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흥행에 성공한 '미르4'
'현질'서 벗어난 새 수익모델 제시
규제 탓에 한국선 돈 못 벌어
필리핀 마닐라의 정보기술(IT) 애널리스트였던 빈센트(25)는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7월 정리해고됐다. 먹고 살 길이 막막했던 빈센트가 찾은 새로운 출구는 게임이었다. 그는 베트남 게임 ‘엑시인피니티’에서 퀘스트를 완료한 뒤 얻은 코인을 팔아 생활비를 충당했다. 빈센트처럼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은 많은 필리핀인들은 게임을 통해 수익을 얻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게임업계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돈 써서 이기는 게임(P2W·play to win)’에서 ‘돈 버는 게임(P2E·play to earn)’으로의 변화다. 엑시인피니트처럼 대체불가토큰(NFT) 기술을 사용해 돈 버는 시스템을 구축한 게임사가 게임체인저가 되고 있다. 이런 게임사가 한국에도 있다.
는 P2E 게임 시장에 국내에서 처음 뛰어들어 1년 반 만에 ‘텐베거(10배 오른 주식)’가 됐다.
돈 버는 MMORPG
21일 위메이드는 전 거래일 대비 8.69% 오른 14만1400원에 장을 마쳤다. 올초 이후로만 627% 올랐고, 17개월 만에 텐베거가 됐다. 위메이드의 시가총액은 현재 4조7026억원으로, 코스닥시장 내 7위를 기록 중이다. 위메이드의 코스닥 시총 순위는 106위(지난해 말)→55위(올 9월 말)→7위로 수직상승했다. 연매출 1000억원(작년 기준)의 위메이드가 연매출 3조원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미르4글로벌’이 흥행한 덕이다. 하지만 단순히 게임이 흥행했기 때문은 아니다. 위메이드가 미르4를 통해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뒷받침됐다. P2W에서 P2E로 패러다임을 바꿀 주역이 될 수 있다는 기대다.
미르4는 리니지처럼 대규모 전투가 가능한 MMORPG다. 사용자들은 게임 내 전투를 통해 광산을 점령한 뒤 흑철을 캘 수 있다. 얻은 흑철로는 아이템 강화도 할 수 있지만, 드레이코라는 토큰으로 바꾼 뒤 가상자산(암호화폐)거래소 빗썸에 상장돼 있는 위믹스 코인으로 환전해 현금화할 수도 있다. 사용자가 몰리면 몰릴수록 전쟁에서 이기기 어려워지는데, 이용자는 전쟁에서 이겨야만 흑철을 캘 수 있기 때문에 더 게임에 몰입하게 된다. 원조 P2E게임 엑시인피니티를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 노동처럼 플레이했다면, 미르4는 전투라는 게임을 즐기면서 돈을 버는 셈이다.
미르4는 평균 소득이 낮은 데다 코로나19로 경제적 타격을 크게 입은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미르4로 얻은 코인으로 웬만큼 생활비는 충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에서는 돈을 벌 수 없다. 과거 ‘바다이야기’ 등으로 홍역을 치른 정부가 NFT를 통한 현금거래는 사행성 문제가 있다며 등급을 내주지 않고 있다. 미르4는 세계 170여 개국에 출시돼 있다.
새로운 청사진…규제 가능성 ‘발목’
위메이드는 이용자의 아이템 구입(과금) 등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다. 이용자는 아이템을 돈 주고 구매해도 결국 이기면 다시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과금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다. 이뿐만 아니라 위믹스 코인 거래 수수료까지 얻을 수 있다. 위메이드는 암호화폐거래소 빗썸의 최대주주
가 최근 역풍을 맞은 상황에서 위메이드의 미르4가 게임체인저 역할을 한 만큼 현재 주가 수준은 타당하다”고 말했다.
