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에도 디지털 전환으로 구조적 성장세에 올라탄 나이키
2021년 9월 말 기준 시가총액이 2300억달러가 넘는 나이키(NKE)는 세계에서 가장 큰 스포츠웨어 브랜드다. 1964년 창업주인 필 나이트와 빌 바우어만은 당시 아디다스 등 독일 기업이 독점하고 있던 운동화 시장에 뛰어들었다. 1980년대 농구 스타인 마이클 조던을 내세운 에어 조던 브랜드를 출시하면서 경쟁자들을 제치고 단숨에 업계 선두주자로 발돋움했다. 이즈음 기업공개를 단행하고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면서 미국 운동화 시장 절반을 집어 삼켜버린다. 나이키의 스포츠 의류 브랜드 가치는 2021년 현재도 세계 1위다.

오늘날까지 미국 운동화 시장에서 점유율 절반을 차지하며 수십 년간 ‘나이키 시대’를 이어온 이미 성숙할 대로 성숙한 기업이지만 나이키는 여전히 미래 성장 가능성이 더 큰 회사로 꼽힌다. 코로나19는 오프라인 유통업계 전반에 큰 타격을 줬음에도 나이키는 꿋꿋이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세를 지속했다. 디지털 플랫폼 중심 기업으로의 근본적 변신 덕분이었다.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남보다 앞선 ‘디지털 전환’을 이뤄내면서 코로나 시대의 승자가 됐다.
◆성숙한 기업의 구조적 성장세
나이키는 2021년 6~8월(2022회계연도 1분기)에 매출 122억달러, 영업이익 21억달러의 호실적을 냈다. 시장 예상치보단 소폭 부진했지만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영업이익은 20% 증가했다.

나이키는 이 같은 실적 발표와 함께 2022년도 2분기(9~12월) 매출 증가율이 한 자릿수 중반대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당초 월가에서는 나이키의 매출 증가율을 12% 수준으로 기대했지만 코로나19 재확산세에 따라 동남아시아 등지의 공장 내 생산 차질 및 재고 부족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매트 프렌드 나이키 최고재무책임자(CIO)는 “향후 몇 개 분기에 걸쳐 전체 사업에서 단기적으로 재고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며 “평년 수준을 회복하려면 몇 개월은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이키 주가는 이 같은 발표 이후 150달러 밑으로 떨어졌고, 일부 월가 애널리스트는 나이키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단기 충격에도 장기적으로 나이키의 구조적 성장에 대해선 의심의 시선이 거의 없다. 향후 공급 정상화를 고려하면 주가가 큰 폭의 조정을 받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디지털 채널과 D2C(Direct to Customer·소비자직접판매) 채널을 통한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구조적으로는 마진 확대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대의 승자
나이키는 코로나19 여파에도 꿋꿋이 이익을 내며 성장을 지속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2021회계연도(2020년 6월~2021년 5월)에는 매출이 전년 대비 19% 늘어난 445억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4분기(2021년 3~5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6% 늘어난 123억달러로 두 배가량 증가세를 보였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21% 증가한 수치다.

성공 비결은 남보다 앞선 ‘디지털 플랫폼 전환’이다. 2021년 디지털 매출은 전년 대비 41% 늘었고, 2019년과 비교하면 147% 증가했다. 선제적으로 온라인 유통채널에 공을 들였고,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일찌감치 파악해 제품 차별화에 성공했다.

나이키는 단순히 새로운 유통 시스템으로 디지털 플랫폼을 설치한 것이 아니라 기업 경영의 패러다임 전체를 디지털 플랫폼 중심으로 완전히 재설계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전사적으로 진행돼 왔다.

나이키는 2017년 뉴욕, 런던, 상하이 등 세계 12개 거점도시에 초대형 직영점을 내며 현지 유통업체 의존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2019년엔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에 ‘납품 중단’을 선언했다.

나이키는 제조업체가 유통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자사 온라인몰 등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D2C 전략을 꾸준히 강화했다. D2C의 가장 큰 장점은 유통 단계를 줄여 가격 경쟁력과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40% 수준인 D2C 채널 매출 비중을 중장기적으로는 60%까지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나이키가 매출 감소를 무릅쓰면서 ‘외톨이’를 자처한 배경엔 ‘데이터’가 있다. 나이키는 자체 온·오프라인 몰에 집중하면서 소비자 관련 데이터를 빠르게 축적해왔다. 데이터는 디지털 전환의 핵심이다. 뛰어난 분석기술을 갖추고 있더라도 데이터가 부족하면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주요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이 데이터를 보유한 스타트업을 비싼 가격에 사들이고 있는 이유다.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는 ‘나이키 트레이닝 클럽’ 등 서비스 앱은 데이터 확보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회원들에게 트레이닝 비디오와 운동용 음악 등을 무료로 제공하는 전략을 폈다.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트레이닝 비디오의 종류 등을 분석해 집중할 제품군을 선별했다. 여성 요가복 등 히트 상품들은 치밀한 데이터 분석의 결과물이다.
◆고객 충성도→지속적인 성공
나이키의 대표적인 판매 전략으로는 스토리텔링도 있다. 1980년대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과 협업해 제작한 에어 조던 시리즈의 성공도 스토리텔링이 더해져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실제 나이키는 조던 브랜드를 독자적으로 론칭해 운영 중이다. 에어 조던 성공 이후에도 타이거 우즈, 로저 페더러, 호나우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코비 브라이언트, 르브론 제임스 등 스포츠 각 분야 스타들과 계약을 맺어 하나의 라인을 출시하고 스토리텔링을 불어넣는 마케팅 방법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다른 기업들과 차별화된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나이키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 중 하나였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매장의 타격이 커지자 판매의 핵심 채널을 디지털로 옮기면서 기존 오프라인 매장은 ‘나이키와 관련된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개념을 바꿨다.

