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건조한 드릴십. /사진=한경DB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드릴십. /사진=한경DB
조선기업들의 주가가 잇단 수주 낭보에 지난 25일 강하게 반등했다. 하지만 정작 수주 모멘텀을 주도한 삼성중공업의 상승폭은 크지 않았다. 약세장에서 낙폭이 크지 않았고, 해양플랜트 비중이 높은 탓으로 분석된다. 때문에 조선주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대우조선해양은 7.78%, 한국조선해양은 5.07%, 현대중공업은 4.95%이 올랐다. 삼성중공업도 상승했지만, 그 폭은 1.34%에 그쳤다. 장중 고점도 직전 거래일보다 3.03% 높은 6130원에 그쳤다. 전일 조선기업들 주가를 밀어 올린 수주 낭보가 삼성중공업에서부터 시작됐지만, 정작 업종의 상승세에서는 소외된 모습이다.

삼성중공업은 버뮤다지역 선주부터 9713억원 규모로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4척을 지난 22일 수주했다고 전일 공시했다. 앞서 삼성중공업은 지난 18일에도 셔틀탱커 7척을 약 2조원 규모로 수주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일주일 사이 일감이 3조원가량 늘었다.

현대중공업도 전일 삼성중공업에 이어 중동지역 선주로부터 석유화학운반(PC)선 4척을 수주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수주 규모는 3826억원으로 삼성중공업보다 작았다.

조선 빅3 중 삼성중공업의 주가 상승세가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배경은, 최근 조선업종의 약세 국면에서 주가가 덜 하락한 영향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22일까지 한국조선해양은 18.48%가, 대우조선해양은 21.12%가 각각 하락했다. 같은 기간 삼성중공업의 낙폭은 4.65%에 그쳤다.

오를 때도 덜 올랐다. 대우조선해양과 한국조선해양은 5월11일 각각 4만300원과 16만500원으로 올해 고점을 찍었다. 작년 종가 대비 47.93%와 47.08%가 오른 수준이었다.

삼성중공업의 올해 고점은 3월31일의 7334원으로 작년 종가 대비 10.37% 상승하는 데 그쳤다. 적자가 지속된 탓이다. 삼성중공업은 2015년부터 작년까지 6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1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6월22일 임시주주총회에서 5대1 무상감자를 결정해 7월 시행했고, 이달 말에는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설 예정이다. 자본잠식을 막기 위한 결정이었다.

대우조선해양이나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계열사들과 달리 삼성중공업이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배경은 해양플랜트 분야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조선 빅3 중에서도 드릴십 분야에 특히 강점을 갖고 있었다. 드릴십은 해저유전을 탐사하는 데 쓰이는 장비다. 유가가 낮으면 해저유전 개발에 나서지 않으니 수요가 부족해진다.

문제는 국제유가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 배럴당 85달러선까지 올라왔는데도, 드릴십에 대한 인기가 시들하다는 점이다. 실제 올해 들어 경제 재개에 대한 기대와 함께 국제유가도 상승 추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한국 조선기업들의 드릴십 매각은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대우조선해양이 재고로 보유하고 있던 드릴십을 사들이기로 했던 노르웨이 노던드릴링이 계약을 취소했다.

현재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각각 4기의 드릴십을 재고로 두고 있다. 모두 조선업 위기가 일어난 2016년 이전에 발주돼 지어진 뒤, 선주 측에서 인도하지 않아 조선사들이 재고로 떠안은 장비들이다.

앞으로도 해저유전 개발이 활성화되기는 힘들어 드릴십의 수요가 크게 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2014년 이후 유가 변동성 확대는 신규 유전 개발에 대한 투자 위축을 야기했다”며 환경 규제 강화 가능성도 신규 유전 개발 투자에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이어 “해양구조물 중에서도 드릴십은 신규 유전의 탐사와 개발이 완료된 뒤 다른 프로젝트에 투입할 수 있다”며 “일종의 재사용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