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식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테마는 ‘친환경’이다. 세계 각국의 정책 지원이 기대되고 각종 규제 우려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이다. 이 테마가 장기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도 주목받는 이유다. 친환경 사업의 가치를 높게 평가받아 주가가 상승한 종목도 속속 나오고 있다.전통적으로 낮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부여받은 건설주도 친환경 테마에 올라탄 분위기다. 수소·풍력에너지 등 친환경 신사업에 힘입어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친환경 신사업이 구체화된 종목을 중심으로 건설주에 주어지는 낮은 밸류에이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친환경 건설주 급등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건설 지수는 이달 들어 5.61% 상승했다. 이 지수는 7월 초부터 지난달 말까지 2.58% 하락했지만 이달 들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코스피200건설 지수는 6.27% 오르며 코스피200 지수 상승률(-0.12%)을 웃돌았다.최근 건설주 강세는 친환경 관련주로 평가받는 종목들이 이끌었다. 지난 17일 플랜트 건설업체인 삼성엔지니어링은 0.93% 오른 2만7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한 주 동안 20.09% 상승하며 52주 최고가를 경신했다. 친환경 수소 생산 설비와 암모니아 운송 설비의 EPC(설계·조달·시공)에 나선다는 소식에 매수세가 몰렸다.코오롱글로벌은 국내 풍력발전 점유율 1위라는 점과 수소 생산 사업에 진출한다는 것이 주목받으면서 지난 한 달 동안 35.36% 급등했다. 같은 기간 현대건설(7.95%), DL이앤씨(4.10%), GS건설(12.70%), 대우건설(3.93%) 등 다른 대형 건설주의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증권업계에서는 친환경 신사업에 힘입어 건설주가 더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간 건설주는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5~10배 내외의 낮은 밸류에이션을 부여받았다. 라진성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친환경 관련주들이 높은 밸류에이션을 부여받는 것처럼 건설주도 친환경 사업이 확대되면 주가가 업그레이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DL이앤씨 등 주목”전문가들은 친환경 신사업의 내용이 구체화된 종목을 눈여겨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김승준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삼성엔지니어링과 코오롱글로벌은 구체적인 신사업 계획을 제시하면서 주가가 상승했다”며 “많은 건설업체가 친환경 사업을 발표하는데 실제로 기술과 역량이 있는지에 따라 주가 향방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KTB투자증권은 DL이앤씨를 유망 종목으로 꼽았다. DL이앤씨는 탄소포집·활용(CCU) 설비와 수소 생산·저장 설비 분야에 진출할 계획이다. 지난달에는 대산파워로부터 CCU 설비 공사 낙찰의향서를 수령했고, 현대오일뱅크와 함께 국내 최대 규모의 CCU 설비 구축에 나섰다. 라 연구원은 “향후 수소 관련 설비 구축에서 암모니아 공정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DL이앤씨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암모니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기술과 사업 파트너를 모두 갖춰 수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건설업체들은 안정적인 본업을 바탕으로 탄탄한 실적도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3기 신도시 등 대규모 주택 공급이 본격화하면서 2023년까지 건설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대선 주자들이 부동산 공급 확대 정책을 내놓고, 지난 16일 서울시가 재개발 규제를 완화하는 등 호재도 나오면서 실적 개선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DL이앤씨의 12개월 선행 PER은 4.8배 수준으로 친환경 관련주에 비해 낮은 편이다. 국내 증권사들이 추정한 DL이앤씨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는 8690억원이다. 내년 연간 영업이익은 9480억원으로 올해보다 9.1% 늘어날 것으로 증권사들은 보고 있다.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코오롱그룹 4세 이규호 부사장이 코오롱의 미래 먹거리로 '수소'를 낙점했다.