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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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에서 탄소배출권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쏟아지고 있다. 탄소배출권은 기업 등이 일정량의 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로, 할당량 이상을 배출하려면 탄소배출권을 사야 한다. 사업장의 탄소 배출 감축을 유도하는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는 대표적인 기후대응책이다. 다음달 제26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 26)를 앞두고 각국이 탄소 저감 정책 강화를 예고하면서 탄소배출권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크레인셰어즈는 지난 5일 탄소배출권에 투자하는 ETF 2종을 새로 내놓았다. 크레인셰어즈는 세계 최대 탄소배출권 ETF인 ‘크레인셰어즈 글로벌 카본 ETF(KRBN)’를 운용하는 곳이다.

새로 출시된 탄소배출권 ETF는 유럽 탄소배출권 시장에 집중 투자하는 ‘크레인셰어즈 유러피언 카본 얼라우언스 ETF(KEUA)’와 미국 캘리포니아주 탄소배출권 시장에 투자하는 ‘크레인셰어즈 캘리포니아 카본 얼라우언스 ETF(KCCA)’다. 루크 올리버 크레인셰어즈 상무는 “KRBN의 경이적인 성공을 통해 탄소배출권에 접근하려는 투자 수요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새로운 상품들을 통해 투자자는 좀 더 맞춤형으로 정밀한 투자접근이 가능해졌다”고 했다.

국내에서도 탄소배출권 ETF가 동시에 나왔다. 지난달 30일 삼성자산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이 국내 최초 탄소배출권 ETF를 출시했다. 각 운용사는 합성형 상품을 내놓고 퇴직연금 투자 수요를 노리는 등 차별화를 위해 고심했다. 선물 ETF는 원칙적으로 퇴직연금 계좌에서 매매가 불가능한데 합성형에 한해서는 가능하다.

최근 천연가스 가격이 출렁이면서 탄소배출권 가격도 주춤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천연가스 공급 확대 의지를 내비치자 천연가스 가격이 일시적으로 떨어졌고 탄소배출권 가격도 하락했다. 함형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탄소배출권 가격과 천연가스 가격은 연동되는 흐름을 보인다”고 말했다. 천연가스 가격이 오르면 대체재인 석탄 수요가 늘고 석탄화력발전에 따라 탄소 배출이 증가하면 탄소배출권 수요가 늘어나게 된다.

다만 이번 하락은 일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함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탄소배출권 가격은 화석연료보다 정부의 탄소중립 의지가 가격을 좌우한다”며 “유럽은 전력난에도 탄소중립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탄소배출권 투자를 고려할 만하다”고 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