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신약의 꿈’ 한발 다가선 아슬란
“9월 말까지 27명의 추가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공개(unblinded) 다회용량상승시험(MAD) 자료를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토피 피부염과 치료제를 개발 중인 아슬란의 칼 퍼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올해 임상 시험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자평했다. 혁신(First-in-class) 신약 후보 물질인 ‘아슬란004’가 세 가지 용량(dose) 집단(cohort) 시험에서 모두 긍정적인 중간 성적표를 받았기 때문이다.

100억달러대 시장 진출 기대 커져


나스닥 상장사인 아슬란은 세계적으로 2억 명이 넘는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을 위한 신약 개발을 추진하는 회사다. 아토피 피부염은 아시아를 중심으로 성인 인구의 1~3%가 겪는 질환으로 절반 이상은 중등도 이상의 환자로 추정된다. 면역학 전문 연구진들이 임상 시험을 진행 중으로 회사의 시가총액은 현재 2억달러(약 2300억원) 수준이다.

아슬란의 대표 신약 후보 물질 아슬란004는 아토피 피부염의 근본 원인인 기저 염증을 유발하는 인터루킨-13(IL-13)을 표적으로 하는 항체다. 연내 임상 2b상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아토피 신약의 꿈’ 한발 다가선 아슬란
앞서 나온 경쟁 신약으로는 사노피와 리제네론이 공동 개발한 듀피젠트(성분명 두필루맙)가 있다. 중등도에서 중증의 아토피 피부염 성인 환자의 치료를 위해 개발된 최초의 표적 생물학적 제제다. 사노피에 따르면 두필루맙의 매출은 2020년 약 38억달러로 2017년 출시 이후 매년 가파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매출 110억달러를 웃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슬란은 지난 2분기 실적발표 보고서에서 “임상 2상을 앞두고 있는 아슬란004는 두필루맙과 비교해 더 많은 사람이 효과를 볼 수 있다”면서 “현재 2주마다 맞아야 하는 투여 빈도를 줄일 수 있고 부작용 위험도 낮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국립피부센터의 수석 컨설턴트 겸 아슬란의 임상 시험을 주도해온 스티븐 탕 교수는 “아토피 피부염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항히스타민제 복용, 국소 스테로이드 크림 바르기, 면역 억제제 약물 복용 등 다양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아슬란004는 이런 중증 환자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저평가된 주가... 진입 타이밍


아슬란의 주가는 2018년 상장 이후 급격한 내리막을 나타내왔다. 여전히 신약 개발의 최종 성공을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연구개발 비용을 감당하기 위한 새 주식 발행이 이어진 탓이다. 바이오업종 전반의 투자 열기 냉각까지 겹치면서 2018년 6월 상장 직후 9달러에 육박하던 주가는 최근 3달러 안팎으로 떨어졌다. 올해 2분기 순손실은 550만달러다.

현재 신약 파이프라인(후보물질)은 아슬란004와 아슬란003 둘뿐이지만, 상용화 성공을 가정할 때 기업가치가 크게 저평가돼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투자은행(IB) 제프리스의 모리 레이크로프트 애널리스트는 첫 목표주가를 8달러로 제시하면서 “여전히 아슬란004가 효능을 증명해야 할 단계가 많이 남아 있지만, 현재 주가는 매력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싱가포르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선 정부의 바이오산업 경쟁력 강화 정책이 아슬란의 지속적인 투자를 뒷받침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2016년부터 5년 동안 보건과 바이오의학 분야 연구개발비로 40억싱가포르달러(약 3조5000억원)를 지원했다. 국영 투자회사인 테마섹홀딩스는 4%대 아슬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 싱가포르 벤처캐피털 임원은 “아슬란004가 시판에 성공할 경우 싱가포르 기업과 싱가포르의 연구진 협력으로 탄생한 첫 번째 바이오 신약이 된다”며 “글로벌 바이오산업 중심지를 꿈꾸는 정부에서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이태호 특파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