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사옥 / 사진=한경DB
셀트리온 사옥 / 사진=한경DB
한때 주당 40만원에 육박했던 셀트리온의 주가가 반토막 수준으로 하락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 이후 발빠르게 치료제 개발과 진단키트 보급에 나서면서 주가가 급등했지만, 그 기대감이 사라지자 주가가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회사와 소액주주들 사이의 갈등도 격화되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셀트리온에 자사주 매입과 같은 주가 부양책을 요구했다가 거부당하자, 경영진과의 전면전을 염두에 두고 지분 모으기에 돌입했다.

18일 셀트리온은 전일 대비 3500원(1.59%) 하락한 21만6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레그단비맙)의 조건부 승인 기대감이 부풀었던 작년 12월7일 39만6241원과 비교하면 45.36% 낮은 수준이다.

특히 셀트리온은 이달 들어서도 16.57%가 빠졌다. 머크의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의 긴급사용승인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정맥주사(IV) 제형의 렉키로나에 대한 기대감이 사그라든 탓이다. 정맥주사 제형은 환자가 병원에서 길게는 몇 시간동안 누워서 링거 형태의 주사를 맞아야 하기에 먹는 알약 형태인 경구용 제제에 비해 편의성이 떨어진다.

머크의 경구용 치료제가 주목받기 전부터 셀트리온 주가는 올해 내내 내리막을 탔다. 연초 강세장에서 바이오섹터가 소외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렉키로나의 국내 조건부 승인이 이뤄진 당일인 2월4일에도 주가가 직전 거래일 대비 1.73% 빠졌다. 2월24일에는 28만2000원까지 빠졌다. 2월1일의 단기 고점 37만1000원보다 23.99% 하락한 수준이다. 이후 해외에서 렉키로나의 심사 관련 소식이 전해지면 순간적으로 주가가 튀어 오르기도 했지만, 길게 힘을 받지는 못했다.

이달 들어 주가가 급락하기 전까지는 공매도 거래가 부분적으로 재개된 5월3일의 24만9500원이 셀트리온의 연저점이었다. 이후 7월까지 공매도 거래 부분 재개로 형성된 저점보다 소폭 높은 수준에서 횡보했다.

그러나 셀트리온 주주들은 여전히 공매도 거래에 큰 반감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 이달 13일 기준 셀트리온의 공매도 잔고금액은 약 8650억원으로 코스피200지수에 편입된 종목들 중 가장 많다.

특히 올해 초까지는 셀트리온 주가를 부양하는 역할을 했던 렉키로나가 이제는 실적의 발목을 잡아 주가를 끌어내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 원래 바이오시밀러를 생산하던 생산설비의 일부를 렉키로나 생산으로 돌리면서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집계된 셀트리온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2047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6.55% 적은 수준이다. 신한금융투자는 1496억원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동건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셀트리온의 실적 악화는) 유럽, 미국 진출을 앞두고 선제적 생산이 이뤄지고 있는 렉키로나의 영향도 존재한다”며 “지난 2분기 렉키로나의 선제적 생산에 따른 포트폴리오 조정으로 바이오시밀러 공급이 제한됐던 점을 감안하면 3분기에도 영향은 지속됐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주가 회복이 요원해보이자 셀트리온이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온 소액주주들과의 관계도 악화됐다. 최근 셀트리온과 소액주주들이 가진 간담회에서 소액주주들은 주가를 부양할 자사주 매입 등의 방안을 요구했고, 회사 측은 연구·개발(R&D)에 투자해 회사의 가치를 높이겠다며 거부 의사를 내비쳤다.

이에 셀트리온 주주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해 소액주주들의 5000만주를 목표로 주식을 모으고 있다. 현 경영진을 교체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비대위가 모은 주식은 1400만주를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셀트리온의 소액주주는 40만9742명으로, 이들은 전체 주식의 64.29%를 보유하고 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