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서브프라임 붕괴에 베팅해 대박
마이클 버리 사이먼에셋 창업자

'테슬라 주가 거품' 주장하다가
돌연 "하락에 베팅하지 않겠다" 선언

전기차업계에선 "테슬라의 승리" 평가
영화 '빅쇼트' 주인공인 마이클 버리 사이언에셋매니지먼트 창업자. 연합뉴스

영화 '빅쇼트' 주인공인 마이클 버리 사이언에셋매니지먼트 창업자. 연합뉴스

지난해 12월2일(현지시간) 마이클 버리(Michael Burry) 사이언에셋매니지먼트 창업자가 트위터 게시물을 통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테슬라 대표(CEO)를 저격했다. 버리는 "일론 머스크, 나는 테슬라 하락에 베팅했다"며 "테슬라의 주가는 말도 안 되는 수준"이라고 적었다. 테슬라 등 주요 자동차 기업의 실적을 비교한 자료까지 곁들였다. 그는 경제 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를 통해서도 "테슬라 (주가) 역시 거품처럼 빠질 것"이라며 "테슬라 추종자들은 즐길 수 있을 때 마음껏 즐겨라"고 비아냥댔다.

버리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측하고 주택 시장 붕괴에 베팅해 수십억달러를 번 의사 출신 투자자다. 당시 그의 투자 행보는 영화 '빅쇼트(Big Short)'로 제작돼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풋옵션 매수했는데 테슬라 주가는 상승
버리가 대표적인 '테슬라 하락론자'로 자리매김한 계기는 '테슬라 풋옵션'을 매수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지난 5월17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방송 CNBC는 사이언에셋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공시자료를 분석해 "버리가 1분기 기준 테슬라의 하락에 베팅하는 풋옵션을 8만1000계약 보유했다"고 보도했다. 풋옵션은 특정 시점에 정해진 가격으로 특정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다. 주가가 사전에 정한 가격보다 낮아져야 이익을 실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업체 주식을 100원에 팔 수 있는 권리(풋옵션)를 매수했다면 A주식 주가가 100원 밑으로 떨어져야 이익을 낼 수 있다. 반대로 A주식 주가가 100원 이상을 기록하면 풋옵션 투자자는 권리를 포기하고 풋옵션 매수대금만큼의 손실을 기록하게 된다.

CNBC 보도 이후 "빅쇼트의 주인공이 테슬라의 주가 하락에 베팅했다"는 후속 기사가 쏟아졌다. 테슬라 주가는 당일 2.19% 하락했다.
"풋옵션 투자는 손실 줄이기 위한 '헤지' 차원의 거래"
그런데 버리가 최근 테슬라의 풋옵션 매수에 대해 해명했다. 15일(현지시간) CNBC에 출연한 버리는 '테슬라 주식을 여전히 매도하고 있냐'는 질문에 "테슬라 풋옵션 매수는 대규모 거래의 일부"라며 "손실을 억제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또 "테슬라 주가 하락에 베팅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버리의 발언을 정리하면 지난 5월 알려진 풋옵션 매수 포지션은 주식시장이 좋지 않을 때 손실을 줄이기 위한 '헤지' 차원의 투자였고 본인은 테슬라에 대한 '비관론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테슬라 8분기 연속 순이익 기록
하지만 시장 안팎에선 그간 버리가 한 테슬라에 대한 부정적인 발언을 고려할 때 이날 인터뷰가 '굴욕적'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도 테슬라 주식은 최근 한 달 기준 11%(지난 15일 종가 기준), 최근 6개월 기준 18%, 연초 이후론 15.5% 상승했다. '테슬라 거품'을 얘기했던 버리의 전망이 빗나간 것으로 평가된다. 전기차업계 관계자는 "그 동안 테슬라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관론을 얘기했던 버리의 항복선언"이라고 말했다.

한편 테슬라는 전기차 판매량이 늘면서 2분기 순이익이 분기 기준 처음으로 '10억달러'를 돌파해 11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8분기 연속 순이익 행진이다. 전기차 수요가 커지고 있는 중국에서 테슬라 전기차가 잘 팔린 영향이 컸다. 테슬라의 2분기 중국 매출은 28억59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4.2% 늘어났다. 테슬라 전기차 판매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2%(판매량 기준) 수준이다.

실리콘밸리=황정수 특파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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