코오롱그룹은 수소산업 소재부품 분야 핵심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수소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KOREA H2 Business Summit’에 참여했다.지난 9월 8일 킨텍스에서 개최된 이 행사는 국내 수소산업을 추진 중인 주요 회원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대한민국 수소경제를 주도할 협의체를 구성하고 본격 행보에 나서기로 했다. 코오롱그룹사 중에서는 코오롱인더스트리를 중심으로 코오롱글로벌, 코오롱글로텍과 코오롱플라스틱이 참여한다. 이 부사장, '수소 산업' 투자로 밸류체인 구축특히 이번 행사가 눈길을 끈 것은 코오롱그룹 4세 이규호 부사장의 첫 공식 행사 참석이였기 때문이다. 이 부사장은 이웅열 전 회장의 장남으로 코오롱그룹의 차기 총수로 꼽힌다. 이웅열 전 회장은 지난 2018년 퇴진했다. 그 후 이 부사장은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역임했으며 현재는 코오롱그룹의 미래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이날 이 부사장은 3~4세 오너 경영자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과 함께 그룹사 대표로 참여함으로써 각 그룹간 수소 전략을 공유했다. 이 부사장은 “코오롱은 2000년대 초부터 대한민국 수소산업의 미래를 내다보고 핵심소재 개발과 수소경제 저변 확대를 위해 꾸준히 준비해 왔다”며 “수소경제 전반의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원앤온리(One&Only) 소재 기술력으로 수소 솔루션 프로바이더가 되기 위한 역량을 집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공식행사 참석을 시작으로 차기 총수로서 이규호 부사장이 보여줄 리더십도 주목된다. 이 부사장을 중심으로 코오롱그룹은 핵심 사업으로 점찍은 ‘수소’에 대한 투자를 통해 ‘수소경제 밸류체인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코오롱그룹은 기존 그룹사가 추진 중인 수소사업을 발전시키는 동시에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수소사업과의 접점을 찾아 수소사업 전반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간다. 각 계열사는 활발하게 수소 사업을 추진 중이다. 우선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수소연료전지분야에서 오랜 기간 쌓아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종합솔루션을 제공하는 그룹 내 수소사업의 중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풍력사업을 바탕으로 수소연료전지를 활용한 수전해 기술로 그린 수소을 직접 생산 공급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코오롱글로텍은 탄소섬유와 에폭시를 활용한 수소압력용기 사업을 추진 중이며, 코오롱플라스틱은 차량용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소연료전지의 효율성을 증진시키는 하우징 부품을 생산 공급하고 있다.코오롱인더스트리는 2006년 수소연료전지용 분리막 기술 연구를 시작한 이래 수소연료전지분야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오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주요 수소사업 제품은 수소연료전지용 수분제어장치와 고분자 전해질막(PEM), 막전극접합체(MEA)다. 수분제어장치는 수소연료전지의 전기가 잘 발생하도록 습도를 조절하는 부품으로 코오롱인더스트리가 국내 최초로 양산, 현재 글로벌 점유율 1위로 현대차의 수소전기차인 넥쏘에 공급 중이며 대규모 증설도 추진 중이다. 수소연료전지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고분자 전해질 분리막인 PEM은 금년 초 국내 최초로 양산설비를 갖추고 사업확장에 나섰으며, PEM과 전극을 결합한 부품인 막전극접합체 MEA는 수소연료전지 스택(전기발생장치)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핵심부품으로 2023년까지 양산체제를 갖추고 적극적인 시장공략에 나설 계획이다.코오롱글로벌은 육상과 해상풍력발전 사업에 이어 풍력발전단지에서 발생하는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그린수소 생산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풍력발전단지의 심야전력을 활용한 수전해 기술로 물을 전기 분해해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특히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생산하는 수분제어장치와 막전극접합체를 활용한 수소연료전지로 ESS(에너지저장 시스템)를 구성하는 등 그룹사간 시너지를 창출해 나갈 계획이다.코오롱글로텍은 수소저장과 운송에 필요한 압력용기 사업을 추진 중이다. 수소압력용기에 필수적인 토우프레그 및 드라이와인딩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소모빌리티 산업의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코오롱플라스틱은 주로 수소전기차용 연료전지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하우징 부품 및 수소압력용기 국산화를 위한 소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부사장은 지난 8일 공식석상에 데뷔했다. 