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성장률 쇼크…5% 깨져

헝다 사태로 부동산 시장 위축
원자재값 급등에 전력대란까지
잇따라 불거지며 경기 '급랭'

생산·투자 지표도 예상 밑돌아
"부채 탓에 부양책도 쉽지 않아"
전력난과 원자재 가격 급등, 헝다그룹 사태로 인한 부동산 시장 침체 등이 겹치면서 중국 경제 성장세가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무난할 것으로 예상됐던 8%대 성장률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18일 발표된 중국의 올 3분기 경제성장률 4.9%는 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던 지난해 3분기와 같은 수치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면 역대 가장 낮다. 1992년 분기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기존 최저치는 2019년 4분기의 5.8%였다.
전분기 대비로는 0.2% 성장에 그쳐
부동산 침체·전력난 '겹악재'…"中 8% 성장 어려울 수도"

중국 경제는 고강도 방역 조치와 부양책에 힘입어 작년 하반기부터 코로나19의 충격에서 확연히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수출과 내수 호조 속에 주요국 가운데 유일하게 연간 플러스 성장(2.3%)을 달성하기도 했다.

올해는 기저효과가 줄어들고 선진국의 경기 회복으로 수출도 줄어들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성장률이 내려가는 ‘상고하저’ 추세를 보일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전력난, 헝다 사태 등 상반기까지만 해도 경기 호조에 가려져 있던 불안 요소들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경기가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둔화하고 있다는 게 성장률 등 각종 지표로 확인되고 있다.

기저효과에 따른 착시를 고려해 전분기와 비교하면 성장률 하락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3분기 GDP는 2분기보다 0.2% 늘어나는 데 그쳤다. 2분기 증가율 1.3%에 비해 크게 하락한 것이다. 시장 예상치인 0.5%에도 못 미쳤다.

중국 2위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이 파산 위기에 몰리고, 중견 부동산 업체들이 잇따라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진 상황은 중국 경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부동산산업 위축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한국은행 중국경제팀은 헝다그룹 사태가 건설투자 부진과 주택경기 둔화, 소비 회복 지연 등으로 이어져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 요인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의 무리한 탄소배출 저감 정책에서 비롯된 전력난은 중국 산업의 44%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골드만삭스는 분석했다. 산업 현장에선 공장을 최고치의 60%만 돌리라는 지침이 내려오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치솟는 원자재 가격도 부담이다. 지난달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은 작년 동기 대비 10.7%로 26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소비자물가지수(CPI)는 0.7% 오르는 데 그쳤다. PPI와 CPI 상승률 격차가 벌어지면서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생산·투자 지표도 둔화
중국 경제를 보는 눈높이도 내려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2일 내놓은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8.4%에서 8.1%로 하향했다. 골드만삭스가 7.8%, JP모간이 7.9%를 예상하는 등 올초만 해도 무난할 것으로 예상됐던 8%도 깨지고 있다. 내년 성장률 전망은 대체로 5%대 초반으로 제시되고 있다. 경기 하방 압력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날 GDP와 함께 발표된 9월 주요 경제지표도 대부분 기대에 못 미쳤다. 제조업 현황을 보여주는 산업생산 증가율(전년 동월 대비)은 3.1%로 8월의 5.3%, 시장 예상치 4.5%를 크게 밑돌았다. 기업들의 경기 전망을 반영하는 고정자산투자 증가율도 7.3%로 예상치(7.9%)에 못 미쳤다. 다만 소매판매 증가율은 4.4%로 예상치(3.3%)를 웃돌았다.

일각에선 인민은행이 지급준비율이나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하지만 부채와 부동산 거품에 대한 우려로 섣불리 부양책을 쓰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생산자물가가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을 예상하면 오히려 금리 인상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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