한국산 MMORPG의 해외 진출 성공 가능성을 높였다는 분석도 있다. 맥쿼리증권은 “한국의 MMORPG에 대한 해외 수요가 적은 상황에서 보상으로 사용자의 몰입을 높이는 P2E 게임 모델은 해외 사업 확장의 교두보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위메이드 추가 투자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가 대세다. 또 다른 펀드매니저는 “현재 적정주가 산출은 의미가 없고 앞으로는 P2E 게임 확장성에 베팅해야 하는 구간”이라고 말했다. 또 해외에서도 NFT를 적용한 게임의 사행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어 시장 확장 기대와 규제 우려 사이에서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 막 내 트위터 설정했음.(Just setting up my twttr.)”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가 2006년 올린 첫 트윗이다. 이 짤막한 글은 지난 3월 경매에서 291만달러에 낙찰됐다. 그의 트윗은 누구나 볼 수 있지만, 소유권은 낙찰자 한 사람이 가진다. 디지털 파일과 구매자 정보를 블록체인(분산 저장 기술)으로 기록해 파일이 원본임을 증명해준다. NFT(대체불가능토큰·Non-Funsible Token), 쉽게 말하면 디지털 세계의 ‘등기부등본’이다.코로나19를 계기로 활동 반경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을 가지고 싶어 하는 투자자가 급증했다. 메타버스 생태계가 확장될수록 이 수요는 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자신이 소유한 디지털 콘텐츠를 컬렉션 형태로 전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NFT산업에 올라탄 게임주28일(현지시간) 회사명을 ‘메타(Meta)’로 바꾼 페이스북은 NFT를 활용해 디지털 상품을 전시하고 판매할 수 있는 마켓플레이스를 구축하겠다고 나섰다. 관련 생태계가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에 국내 NFT 관련주도 상승세에 올라탔다.1년 반 만에 ‘텐베거(10배 오른 주식)’가 된 위메이드가 대표적이다. 위메이드 ‘미르4’는 게임 내에서 캔 흑철을 토큰으로 바꾼 뒤 암호화폐 지갑에 넣으면 위믹스 코인으로 바꿀 수 있도록 했다. 이용자는 암호화폐거래소에서 위믹스를 현금화할 수 있다. 최근 블록체인 자회사 위메이드트리를 흡수합병하고, 위믹스를 기축통화로 사용하는 ‘위믹스 플랫폼’을 운영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 회사 주가는 이달 들어서만 161% 올랐다.미술품 시장도 NFT를 적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분야다. 최근 세계 최대 경매 업체 소더비가 NFT 스타트업 모히토에 200만달러를 투자한 배경이다. 국내 경매 회사인 서울옥션 자회사 서울옥션블루도 두나무와 NFT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이 회사 주가도 이달 들어서만 59% 뛰었다. 인플레이션 회피 자산으로 각광연초에 한창 인기를 끌었던 NFT가 다시 각광받게 된 것은 암호화폐와 NFT가 인플레이션 헤지(위험회피) 자산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가치평가의 대가’로 꼽히는 애스워스 다모다란 뉴욕대 교수는 “인플레이션이 본격화하면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어떤 금융자산도 오르기 어려워진다”며 “금으로도 인플레이션을 헤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암호화폐와 NFT로 몰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임, 예술품 등의 자산을 토큰화한 NFT는 복제가 불가능하다. 희소성도 높다. 투자자가 금을 대체하는 새로운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믿게 된 이유다. 경쟁력은 콘텐츠에서 나온다증권가에선 NFT 관련 주식을 투자할 때 변동성을 조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NFT 게임 등은 국내에서 아직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본업이 튼튼하게 받쳐주면서 NFT 관련 신사업을 통해 미래 성장성까지 갖춘 종목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조언이다. 대표적인 업종이 엔터산업이다. ‘위드코로나’ 정책이 시행되면서 오프라인 콘서트가 재개되면 현실 세계에서도 돈을 벌고, 가상현실에서도 돈을 벌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NFT 사업의 경쟁력은 결국 콘텐츠 경쟁력이 좌지우지할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팬덤이 클수록 NFT 가치도 올라간다. 이미 JYP는 두나무와 NFT 플랫폼 사업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고, 하이브도 두나무와 BTS 굿즈 NFT 발행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기획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팬 플랫폼도 기회 요소다. 스타와 팬이 문자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한 ‘버블’ 플랫폼을 갖고 있는 SM 자회사 디어유가 대표적이다. 디어유는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진화한다는 방향성을 두고 있다. 남효지 SK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 기획사 매출이 주로 콘서트나 음반 활동에서 일어났다면 이제는 아티스트 IP를 활용한 무형자산이 새로운 캐시카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고재연/이슬기 기자 yeon@hankyung.com
위메이드가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미르4 글로벌의 흥행에 7%대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27일 오전9시56분 현재 전일 대비 1만2100원(7.52%) 상승한 17만3100원에 거래되고 있다.이날 미르4 글로벌의 동시 접속자 수가 100만명을 넘어섰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MMORPG 장르 게임이 단일 빌드로 이 같은 기록을 세우는 건 전례를 찾기 드물다는 게 업계 평이다. 앞서 미르4는 이달 14일 동시 접속자 80만명을 돌파해 자사 '미르의 전설2'의 기록을 경신했다.미르4 글로벌은 현재 전 세계 170여개국에 12개 언어로 지원되고 있다.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위메이드가 블록체인 전문 자회사 위메이드트리와 합병을 통해 블록체인에 올인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와 함께 자체 발행한 가상자산(암호화폐) 위믹스 토큰(WEMIX)을 글로벌 메타버스 기축 통화로 활용할 방침이다. 위메이드는 지난 25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블록체인 사업을 전담했던 자회사 위메이드트리의 흡수합병을 결의했다고 26일 밝혔다. 위메이드는 이번 합병을 통해 게임과 블록체인을 연계하는 메타버스 사업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또한 자사 게임뿐 아니라 모든 게임이 플레이 투 언(Play to Earn, P2E)으로 변환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 위메이드트리는 지난 2018년 1월에 설립된 스핀오프(Spin-off) 스타트업으로 지난 3년여 동안 독자적인 블록체인 게임 및 플랫폼을 개발해 왔다. 최근에는 대체불가토큰(NFT) 거래소 등 게임 산업을 변혁시킬 새로운 시도도 진행했다. 특히 위메이드트리가 개발한 블록체인 플랫폼 위믹스 위에 탑재된 '미르4 글로벌'은 전 세계 170여 개 국가에 12개 언어로 정식 출시했다. 현재는 167개의 서버를 확장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미르4의 변혁적인 성장이 게임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며 "위메이드의 비전은 위믹스 토큰을 글로벌 메타버스 기축 통화로 만드는 것으로, 이번 합병은 그 시작"이라고 말했다.이지영 블루밍비트 기자 jeeyoung@bloomingbit.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