국내 수소경제를 주도하는 15개사로 구성된 한국판 수소위원회인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에 참석한 것. 업계에선 코오롱이 수소산업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했다.최근 증시에서 수소산업이 가장 뜨거운 테마로 떠오르면서 투자자의 관심은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플라스틱, 코오롱글로벌 등 코오롱그룹의 상장 자회사로 향하고 있다. 이들 주가는 지난달 초 대비 약 20%, 많게는 60%씩 올랐다. 본업이 실적을 든든하게 받쳐주면서 수소라는 신산업 테마까지 갖췄다는 것이 이들 기업의 공통점이다. 자회사가 치고 나가자 코오롱그룹 주가도 덩달아 뛰고 있다. 수소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데 성공한 효성그룹 주가가 크게 뛰어오른 것처럼 코오롱그룹 주가도 한 단계 레벨업할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되고 있다. 수소 날개 단 코오롱 3형제코오롱그룹의 맏형 코오롱인더스트리 주가는 이달 초 대비 22.26% 급등했다. 코오롱인더가 최근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수쇼연료전지 핵심 소재인 멤브레인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멤브레인은 연료전지에서 수소 이온만 통과하게 만든 일종의 분리막이다. 코오롱인더가 국산화하기 전까지 미국 3M 등에서 전량 수입해온 소재다.코오롱인더는 이외에 수소연료전지 내부의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핵심 부품인 수분제어장치도 생산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차인 넥쏘에 공급 중이다. 글로벌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수소연료전지 내에서 산소와 수소의 화학적 반응을 이끌어내 전기에너지로 변환시키는 막전극접합체(MEA)도 생산하고 있다. 이진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코오롱인더는 현대차 납품을 위해 수분제어장치 생산 공장을 증설할 계획”이라며 “MEA 증설도 계획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코오롱인더는 성장성뿐 아니라 실적도 뒷받침되고 있다. 현재 주력 사업인 타이어코드 등이 호황이다. 수요가 늘어 3분기 타이어코드 단가는 전분기 대비 10%가량 높아졌다.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47.04% 늘어난 70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코오롱플라스틱은 지난달 초 대비 61.92% 급등했다. 수소차 탱크 부품용 소재와 수소차용 하우징 소재를 개발 중이라는 게 알려지면서다. 이 연구원은 “수소연료탱크 중에서도 가장 앞선 형태인 타입4에 적용하는 플라스틱 라이너(수소차 탱크 부품용 소재)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며 “2023년 개발 완료를 목표로 자동차·소재·탄소섬유 회사와 컨소시엄을 이뤄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본업도 탄탄하다. 전기차 모터기어에 사용되는 폴리아세탈(POM) 관련 수요가 늘어나면서 올 3분기 역대 최고 실적을 낼 것으로 증권가는 기대하고 있다. 지주사 코오롱 한 달 새 30%↑건설회사인 코오롱글로벌도 새 캐시카우로 수소산업을 점찍었다. 풍력단지 발전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활용, 물을 전기분해해 그린수소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다. 코오롱그룹이 수전해기술 보유 업체에 지분투자하거나 업무협약(MOU)을 맺어 기술을 확보하고, 코오롱글로벌이 보유한 풍력발전 사업지를 활용해 그린수소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코오롱글로벌은 2024년 완도해상풍력을 착공한다. 김승준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올해 역대 최대 수준의 주택 신규 수주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실적이 받쳐주는 한편 그린수소 생산이라는 회사의 성장 방향성까지 명확히 제시했다”고 설명했다.수소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자회사 주가가 고공행진하면서 지주회사 코오롱의 주가도 덩달아 뛰고 있다. 이달 초 대비 30.02% 올랐다. 효성그룹 자회사가 수소 밸류체인 소재 기술을 확보하면서 그룹주가 크게 오른 만큼 수소산업 역량을 갖추고 있는 코오롱 주가도 효성을 따라갈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그룹 내 자회사들이 수소 관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코오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