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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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인플레이션이 모든 것을 바꿀 것이다.”

잭 도시 트위터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3일 남긴 글이다. 도시는 초(超)인플레이션이 미국에서 곧 나타나고, 세계로 확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높은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오래갈 것 같다”고 밝힌 와중에 도시의 트윗은 미묘한 파장을 불러왔다. 특히 그가 ‘비트코인 열혈 지지자’라는 점에서 비트코인을 띄우려는 시도 아니냐는 의심이 꼬리를 물었다. 스티브 한케 존스홉킨스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위터로 무책임한 발표를 하기보다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돈나무 언니’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CEO도 “기술 혁신과 창조적 파괴가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래픽=이정희 기자
그래픽=이정희 기자

물가 뛰면 비트코인도 뜬다?

비트코인 장기 투자…부자 될 비장의 카드?
도시의 트윗은 ‘스타 CEO의 말실수’로 정리되는 분위기지만 ‘인플레이션 공포’를 자양분 삼아 더욱 주목받고 있는 비트코인의 속성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지난 7월 3만달러 아래로 무너졌던 비트코인은 10월 들어 급등하더니 6개월 만에 신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후 조정을 겪고 있지만 올초보다 두 배 넘게 오른 6만달러 선을 지키고 있다.

암호화폐 옹호론자들은 ‘큰손’ 자금이 본격 유입되기 시작한 비트코인이 화폐가치 하락의 ‘피난처’로 빛을 발하며 위상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 들어 비트코인을 사들인 테슬라, 트위터, 넥슨 등은 ‘인플레 헤지’를 투자 목적으로 밝혔다. JP모간은 보고서에서 “기관들이 비트코인을 금보다 나은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업계는 비트코인의 희소성과 불변성이 금과 똑같고, 거래의 편의성과 관리 비용 측면에선 오히려 우월하다고 강변한다. 미래 주역인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실물 금’보다 ‘디지털 금’을 선호할 것이란 주장도 편다. 비트코인이 10만달러 등을 돌파할 것이라는 일부 기관의 전망도 비트코인 시총이 금과 동일해진다는 가정 아래 가격을 예측한 것이다.

중국이 암호화폐 전면 금지에 나섰지만, 시장은 오히려 규제 불확실성의 해소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최초의 비트코인 선물(先物) 상장지수펀드(ETF)인 프로셰어즈 ETF가 지난 19일 등장했다. ‘미국은 중국처럼 암호화폐를 때려잡진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시장에 안겼다. 프로셰어즈 ETF는 ‘서학개미’도 5504만달러(약 640억원)어치를 매수하는 등 국내외에서 예상 밖의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현물(現物) 가격과 괴리가 있는 선물 ETF라는 한계는 있지만, 암호화폐 직접 투자를 망설여온 개인과 기관에 투자 길을 넓혀줬다는 의미가 있다. 아직은 ‘좀 나간 얘기’지만, 내년께 비트코인 현물 ETF나 이더리움 ETF가 나올 것이란 장밋빛 전망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대체투자의 하나로 차분하게 접근을”

국내 암호화폐 투자의 저변은 상반기 ‘2차 코인 광풍’을 거치면서 한층 넓어졌다. 업비트 회원은 890만 명으로, 1년 전(300만 명)의 세 배 가까이로 불어났다. 한국 코인 투자자는 유독 알트코인(비트코인을 뺀 나머지 암호화폐)과 단타를 좋아하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초보일수록 ‘대장주’ 비트코인으로 시작할 것을 권하고 있다. 증권가 관계자는 “해외 기관이 담는 암호화폐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마지노선”이라며 “최소한의 검증이 이뤄진 종목은 딱 두 개라는 뜻”이라고 했다.

암호화폐거래소 임직원 상당수는 소액·장기·적립식 투자를 추천한다. 비트코인으로 ‘대박’을 노리지 말고 대체투자처의 여러 선택지 중 하나로 보라는 것이다. 오세진 코빗 대표는 “나와 같은 월급쟁이라면 매달 소득의 5%만 비트코인을 꾸준히 사볼 것을 권한다”며 “게임 아이템을 사거나 외식 몇 번 할 돈만 아껴 ‘적금 든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게 좋다”고 했다. 거친 변동성을 피할 수 없는 만큼 적극적인 분산으로 위험을 줄이라는 것이다. 물론 비트코인의 가치와 장기 우상향 가능성을 신뢰한다는 전제가 깔려야 가능한 방법이다.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암호화폐 투자를 돕는 해외 금융회사는 코인이 전체 자산의 일정 비중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회원이 찾지 않는데 먼저 소개하는 것은 금지하기도 한다. 허백영 빗썸 대표는 “코인은 상·하한가가 없고 24시간 거래하기 때문에 증시보다 3~4배 빠른 사이클로 돌아가는 시장임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