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다그룹 사태와 전력난이 아직 진행 중이지만 중국 증시는 조금씩 충격에서 회복하는 분위기입니다. 미국 금리 상승 여파로 미국 기술주들이 타격을 입었고 그게 중국에도 이어지면서 중국 빅테크주들은 여전히 부진한데요, 반면 내수 소비주들은 상대적으로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 경기는 안 좋다고 하지만, 그래서 경기부양책이 더 나올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고요. 증시는 실제 경제 상황보다는 유동성 확대 정책에 더 많이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은 소비재 주식 중에서도 바이주 주식들을 대장주 마오타이를 중심으로 다시 점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800위안대 회복한 마오타이
마오타이의 귀환…헝다사태·전력난에 中 소비재를 주목하는 이유 [강현우의 베이징나우]
마오타이 주가가 최근에 1800위안을 회복했습니다. 1600위안대에 머물러 있던 주가가 월요일인 지난달 27일 장중 상한가까지 오르고 결국 9.5% 상승으로 마감하면서 1855위안을 찍었습니다. 시가총액도 2조3000억위안, 421조원까지 다시 불어났고요.

마오타이 주가는 중국증시 흐름과 거의 비슷하게 움직였습니다. 지난 2월에 2600위안 최고점을 찍었다가 미국 금리 상승 여파로 2000위안까지 떨어졌고, 다시 5월말에 2200위안으로 올랐다가 6월부터 중국 공산당과 정부가 민간부문 규제를 쏟아내면서 주가가 급락했습니다. 8월 중순에는 1500위안대까지 떨어졌었고요. 이후 회복세를 보이면서 9월 한 달 동안 20% 가까이 올랐습니다.
공산당의 민간부문 규제 일단락?
최근 주가가 오르는 이유를 보면, 먼저 민간부문 규제가 일단락됐다고 보는 시각이 있고요, 앞으로 빅테크들에는 규제가 더 나올 수는 있겠지만 음식료는 딱히 나올 게 없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식품업계에서는 안전 문제가 아니라면 그렇게 큰 리스크가 없다는 얘기가 나오고요.

또 중국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식다보니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내놓고 소비를 진작시킬 거란 기대도 반영되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중국이 교육비 부담에 출생률이 떨어진다고 하니까 사교육을 거의 금지시켰는데, 이 덕분에 가처분소득이 늘어나서 음식점 장사는 잘 된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마오타이 같은 술 주식에겐 긍정적인 소식이죠.
한 병에 80만원!
마오타이의 귀환…헝다사태·전력난에 中 소비재를 주목하는 이유 [강현우의 베이징나우]
마오타이 대표 제품은 페이톈, 비천이라는 술입니다. 알콜 53%에 5년 숙성 과정을 거쳐서 제조하고요. 흔히 중국 바이주, 백주를 향이 맑은 청향, 향이 짙은 농향, 발효시킨 향이 나는 장향으로 나누는데 마오타이는 장향이고요 페이톈은 장향에서도 중국 대표주로 통합니다.

이 페이톈 한 병이 지금 시중에서 4500위안, 80만원 정도 줘야 살 수 있을 정도로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중국 경제가 안 좋다고 하는데 양극화도 계속 심해지고 있습니다. 부자들은 계속 더 부자가 되고 있고요. 그러니 한 병에 80만원씩 주고서도 마오타이를 마시는 사람도 많고 또 고관대작들에게 선물용으로 마오타이를 사는 수요도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부패 리스크 감소 기대
마오타이가 독특하게 갖고 있는 리스크 중에 이렇게 선물과 연관되는 부패 문제가 있습니다. 고위 관료가 부패 혐의로 잡히면 꼭 따라붙는 얘기가 집에 마오타이가 몇 병이나 있었다 이런 겁니다. 중국 관영언론들은 그래서 부패 얘기가 나올 때 마오타이를 한 번씩 걸고 넘어가기도 합니다. 또 다른 부패 리스크는 마오타이 경영진이 정부에 뇌물을 갖다 바친다든지, 물량을 확보하려는 유통상들에게 리베이트를 받는다든지 한는 문제입니다. 지난 3년 동안 회장이 세 번 바뀌기도 했습니다.

지난 24일 새로 취임한 딩슝쥔 회장은 이런 문제를 다소라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딩 회장은 마오타이가 있는 구이저우성 에너지국장 출신이라고 하고요.
마오타이의 귀환…헝다사태·전력난에 中 소비재를 주목하는 이유 [강현우의 베이징나우]
마오타이는 국유기업이라서 재정이 약한 구이저우성에다가 도로를 기부한다는지 하면서 실적에 악영향을 막기도 했는데, 이런 외풍을 제도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이사회 규정도 개정했습니다. 앞으로 이사회는 기부금액이 1만5000위안, 약 270만원을 넘는 결정을 독자적으로 하지 못하고 주주총회 결의를 받아야 하고요, 1년 기부 총액은 순이익의 1%를 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마오타이 작년 순이익은 467억위안이니까 대략 5억위안, 900억원을 넘지 못하는 겁니다. 작년에는 성 정부에 주식 4%, 15조원어치를 기부하기도 하고 도로 건설에 1400억원을 쓰기도 했는데 이런 일들을 제도적으로 차단한 겁니다.
이익률 50% 유지
마오타이 상반기 실적을 보면 매출 507억위안(약 9조4000억원)원에 순이익 246억위안(약 4조5500억원)을 했습니다. 작년 상반기보다 매출은 11%, 순이익은 9% 늘었습니다. 이익률이 50%에 육박한다는 게 아주 인상적입니다.

