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지주회사, 인수합병(M&A) 등을 테마로 한 이색 펀드를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26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신영자산운용은 저평가된 지주사에 투자하는 ‘신영마라톤지주회사펀드’를 출시했다. 기존 신영마라톤K1펀드를 새로운 콘셉트로 리모델링한 펀드다.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저평가 지주회사를 대상으로 중장기 투자를 통해 안정적 수익 달성을 목표로 한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는 “지주사의 주식을 보유한다는 것은 지주사 전체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하는 것과 같은 의미인데, 주요 지주사의 경우 자회사 순자산가치(NAV) 대비 저평가가 심해지는 경향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허 대표는 이어 “오너가의 승계 관련 현금 흐름 확보가 필요한 시기이고, 과거 일감 몰아주기 등 편법이 불가능해진 만큼 지주사의 배당 수요는 구조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덧붙였다.

삼성그룹은 삼성물산,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모비스를 펀드에 담는 식이다. 대기업 가운데 법적으로 지주회사 요건을 갖춘 곳과 지주회사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는 회사들 가운데 저평가된 곳을 선별해 포트폴리오에 담았다.

삼성자산운용은 이달 초 M&A로 장기 성장이 예상되는 기업에 투자하는 ‘삼성 글로벌 M&A 펀드’를 출시했다. 글로벌 M&A 기업에 투자하는 첫 공모펀드다. 글로벌 기업 간 합종연횡이 활발해지고 있는 만큼 이와 관련한 기업에 주목해 투자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펀드는 M&A를 활용해 성장하는 기업을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포트폴리오에 담았다. 같은 업종 내에서 인수합병을 단행해온 디즈니, 화이자,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를 비롯해 다양한 업종의 우량 기업 인수를 통해 사업영역을 확대해온 AT&T, 혁신 기업을 발굴해 M&A를 진행한 현대차 등이 이에 해당된다는 설명이다.

앞서 여성 친화 기업에 투자하는 ‘메리츠더우먼펀드’, 거래소 자체에 투자하는 ‘유리글로벌거래소펀드’ 등 이색 펀드들이 시장에 출시된 바 있다. 카카오, SK텔레콤 등을 담고 있는 메리츠더우먼펀드는 최근 1년 새 35.49% 수익을 냈다. 유리글로벌거래소펀드는 글로벌 증시에 상장된 20개가량의 증권·선물거래소 등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미국 시카고선물거래소, 홍콩증권거래소 등이 투자 대상이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