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소파이 홈페이지
사진=소파이 홈페이지
대학에 합격하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이 ‘등록금 고지서’다. 합격의 기쁨은 잠시일 뿐이다. 등록금을 내야만 학교에 입학할 수 있다. 미국 명문대로 꼽히는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예일대 등을 다니는 데 4년간 25만달러(약 2억9500만원)가 든다. 학자금과 생활비를 위해 은행에 손을 벌리는 사람이 많은 이유다. 2020년 기준 미국의 학자금 대출 규모는 1조6900억달러에 달했다. 학자금 대출자 1인당 평균 3만7000달러의 빚을 갖고 있다.

미국 대표 핀테크 기업 소파이(SOFI)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사회적 금융(Social Finance)’의 약자인 소파이는 2011년 스탠퍼드대 동문이 재학생에게 낮은 금리로 학자금을 빌려주는 서비스로 첫발을 내디뎠다. 스탠퍼드 경영대학원(MBA)에 재학 중이던 마이크 캐그니와 동문인 댄 매클린, 제임스 피니건, 이안 브래디 등이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학자금 대출로 시작해 미래 은행으로

설립자 캐그니는 40명의 동문으로부터 200만달러를 모아 스탠퍼드 재학생과 졸업생 100명에게 대출해 줬다. 투자한 동문은 수익률을 챙기고 대출자는 연방정부의 대출 프로그램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빌릴 수 있다. 이후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대(MIT),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등 아이비리그 대학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사진=소파이 로고
사진=소파이 로고
학생을 대상으로 돈을 빌려주는 개인 간 금융(P2P) 대출인 만큼 소파이는 채무불이행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채무불이행률이 높을수록 소파이가 부실 위험에 빠질 확률이 크다. 소파이는 이를 ‘네트워크’로 해결했다. 크라우드 펀딩 형식으로 동문으로부터 자금을 모아 학생에게 대출해 준다. 전국 도시에서 졸업생과 학생 대출자가 만나는 행사도 개최했다. 대학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P2P 대출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이다. 대출금을 갚지 못할 경우 그 사람이 누군지 알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채무를 불이행할 가능성이 줄어들었다.

엄격한 대출 기준도 더했다. 학력과 직장 경력을 주요 평가 지표로 삼는다. 대출 신청자의 학위와 신용등급뿐만 아니라 직장 경력, 승진 가능성, 업무 성과, 보유 자격증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우량 고객이 많을 수밖에 없다. 신용도도 자연스레 높아졌다. 소파이는 2016년 5월 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로부터 AAA 등급을 받은 최초의 P2P 금융 기업이 됐다.

소파이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단순히 대출만 제공해 주는 기업으로 남지 않았다. 대출자의 상환을 돕는 금융 프로그램 마련에 나섰다. 대출을 받은 학생이나 개인에게 무료로 컨설팅해 주면서 이들이 직접 경제력을 키울 수 있게 했다. 재취업 컨설팅, 창업 교육, 재무 상담 등을 통해 이들이 디폴트 늪에 빠지지 않도록 도왔다. 대출자와 소파이 모두 이득을 보는 구조를 마련한 것이다.

학자금 대출 서비스로 시작한 소파이는 투자 자문을 포함해 주택담보대출, 개인신용대출, 상장지수펀드(ETF), 암호화폐 투자 서비스, 직불카드 서비스 등도 내놨다. 2020년 5월에는 카드 발급 등과 관련된 솔루션을 제공하는 갈릴레오파이낸셜테크놀로지와 인수합병(M&A) 절차를 마무리하면서 미래 은행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성장 가능성 높은 기업

소파이는 한국 개인투자자에게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회사 중 하나다. 한국예탁결제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소파이는 2021년 8월 현재 국내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 주식 중 아마존, 알파벳(구글), 모더나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개인 매수액은 4500만달러에 달했다. 미국 핀테크 스타트업 중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받은 회사이기도 하다. 소프트뱅크, 피터 틸, 카타르투자청 등으로부터 3조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유치했다.

하지만 소파이를 마냥 장밋빛으로 전망하기에는 무리라는 목소리도 있다. 최근 주가 흐름이 부진한 게 가장 큰 이유다. 지난 6월 21일 23.04달러를 기록한 뒤 주가가 하락하는 추세다. 흑자 전환하지 못한 것도 문제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적자를 냈다. 올 2분기 소파이의 순손실은 1억6530만달러에 달했다. 주당순손실도 0.48달러를 기록해 월가 예상치(-0.05달러)보다 아홉 배가량 높았다.
사진=소파이 주가 그래프
사진=소파이 주가 그래프
미국 정부가 연방 학자금 대출 상환을 유예한 것도 소파이에 악재로 작용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코로나19 확산으로 연방 학자금 대출의 상환과 이자 납부를 유예했다. 연방 학자금 대출보다 낮은 금리로 고객을 유치해온 소파이에는 좋지 못한 소식이었다.

소파이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올 2분기 기준 소파이의 회원 수는 256만 명에 달한다. 전년 동기(120만 명)에 비해 두 배 넘게 늘었다. 퍼시픽뱅코프와의 인수 계약이 최종 승인되면 추가 상승 여력도 생긴다. 소파이의 은행업은 현재 ‘조건부 허가’ 상태다. 미국 통화감독청(OCC)이 소파이의 은행업을 최종 인허가할 경우 사업은 더 빠르게 확장될 수 있다.
사진=소파이 투자지표
사진=소파이 투자지표
미국 주식정보사이트 팁랭크도 소파이 주식 매수를 추천했다. 애널리스트 4명 중 3명이 ‘강력 매수’ 등급을 매겼다. 이들이 제시한 소파이의 평균 목표주가는 24.38달러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