주주 환원 기대가 현실화하면서 추가적인 모멘텀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자동차 종목의 주가 매력도 부각되고 있다. 그동안 생산 차질로 직격탄을 맞은 곳은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등 북미 업체들이었는데, 이들보다 아시아 완성차 업체 주가가 더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는 중국 경기 둔화 우려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현대차와 기아가 전략적으로 중국 시장 비중을 줄이고 중국 외 신흥국 시장에 투자를 집중해왔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판매량에서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미만이다. 대신 러시아(시장 점유율 1위), 베트남(1위), 인도(2위), 브라질(4위) 등 신흥국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와 브라질 등 현대차 판매 비중이 높은 신흥 시장은 원자재 기반의 경제 구조를 갖추고 있다”며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국가 경제가 회복되고 있고, 지난 5~6년간 자동차 수요가 급감했던 만큼 이연 소비 수요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