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형·IRP 가파른 성장
작년과 무엇이 달라졌나

공격투자 가능한 실적배당형
편입비중 20~30%대로 늘어

국내펀드 적립금 16% 늘 때
해외펀드 자금은 76% 증가
개인이 운용하는 퇴직연금인 확정기여(DC)형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의 적립금 자산 총액이 지난해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했다. 전년 대비 22% 증가할 정도로 높은 성장세를 기록한 양적 변화뿐 아니라 실적배당상품(투자 상품)의 편입 비중과 운용수익률이 개선되는 등의 질적 변화도 나타났다. 올 상반기를 지난 시점에서 이 같은 변화는 더욱 진전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수익률 개선과 투자상품 비중 상승
올 들어 DC형과 IRP 퇴직연금 적립금 자산 총액은 상반기 중 전년 말 대비 10.4% 증가해 지난해의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목할 것은 운용수익률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각각 3.8%, 3.7%였던 DC형과 IRP의 1년 평균 수익률이 올 상반기 각각 5.1%, 5.6%로 집계됐다. 이는 실적배당상품의 운용수익률이 지난해 연 13% 전후에서 올해 연 19% 전후로 높아진 데다 편입 비중도 두 퇴직연금 모두 종전 추세에 비해 뚜렷하게 확대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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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배당상품 편입 비중은 확정급여(DB)형(4.6%)보다 DC형(21.1%)이, DC형보다 IRP가 더 높다. IRP는 실적배당상품 편입 비중이 올 상반기 기준으로 32.4%에 달했다. DB형은 자산운용 책임이 고용주에 있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운용되는 경향이 강하다. 다만 DC형 퇴직연금보다 IRP 계좌에서 투자를 통한 자산 운용이 더 활발한 것에서 개인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다 분명하게 감지할 수 있다.
○투자 열풍이 연금 운용에도 반영
IRP와 DC형 퇴직연금은 2019년까지 매년 운용수익률이 1~2%대에 머물며, DB형 퇴직연금과 차별화되지 못했다. 두 퇴직연금 모두 근로자 스스로 자금 운용을 통해 은퇴자산을 축적하는 본연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IRP는 연말에 세액공제를 추가로 받는 데 활용되는 것 외에, 운용 지시를 통한 이렇다 할 편입 상품 변경 없이 방치되는 예가 많았다.

지난해부터 본격화하고 있는 IRP 적립금 자산 성장세를 자세히 뜯어보면, 금융투자업권(증권사)에 자금이 몰리는 현상이나 금융투자업권으로 퇴직급여 일시금과 같은 목돈이 이전돼 운용되는 비중이 늘어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IRP는 DC형 퇴직연금과 달리 근로자 스스로 가입 금융회사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따라서 위의 두 현상은 보다 다양한 투자 상품을 구비한 금융회사의 연금계좌를 통해 적극적으로 자산 운용에 나서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고조된 개인의 투자 열풍이 연금자산 운용에도 반영될 조짐을 올해 IRP와 같은 퇴직연금 시장의 급성장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글로벌 투자와 TDF 강세
작년 이후 퇴직연금 운용에서 확인되는 또 다른 중요한 특징은 글로벌 투자와 타깃데이트펀드(Target Date Fund·TDF)의 강세다.

금융투자협회의 퇴직연금 펀드 운용 현황을 보면, 해외 자산을 일정 수준 이상 편입한 글로벌 펀드 적립금은 올 3분기 기준 전년 말 대비 76% 증가했다. 반면 국내 펀드 증가율은 이보다 훨씬 낮은 16%였다.

전체 퇴직연금 펀드 내에서 국내 펀드와 글로벌 펀드 비율은 2019년 73 대 27에서 올 3분기 53 대 47로 확연히 달라졌다. 국내에 치중돼 있던 펀드 투자 대상이 글로벌화하는 양상이다.

자산 배분 자동 변경 및 재조정과 퇴직연금에 100% 편입이 가능한 TDF 성장세도 괄목할 만하다. 퇴직연금에서의 TDF 투자액은 올 3분기 현재 전년 말 대비 90% 증가한 6조1400억원에 달하고 있다. 퇴직연금 운용의 개념이 ‘저축’에서 ‘투자’로 옮겨 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박영호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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