컨센서스를 보면 매출은 올해 1107억위안, 내년 1270억위안, 2023년 1439억위안으로 늘어날 전망이고요, 순이익도 같은 기간 538억위안, 626억위안, 728억위안으로 커질 걸로 예상됩니다.
마오타이가 주가 측면에서 주가수익비율, PER이 40배를 넘는다는 게 자주 약점으로 지적되는데요. 순이익 전망을 대입해 보면 2023년 기준으로는 32배 정도로 떨어집니다. 하지만 마오타이를 좋게 보는 분들은 마오타이 주가가 싸다는 평가를 받은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합니다.
최근 나온 목표주가를 보면 화창증권이 2600위안을 불렀고요, 화타이증권은 2204위안, 궈타이쥔안증권이 2247위안을 제시했습니다. 가장 높게 부른 화창증권은 경영진이 바뀌면서 마오타이가 새 시대를 열 거라고 기대했습니다.
같이 뛰는 바이주 주식들
마오타이의 귀환…헝다사태·전력난에 中 소비재를 주목하는 이유 [강현우의 베이징나우]
다른 바이주 주식들을 좀 보면요, 8대 명주 중 하나로 꼽히는 루저우라오쟈오가 9월 한 달 동안 30% 정도 올랐습니다. 상승 폭으로 보면 마오타이보다 크죠. 종목코드는 000568이고 선전증시 상장사입니다. 시가총액은 약 3200억위안, 약 58조원이고 바이주 주식 중에선 마오타이, 우량예, 산시펀주 다음으로 4위입니다.

루저우라오쟈오에서 루저우는 쓰촨성 도시고요, 라오쟈오는 오래된 지하창고 또는 거기에 저장된 술을 뜻합니다. 중국 주식은 100주씩 묶어서 사야하기 때문에 마오타이를 한 번 사려면 지금 18만위안, 3300만원 정도를 한 번에 넣어야 합니다.
반면에 우량예 산시펀주 라오쟈오 양허 이런 시가총액 최소 2000억위안이 넘는 우량한 바이주 주식들 주가는 200위안에서 300위안 사이입니다.

작년에 코로나19 시기에 마오타이와 우량예가 독주를 했는데요. 최근에는 중견 바이주 주식들이 실적이 선두 업체들을 따라서 다같이 개선되고 있습니다. 마오타이가 병당 수십만원 할 정도라서 일반인이 접하기 어려운데 중견 바이주들은 300위안에서 500위안, 5만원에서 9만원 정도면 어느 자리에 내놔도 좋은 술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괜찮은 바이주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익 성장세 가파른 중견 바이주
마오타이의 귀환…헝다사태·전력난에 中 소비재를 주목하는 이유 [강현우의 베이징나우]
중국 소비재 주식을 주목하신다면 이런 중견 바이주 주식들을 주목해 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적 전망들을 보면요.
마오타이와 우량예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다른 바이주 업체들을 압도하는 건 사실입니다. 시가총액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고요.
하지만 실적 성장세는 중견 업체들이 더 가파르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산시펀주는 작년 실적과 비교하면 2023년 매출이 두 배, 이익은 세 배로 늘어날 전망이고 라오쟈오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두 배 씩 늘어날 것으로 관측됩니다.
유동성 공급 늘린 인민은행
이제 중국 경제 얘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최근 동향부터 보겠습니다. 인민은행은 시중 유동성을 조절하기 위해서 공개시장업무라는 걸 합니다. 예전에는 공개시장조작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조작이라는 말이 어감이 별로여서인지 최근에는 공개시장업무라고들 많이 부릅니다.

공개시장업무는 역환매조건부채권, 역레포(repo)라는 걸 씁니다. 레포는 원래 금융회사가 일정 기간 후에 확정금리를 보태서 되사는 조건으로 발행하는 채권입니다. 잠깐 쓸 현금이 필요할 때 발행하는 거고요.

인민은행이나 한국은행같은 중앙은행들이 하는 역레포는 쉽게 말하면 환매조건부채권을 파는 게 아니라 사는 겁니다. 100억원짜리 역레포를 사면 시중에는 100억원의 유동성이 풀리겠죠.

중앙은행 역레포 시장 참가자들은 보통 시중 은행들입니다. 은행들 입장에선 레포를 팔아서 현금을 마련하고 일정 기간 후에 이자를 붙여서 중앙은행에 갚는 겁니다. 은행들은 레포로 확보한 현금으로 시중에서 이자를 벌 수 있으니까 역레포 시장에 참가하는 거고요.
국경절 앞두고 144조원 풀어
설명이 좀 길었는데, 인민은행이 지난달 17일부터 공개시장업무를 통해서 공격적으로 돈을 풀기 시작했습니다. 17일 900억위안, 18일 1000억위안 이런 식으로 해서 지난달 말 9월30일까지 총 7900억위안, 약 144조원 규모 유동성을 풀었습니다.

