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오상은행(600036)은 최근 스포츠용품 업체 리닝, 유리 업체 신의글라스 등과 함께 홍콩 증시 벤치마크인 항셍지수(HSI)에 편입됐다. 기존 HSI에 포함됐던 중국 교통은행은 퇴출당했다. 이번에 새로 추가된 3개 종목이 HSI에서 차지하는 가중치는 4.15%다. 자오상은행 2.20%, 리닝 1.65%, 신의글라스 0.48%다.

제프리 챈 랩탁 오리엔탈패트론파이낸셜그룹 파트너는 “중국 정부의 규제가 계속되고 있는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를 HSI에 추가하지 않은 것은 합리적인 결정”이라며 “중국 정부가 소매와 개인 소비를 촉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자오상은행 같은 종목은 결국 승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실 더한 성장 추구
"혁신해야 생존"…中 자오상은행, 디지털 은행 전환 '속도'
자오상은행은 1987년 중국 개혁·개방의 최전선으로 꼽히는 선전시에서 설립됐다. 중국 기업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최초의 합자 상업은행으로 출발해 주목받았다. 혁신적인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앞세워 성장 속도도 빨랐다. 자오상은행은 중국에서 1800개 이상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직원 수는 9만 명이 넘는다. 홍콩 뉴욕 런던 싱가포르 룩셈부르크 시드니 등에도 국제금융센터를 두고 있다. 2002년 4월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SSE)에 상장했고, 2006년 9월 홍콩 증시에 진출했다. 대주주는 중국 국유기업 자오상쥐그룹으로 보유 지분은 29.96%다.

자오상은행은 2021년 상반기(1~6월) 611억5000만위안(약 11조1647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전년 동기(497억8800만위안)보다 22.8% 증가한 규모다. 순영업이익은 2020년 상반기보다 약 13.9% 늘어난 1688억3000만위안으로 집계됐다.

자오상은행의 자산 규모는 8조8858억위안으로 전년 말보다 약 6.2% 증가했다. 부채는 8조1243억위안으로 같은 기간 약 6.4% 늘었다. 고객 예치금도 5조9801억위안으로 약 6.2% 증가했다. 부실대출 잔액은 545억4200만위안으로 전년 말보다 9억2700만위안 늘었다. 다만 부실대출 비율은 약 1.01%로 2020년 말보다 0.06%포인트 감소했다. 부실대출 대비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439.46%로 전년 동기보다 1.78%포인트 증가했다.

자오상은행은 “2021년 상반기 품질과 효율성, 규모 등 고루 균형 잡힌 발전을 이뤄냈다”며 “은행의 몸집을 가볍게 하는 동시에 다양한 사업을 올바르게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자산과 부채 규모는 건전한 성장세를 보였다”고 했다.
디지털 뱅크 전환에 속도
"혁신해야 생존"…中 자오상은행, 디지털 은행 전환 '속도'
올 들어 9월 말까지 중국 상하이거래소에서 자오상은행 주가는 16.86% 급등했다. 자오상은행의 시가총액은 1조3100억위안 규모로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1조2200억위안)을 웃돈다. 최근 금융정보 업체 리피니티브가 집계한 목표 주가 컨센서스는 62.4위안이다.

전문가들은 자오상은행의 ‘혁신성’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상품 개발과 혁신과 관련한 사업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첫 다기능 직불카드 ‘올인원 카드’, 복합 온라인 뱅킹 서비스 플랫폼 ‘올인원 넷’ 등이 대표적이다. 자오상은행은 “시장과 규제 환경은 선도적인 개발 전략, 뛰어난 디지털 역량, 안정적인 운영 방식, 우수한 조직 문화를 갖춘 은행에 유리해지고 있다”며 “차별화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몸집은 더 가볍게 하면서 다양한 사업 모델을 운용한다는 게 자오상은행의 방침이다. 회사 측은 이를 ‘하나의 몸, 두 개의 날개(One Body With Two Wings)’ 전략으로 부르기도 한다. 자오상은행은 “광범위한 자산 관리 비즈니스 모델과 디지털 모델 등이 통합된 사업 구조를 추구한다”며 “이를 통해 미래 경쟁에서 지배적인 우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7월 중국 이팡다펀드의 대표 펀드매니저인 장쿤은 올 하반기 주목할 종목으로 은행주를 꼽았다. 은행주가 그동안 저평가됐던 데다 중국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가 은행에 유리하게 돌아갈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혁신해야 생존"…中 자오상은행, 디지털 은행 전환 '속도'
실제 중국 금융당국이 2020년 10월 알리바바 핀테크 계열사인 앤트그룹의 상장을 중단시키면서 기존 은행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자오상은행은 홍콩 증시에서 당시 열흘 만에 18% 급등했다. 중국 핀테크 업체들은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젊은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쉽게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해 소비자금융 시장을 잠식해왔다. 기존 중국 은행들은 그동안 정부에 핀테크 업체에 대한 규제 강화를 요구해왔다.

신생 핀테크 업체가 주춤하는 틈을 활용해 자오상은행은 ‘디지털 은행’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 측은 “디지털 은행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핀테크 비용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기술 역량을 강화했다”며 “디지털 수단을 통한 고객 확보와 디지털 운영 시스템의 수행 능력을 개선 중”이라고 했다. 자오상은행은 올초 중국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개발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에는 중국 공상은행, 건설은행, 농업은행, 우정저축은행, 교통은행 등도 참여했다.

자오상은행의 성장성을 눈여겨보는 것은 중국 내 투자자뿐만이 아니다. JP모간체이스는 지난 3월 자사 자산운용 자회사가 자오상은행의 자산운용사 지분 10%를 인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중국 은행이 전략적 외국인 투자자에게 문호를 개방한 첫 사례여서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