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Getty Images Bank
코스닥 바이오업체 오스코텍은 지난 1월 7일 임상 결과를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핵심 파이프라인인 세비도플레닙이 임상2상에서 기대한 것만큼 효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발표 당일 주가는 21.42% 급락했다. 하지만 영문도 모른 채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 속출했다. 오스코텍이 임상 결과를 금융감독원 사이트에 공시하지 않아 알림을 받지 못한 투자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오스코텍이 임상 사실을 공시한 것은 8개월 뒤인 8월 13일이다. 주가가 이미 반토막 난 이후다. 이런 잘못이 인정돼 오스코텍은 지난 15일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제재금은 투자자들의 피해액보다 한참 적은 1600만원을 부과받았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분석한 결과 연초 이후 106개사(중복 지정 포함 시 109개사)가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이 중 제재금을 낸 곳은 55개사에 불과하다. 55개사가 부과받은 제재금도 총 13억8800만원에 그쳤다. 51개사는 한 푼도 내지 않았다.

Getty Images Bank
Getty Images Bank
1억원 이상 제재금을 받은 곳은 남양유업(2억2000만원) 한 곳뿐이었다. 나머지는 공시 위반이 주가에 영향을 줬음에도 3000만원 수준의 제재금을 받는 데 그쳤다. 9280억원에 달하는 마스크를 수출한다고 공시해놓고 계약 사실을 번복한 엘아이에스도 제재금으로 3800만원을 부과받았다. 쎄미시스코는 유상증자 결정을 4회나 철회해 투자자에게 피해를 줬지만 3600만원의 제재금만 부과받았다.

투자자들의 피해가 이어지고 있지만 공시 위반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2017년 93건이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수는 2018년 132건으로 급증한 뒤 감소하지 않고 있다. 2019년 148건으로 늘었고, 2020년에도 151건을 기록했다. 올해도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공시 위반이 중견기업과 대기업에서 발생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DB금융투자는 작년 11월 국민연금으로부터 소송을 당했지만 지난 8월이 돼서야 이 사실을 공시했다. 제재금으로는 400만원을 부과받았다.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18위인 오스템임플란트도 회사 분할과 주주총회 소집 결의를 철회한 사유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두산퓨얼셀도 채무보증을 지연 공시해 400만원의 제재금을 냈다.

제재금이 낮기 때문에 공시 의무를 소홀히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장사 IR 관계자는 “회사들이 회계감사와 소송 등에는 수억원을 쓰지만 공시는 전문 인력조차 채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제도를 이해하는 전문가만 채용하면 위반할 일이 없는데, 이마저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장사 내에서 IR업무는 점점 기피 업무가 되고 있다. 업무 강도는 높고 법적 책임이 큰 것에 비해 대우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돈이 없는 중소기업을 위해 정부가 공시대리인 제도를 도입했지만 등록한 회사는 한 자릿수로 알려졌다. 공시대리인 제도는 코스닥 신규상장법인(3년 이하)과 중소기업들이 외부 전문가를 공시대리인으로 지정하는 제도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