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인 경제학자인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가 “미 물가 급등세를 주도하고 있는 공급난이 단기간 내 해소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13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보낸 투자 메모에서 “1970년대와 같은 두자릿수의 물가상승률이 나타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면서도 “상당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금방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악관이 개입하더라도 이 문제를 풀기 어려울 것이라고도 했다.

손 교수는 “특히 우려스러운 점은 주택 관련 물가가 뛰고 있다는 것”이라며 “지난달에도 주택 임차료가 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택 임차료는 향후 수개월동안 상당한 상승세를 보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비자물가지수의 약 30%를 차지하는 임차료가 뛰고 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더 많이 자극할 수 있을 것이란 게 손 교수의 얘기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란 점이 확실해졌다”며 “불행하게도 저소득층의 타격이 가장 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이 많이 뛰고 있기 때문이다.

손 교수는 “로스앤젤레스 항구에선 연말 쇼핑 시즌 때 팔릴 물품을 가득 실은 배들이 하역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며 “이런 공급 병목 현상과 함께 에너지 부족이 미국의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소비자들은 팬데믹 이후 다른 어떤 나라보다 많은 정부 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소득이 충분한 상태”라며 “기업들이 가격을 올려도 저항이 적어 물가가 더 뛰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미 노동부가 이날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작년 동기 대비 5.4% 급등했다. 전달의 5.3%는 물론 시장 예상(5.3%)보다도 높았다. CPI는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손성원 미국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
손성원 미국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작년 동기보다 4.0% 상승했다. 에너지와 식료품이 물가에 끼친 영향이 컸다는 방증이다. 다만 그동안 물가 상승 압력을 가중시켰던 중고차 가격은 전달보다 0.7% 떨어졌다.

물가 상승세는 미국의 사회보장 연금에도 영향을 끼쳤다. 미 정부는 내년부터 지급할 사회보장 연금액을 올해보다 5.9% 인상해 지급하기로 했다. 40여년 만의 최대폭이다. 내년 1인당 월평균 지급액은 1657달러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