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회사인 크래프톤이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함께 서울 성수동 이마트 본사 건물을 인수한다. 인수 가격은 1조원 이상으로 거론된다. 대규모 실탄을 확보한 신세계그룹이 e커머스(전자상거래) 분야 투자에 더욱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치열한 경쟁 끝에 1조원대 매각

이마트 성수동 본사 건물, 크래프톤-미래에셋에 판다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마트 성수동 본사 건물 및 부지 매각 주관사인 CBRE코리아는 크래프톤-미래에셋자산운용 컨소시엄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사실을 통보했다. 매매 가격은 1조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그룹과 크래프톤 컨소시엄은 다음주 부동산 거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이마트는 지난 7월 CBRE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이마트 본사 건물 매각 작업을 진행해 왔다. 2001년 준공된 이 건물은 지하 3층~지상 20층 규모로 대지면적 1만9359㎡, 연면적은 9만9474㎡다. 인근 보유 대지를 포함한 매각 대상 부지 면적은 총 2만800㎡다.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서울 성수동 소재 부동산이란 점이 부각되면서 매물로 나왔을 때부터 여러 기업과 금융회사들의 관심을 끌었다. 지난달 말 진행한 매각 본입찰에는 이지스자산운용·KKR 컨소시엄, 미래에셋자산운용·크래프톤 컨소시엄, 코람코자산신탁 컨소시엄, 마스턴투자운용·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 태영건설·이스턴투자개발 컨소시엄 등이 참여했다. 입찰 초기부터 1조원 이상을 써내야 인수가 가능하다는 관측이 많았다.

IB업계에선 크래프톤이 이마트 건물을 사들여 본사 사옥으로 사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사가 상장 준비를 할 때 공모를 통해 조달한 자금 중 일부를 장기 거점 확보에 쓰겠다고 밝혀서다. 크래프톤은 상장 계획을 담은 증권신고서에 “국내외 부동산 확보나 기존 사무실 이전을 계획 중”이라고 기재한 바 있다. 현재 크래프톤 임직원은 경기 분당 판교 크래프톤타워와 서울 역삼 센터필드, 대치동 개발 스튜디오 등에서 분산 근무하고 있다.

투자 실탄 손에 쥔 신세계

신세계그룹은 이번 거래로 1조원이 넘는 현금을 단숨에 확보할 전망이다. 최근 2년 동안 부동산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투자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2019년 말 13개 이마트 매장을 마스턴투자운용에 매각해 9524억원을 조달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3월 서울 마곡 부지(8158억원), 올해 4월 서울 이마트 가양점(6820억원) 등을 잇달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했다.

유통업계에선 신세계그룹이 이번 이마트 본사를 팔아 손에 쥔 자금도 e커머스 투자에 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신세계그룹은 올 들어서만 이베이코리아, W컨셉, SK와이번스 등을 인수하며 옴니채널(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를 넘나들며 구매할 수 있는 쇼핑 체계)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3조4400억원(지분 80%)을 베팅하는 등 대규모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마트 본사 건물 매각 이후에도 투자 실탄 확보 움직임이 이어질 전망이다. 신세계그룹은 현재 e커머스 사업을 총괄하는 쓱닷컴 상장을 진행하고 있다. 조만간 주관사 선정을 완료하고 공모 규모와 일정 등 구체적인 상장 조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증권가에선 신세계그룹이 상장 과정에서 쓱닷컴의 몸값을 6조~10조원 수준으로 인정받으려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거론되는 기업 가치를 기준으로 하면 쓱닷컴은 기업공개(IPO)를 통해 1조~2조원가량을 손에 쥘 수 있을 전망이다.

김진성/윤아영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