원래 인민은행은 설 연휴나 국경절 같은 연휴를 앞두고 현금 수요가 많아질 것을 대비해서 유동성을 늘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평소 국경절 앞두고 2000~3000억위안씩 풀던 것에 비해 규모가 두 배 이상 커졌습니다.
추가 부양책 기대도 커져
시장에선 공개시장업무 말고도 다른 유동성 공급 확대 정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재정정책을 적극적으로 쓰기에는 돈이 부족합니다. 코로나19 방역에 쓰는 돈이 너무 많기도 하고요, 또 코로나19 때문에 기업들이 어려워져서 감세도 많이 해서 여유가 없습니다. 결국 통화정책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중국은 지난 7월에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내렸습니다. 작년 4월 이후 15개월 만에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지준율 카드를 꺼낸 건데요, 0.5%포인트 인하로 1조위안, 약 180조원이 공급됩니다.

중국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작년 1월, 3월, 4월에 연달아 지준율을 인하했습니다. 이후 경제가 회복되면서 지준율을 올릴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경기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방향이 바뀐 겁니다. 전문가들은 연내에 지준율 추가 인하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경기 둔화 빨라지는 중국
마오타이의 귀환…헝다사태·전력난에 中 소비재를 주목하는 이유 [강현우의 베이징나우]
중국 경기 둔화 속도가 빨리지고 있어서 인민은행은 당분간 유동성 공급 확대 기조를 유지할 전망입니다. 지난달 말에 나온 구매관리자지수, PMI는 경기 둔화 전망을 제대로 보여줬습니다.

국가통계국이 집계하는 9월 제조업 PMI는 49.6으로 나왔습니다. PMI는 주로 기업에서 원재료 구매나 채용을 담당하는 사람들에게 설문조사를 해서 집계합니다. 기준선인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 넘지 못하면 경기 위축 국면이라는 의미입니다.

중국의 공식 제조업 PMI가 50 아래로 내려간 건 중국에서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작년 2월 35.7 이후 처음입니다. 열아홉달 만에 경기 위축으로 바뀐 겁니다. 지난 3월에 51.9로 정점을 찍고 여섯달 연속으로 내려가서 지난 8월에 50.1까지 갔습니다. 9월 예상치는 8월과 같은 50.1이었는데 시장 예상보다 더 나쁘게 나왔습니다.

공식 PMI는 대형 국유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하고요, 이와 별도로 경제매체 차이신이 수출기업과 중소기업들도 포함시켜서 조사하는 차이신 PMI도 있습니다. 차이신 9월 제조업 PMI는 딱 50으로 나왔습니다. PMI가 50이라는 건 설문조사에서 긍정적 답변과 부정적 답변 수가 같았다는 건데, 경기가 딱히 더 좋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을 전망된다 정도로 보면 되겠습니다.

차이신 PMI는 이미 지난 8월에 49.2로 나오면서 열다섯 달만에 50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소폭 반등하긴 했는데, 차이신은 작년 4월 49.4 이후로 가장 낮은 결과라는 점에서 부정적인 신호로 해석했습니다.
서비스업 전망은 개선
다만 주목되는 부분은 제조업과 달리 서비스업 PMI는 좋게 나왔다는 점입니다. 국가통계국의 공식 서비스업 PMI는 8월에 47.5로 떨어졌다가 9월에는 53.2로 반등했습니다. 세부 항목을 보면 신규 주문이 8월에 42.2까지 떨어졌다가 9월에 49까지 올라왔고요, 경영 환경 예측도 57.4에서 59.1로 더 좋아졌습니다.

이건 우선 10월1일부터 7일까지 국경절 연휴를 앞두고 소비가 살아날 거란 기대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고요, 또 길게 보면 중국 공산당과 정부가 내수 시장 진작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전망도 담겨있다고 하겠습니다.
부동산 안정 신호
중국 금융당국이 '부동산 시장의 건강한 발전을 수호한다'는 새로운 정책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침체됐던 부동산 시장이 다소 회복할 것이란 기대도 나옵니다. 헝다그룹은 계속 어렵겠지만 다른 부동산개발업체들은 숨통이 좀 트이고, 중국 경기도 좀 나아질 것이란 관측입니다.

인민은행과 은행보험감독위원회, 은보감회는 지난달 29일 주요 24개 시중 은행 경영진을 불러 모아서 '부동산 금융 업무 좌담회'를 열었습니다. 당국은 이 자리에서 금융기관과 당국이 부동산 시장의 안정적이고 건강한 발전을 수호하고 주택 소비자들의 합법적 권익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부동산 산업 규제 완화를 시사한 것이란 해석이 많습니다.

부동산과 함께 중국 경제 암초로 부상한 전력난은 당분간 지켜봐야 할 문제로 지목됩니다. 이런 리스크들을 염두에 두시고 투자 대상을 선별하시면 좋겠습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