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 겹겹이 쌓인 악재로 코스피지수가 하락세다. 일시적 현상으로 여겼던 공급 부족 문제가 장기화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물가는 오르는데 경기는 둔화되는 현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의 헝다 쇼크, 국내 기업의 내년 실적 하향세 우려 등도 리스크 요인이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며 외국인 매도세를 자극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음달부터 ‘위드 코로나’ 방역 체계가 시작되는 만큼 관련 업종에서 기회를 찾을 것을 추천했다. 원유, 천연가스 등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에너지 업종에서도 기회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유가 상승세에 올라타라”

증권가에서는 4분기 리오프닝과 에너지 업종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거라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 11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17달러(1.47%) 오른 배럴당 80.5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가격이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선 것은 2014년 10월 31일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 선물 가격도 전날보다 1.26달러(1.53%) 상승한 배럴당 83.65달러를 기록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브라이언 스완 글로벌 원자재 애널리스트는 “세계 경제활동이 회복되기 시작하면서 원유 공급량이 부족해졌다”며 “난방용 수요가 급증하는 겨울을 앞두고 가격은 더 급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수가 급격히 떨어진 이달에도 정유주는 상승세를 거듭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이달 들어 14.47%, 흥구석유는 4.16%, GS는 3.79% 올랐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공급 차질, 수요 증가가 한꺼번에 이뤄지면서 정제 마진이 우상향하고 있다”며 “겨울 난방 수요까지 겹치면서 정유 업종에 우호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실적이 올라가는 업종에 주목했다.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 수익률이 높은 업종 중 상반기보다 하반기 이익 증가율이 높으면서 내년 연간 이익 추정치도 올라가는 업종을 추렸다. 기업 이익이 둔화되는 추세로 접어들면서 실적이 좋아지는 기업은 더 주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호텔·레저와 에너지, 건설, 2차전지 등이 이 같은 조건을 충족시키는 업종이었다. 호텔·레저 업종은 올 하반기 흑자전환하는 데 이어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도 0.2% 상향됐다. 에너지 업종도 올 3분기 영업이익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203.5%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데 이어 4분기에도 흑자전환하는 데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 역시 0.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주가 수익률이 부진했던 업종 중 올해 높은 이익 증가율 전망치를 아직 주가에 반영하지 못한 종목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봤다. 하나금융투자는 SK하이닉스, LG화학, 롯데케미칼, 녹십자, 고영 등을 꼽았다.

“위드 코로나 업종이 도피처”

삼성증권은 정책 수혜주에 눈길을 돌리라고 조언했다. ‘위드 코로나’ 국면에서 이익이 개선될 수혜 기업을 찾으라는 얘기다. 국내도 다음달 둘째주부터 위드코로나 방역체계로 전환될 거라는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가장 피해가 컸던 영화·공연 업종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다”며 CJ ENM과 제이콘텐트리를 추천했다.

또 다른 정책 수혜주는 친환경 관련주다. 특히 수소 관련 기업에 눈을 돌리라고 조언했다. 신 연구원은 “친환경 기업은 이제 성장 초기 단계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조정 구간에서 비중을 늘려도 좋다”고 말했다. 삼성SDI와 코오롱인더스트리, 롯데정밀화학 등을 추천했다.

내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유일한 카지노인 강원랜드도 위드코로나와 함께 빠르게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카지노 영업장 내 띄워 앉기, 사이드베팅(보너스 베팅) 제한 등 매출 회복에 방해가 됐던 규제도 완화될 수 있다. 카지노산업은 영업 재개와 실적 회복 간 시간 차가 거의 없다. 다음달부터 실적 회복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이선화 KB증권 연구원은 “강원랜드의 주요 고객층은 40~60대 남성”이라며 “백신 접종률이 높은 나이대이기 때문에 백신패스가 도입되면 실적도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