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주 시가총액이 올 들어 처음으로 700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해 말 국내 그룹 최초로 시총 700조원을 돌파한 지 10개월여 만이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삼성그룹주 23개 종목의 시총은 684조799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5일(687조1462억원) 10개월 만에 시총 700조원 선이 무너진 뒤 680조원대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그룹주 시총은 지난해 12월 24일 처음 700조원을 돌파했다. 올 1월 11일에는 825조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730조~770조원 안팎 규모를 유지하다가 국내 주식시장이 본격적으로 하락세에 접어든 지난달 말부터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8일까지 8거래일 만에 삼성그룹주 시총은 53조7000억원가량 증발했다.

삼성그룹의 대장주인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8거래일간 7.98% 하락해 시총 37조127억원이 감소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5.66% 빠진 것에 비해 큰 폭 내렸다. 삼성전자우(-7.92%·4조6905억원)를 비롯해 삼성바이오로직스(-9.78%·5조9549억원), 삼성전기(-8.52%·1조1578억원), 삼성SDI(-6.67%·3조3695억원), 삼성엔지니어링(-6.54%·3332억원) 등의 몸집도 크게 줄었다.

2위 그룹주인 SK그룹 상장사 26곳의 시총도 약 두 달 반 만에 200조원 아래로 내려갔다. 지난 8거래일 동안 17조원이 감소해 192조4347억원(8일 기준)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10.05%·7조6440억원), SK바이오사이언스(-21.91%·4조7430억원) 등의 낙폭이 컸다.

미국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과 인플레이션 우려, 공급난 심화, 중국 전력난 등 겹악재에 국내 그룹주가 타격을 받은 영향이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동성 회수에 대한 걱정은 글로벌 금융시장 중 가장 위험한 자산에서 돈을 먼저 빼게 한다”며 “실제로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주식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반기 들어 세계 재화 소비가 줄어들면서 반도체, 스마트폰, 배터리 등 수출 의존도가 높은 업체들의 실적에 대한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