나이키의 ‘고객 경험’ 전략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트레이닝 세션을 무료로 제공하는 ‘나이키 트레이닝 클럽’을 비롯해 지역별 글로벌 달리기 커뮤니티인 ‘나이키 러닝클럽’ 등을 만들어 고객을 유인하고 브랜드에 대한 충성심을 강화시켰다.

지역별 성장도 고르게 나타나고 있다. 나이키는 지난 5년 동안 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연평균 10%, 중화권 및 아시아·태평양·남미에서 각각 18%, 3%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나이키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한 정가판매 비중이 늘고 있고, 가격 인상도 진행하고 있다. 나이키 측은 운송과 물류 비용 증가를 이유로 하반기 중 제품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코로나보다 무서운 中 불매 리스크
매년 성장세가 뚜렷한 기업이지만 리스크가 없는 건 아니다. 단기적으로는 코로나로 인해 대부분의 큰 공장이 몰려 있는 베트남 등 동남아에서의 공급 차질이 대표적이다. 나이키는 동남아 공급 차질 영향을 반영해 2022회계연도 매출 증가 가이던스를 기존 ‘10%대 초반’에서 ‘한 자릿수 중반대’로 하향 조정했다. 동남아 공급 상황은 중국은 2분기에, 북미는 3분기에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베트남은 나이키 신발의 51%, 의류의 30%를 만들어 내는 생산의 주요 축이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베트남 정부가 도시를 봉쇄하면서 베트남 내 나이키 신발공장의 80%와 의류공장의 절반이 가동을 멈췄다.

미국 내 인력난도 매출에 타격을 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해운과 항만, 트럭 운송, 창고, 철도 분야에서 인력난이 벌어지고 있다”며 “물류대란으로 해외에서 만든 나이키 제품이 북미 지역에 도착하는 데 평소의 두 배인 평균 80일 이상 걸리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코로나 변수를 배제하긴 어렵지만 인도네시아 공장 재개, 10월부터 베트남 공장의 단계적 재개, 적극적인 생산기지 이동 계획 등을 고려하면 공급망 이슈가 단계적으로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나이키 측은 2023회계연도부터는 완전한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관측했다.

김재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스포츠 웨어 수요 강세, D2C와 디지털 비중 확대라는 전략 성공, 정가 판매 비중을 가장 크게 늘릴 수 있는 브랜드 파워 등을 고려하면 공급 차질로 인한 단기적 주가 조정은 오히려 좋은 투자 기회”라고 말했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도 “베트남 록다운 해제 이후 공급 정상화를 고려하면 주가가 큰 폭으로 조정받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나이키 디지털 판매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 중인데, 향후 디지털 채널과 D2C 채널 매출 증가로 구조적인 마진 확대 상황이 지속될 것을 고려해 조정 시 분할 매수를 추천한다”고 했다.

오히려 나이키에 가장 부담스러운 악재는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이다. 중국 내에서 나이키 불매운동이 불면서 지난 6~8월 중국 시장 매출이 전년 대비 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앞서 나이키는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 지역에서 일어나는 소수민족 인권 탄압을 이유로 이 지역에서 나온 면화 구매 중단을 선언했다. 이후 중국에선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나이키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중국 시장의 성장률 정체는 공급망이나 물류 차질보다 나이키에 장기적으로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코로나 시대에도 디지털 전환으로 구조적 성장세에 올라탄 나이키
◆19년 연속 배당 늘려온 배당성장주
나이키 하면 해외 주식 투자자에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배당이다. 나이키는 19년 동안 연속적으로 배당금을 증액해왔다. 최근 5년간 연평균 배당 증가율은 11.53%에 달한다. 2010년 주당 0.28달러를 지급했던 배당은 2020년 1.01달러로 10년 동안 네 배 늘었다.

나이키의 배당률은 1% 미만이라 시가배당률로만 보면 배당 투자에 특화된 종목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주가가 많이 올랐다는 얘기도 된다. 1990년 이후 주가는 30년간 200배가량 상승했다. 2017~2018년엔 시가배당률 1.4% 안팎을 기록하다가 2020년 1.5%까지 치솟은 이후 주가 상승으로 꾸준히 내려왔다.

투자자 사이에선 현금 흐름이 좋은 가운데 배당 성장이 꾸준하면서 주주 친화적인 행보가 예상되는 대표 배당 성장주로 꼽힌다. 연간 40조원에 달하는 매출에 현금 보유량은 연간 2조원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팁랭크에 따르면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나이키에 대해 ‘강력 매수(Strong Buy)’ 의견을 내놓고 있다. 18곳의 증권사가 매수 의견을, 3곳이 비중 유지(Hold)를 제시했다. 최근 코로나19와 중국 리스크로 주가 타격이 있긴 했지만 평균 목표가는 185달러 수준으로 현재보다 27%가량 높다. 목표주가는 160~213달러 사이에 분포했다.

설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