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시장 같던 비상장株 거래, 판 확 키웠다
비상장 주식을 거래하는 방법은 매우 복잡했다. 주식을 팔기 위해선 비상장 주식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매도 희망 게시물을 올리고 매수자를 기다려야 했다. 매수 희망자들은 게시물의 주식 시세를 따로 파악해야만 했다. 매도자와 매수자가 주식과 대금 지급을 누가 먼저 하냐를 놓고도 실랑이를 벌여야 했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나 볼 수 있었던 모습이다.

피에스엑스가 비상장 주식 플랫폼 ‘서울거래 비상장’을 세상에 내놓은 배경이다. 2019년 7월 설립된 피에스엑스는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로 선정됐고, 지난해 12월 서울거래 비상장을 정식 출시했다. 매도자가 자유롭게 가격을 책정해 매물을 내놓고, 매수자가 원하는 기업을 검색해 매수 희망 의사를 보이면 이 둘을 자동으로 매칭시켜주는 게 피에스엑스의 역할이다.

피에스엑스는 증권사와 연결돼 있는 전용망으로 매도자가 실제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지, 매수자가 실제 대금을 갖고 있는지 확인한다. 거래가 성사되면 거래 정보를 증권사에 넘기고 매물과 대금을 교환시켜준다. 이 모든 과정은 플랫폼 뒷단에서 일어난다. 이용자는 서울거래 비상장 앱 내에서만 거래활동을 하면 된다. 보안과 편리함을 동시에 잡은 것이다.

김세영 피에스엑스 대표(사진)는 “비상장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기업의 미래가치가 유망한데도 현금화가 쉽지 않아 스톡옵션을 행사하지 않는 사례를 많이 봤다”며 “비상장 주식을 보다 손쉽게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다면 많은 사람이 스톡옵션을 행사하고 서비스를 이용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서울거래 비상장은 지난 2월 월간 활성화 이용자 수(MAU) 10만 명을 달성한 데 이어 최근 30만 명 선까지 돌파했다. 1월에는 시드 투자 금액으로는 이례적인 35억원 유치에 성공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도 개인투자자로 참여했다. 김 대표는 “우아한형제들, 직방 등 스타트업들이 크게 성공하면서 비상장 주식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서울거래 비상장은 이용자들이 신주 투자에도 참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