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이 2014년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하는 등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있지만 미국 셰일오일 기업들이 생산량 확대를 주저하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생산량만 늘리면 큰 수익을 보장 받을 수 있는데도 그럴 조짐이 뚜렷하지 않아서다.

미 셰일 기업들이 당장 생산 확대에 나서지 못하는 건 공급 병목 현상 및 노동력 부족 때문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에선 대규모 재정 확대 등의 영향으로 심각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달 5.4% 상승(작년 동기 대비)해 올 5월 이후의 5%대 흐름을 이어갔다.

철강 등 원자재와 함께 인건비가 눈에 띄게 높아지면서 셰일오일의 생산 단가를 크게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적정 인력을 확보하는 건 더욱 어려운 문제다.

신용평가 기관인 무디스는 “경기 회복과 원유 수요 확대에 따라 생산 비용이 높아졌다”며 향후 2년간의 평균 WTI 예상 가격을 배럴당 50~70달러로 수정했다. 종전 예상 가격 대비 배럴당 5달러씩 높인 수치다.

라이스태드 에너지의 아템 아브라모프 셰일담당 분석가는 “내년엔 원유 부문의 물가 상승률이 일반 평균 물가보다 훨씬 높은 10~15%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형 유전개발 업체인 할리버튼의 제프 밀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7월 투자설명회에서 “많은 사업 부문에서 인플레이션을 경험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예컨대 미국 내 최대 원유 생산지인 텍사스 퍼미언 지역의 손익분기점은 현재의 배럴당 50달러에서 내년 55달러로 오를 것이란 예상이다.
미국 원유 생산업체들의 주가가 올 들어 많이 뛰었다. 파이낸셜타임스 제공
미국 원유 생산업체들의 주가가 올 들어 많이 뛰었다. 파이낸셜타임스 제공
다만 현재 상태가 지속되면 셰일오일 생산량이 적지 않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아브라모프 분석가는 “원유 개발 비용이 많이 뛰었지만 시추 후 수익을 올리기엔 충분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인력만 확보되면 생산량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인 미국의 내년 생산량이 올해보다 하루 80만 배럴씩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댈러스연방은행의 지난달 조사 결과 100개 이상의 원유 생산업체들이 신규 인력을 채용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댈러스연은은 셰일오일 기업들의 비용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 중이라고 보고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