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상승률 최고…동남아의 아마존 '씨'
2019년 12월 말 기준 시가총액 100억달러 이상인 아시아 기업 가운데 지난해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종목은 싱가포르 인터넷 서비스 기업 씨(Sea·종목코드 SE)였다. 씨는 2020년 한 해 동안 몸집이 다섯 배 이상 불어 시총 1026억달러(작년 12월 22일 기준) 규모 기업이 됐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씨의 주력 사업은 전자상거래와 온라인 게임, 온라인 결제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반사이익을 누렸다는 분석이 많았다.

씨의 ‘고공행진’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 회사 주가는 올 들어 73.95% 급등했다. 지난 9월 3일에는 52주 신고가(353.37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2020년 씨의 뒤를 이어 주가 상승률 2위에 오른 중국 전기자동차 업체 비야디(BYD)는 올 들어 주가가 21.77% 상승한 데 그쳤다. 3위를 차지했던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핀둬둬는 오히려 주가가 43.13% 빠졌다. 글로벌 기업 대다수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가운데 씨의 성장 비결에 관심이 쏠린다.
인기 모바일 게임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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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는 2009년 싱가포르에 설립됐다. 주요 사업 지역은 동남아시아다. 온라인 게임개발업체 가레나와 전자상거래업체 쇼피, 디지털 결제업체 씨머니 등 3개 사업을 핵심축으로 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캐시카우인 모바일 게임에서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며 “성장성과 규모가 압도적인 동남아 시장에서 핀테크 및 전자상거래 분야의 최강자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신흥국에서 보기 드문 기술주” “동남아의 테슬라”라는 평가도 나온다.

가레나는 130개국 이상의 시장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온라인 게임 업체다. 게임을 개발하기도 하지만 좋은 게임을 발굴해 각국 시장에 유통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가레나가 개발한 대표 게임으로는 ‘프리 파이어’가 있다. 외딴섬에서 49명의 경쟁자와 10분간 생존 경쟁을 벌이는 슈팅 게임이다. 프리 파이어는 2019년과 2020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했다. 2020년에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와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콜롬비아 멕시코 우루과이 등 중남미, 인도 등지에서 최대 매출을 거둔 모바일 게임으로 기록됐다. 이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와 애플의 iOS 통계를 합친 결과다.

가레나의 핵심 경쟁력 중 하나는 텐센트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텐센트는 가레나의 지분 25.6%를 보유하고 있다. 가레나는 텐센트가 개발한 PC·모바일 게임을 2023년까지 동남아 시장에서 우선적으로 유통할 수 있다. 가레나는 인기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의 개발 회사 라이엇게임즈, 미국 게임 개발회사 일렉트로닉아츠(EA), 인기 게임 배틀그라운드 개발사 펍지(PUBG)와도 긴밀한 협력 관계에 있다.
동남아의 아마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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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의 전자상거래 사업체 쇼피는 2015년 출범했다. 중국 알리바바의 경쟁사이면서 동남아와 대만 시장을 이끄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꼽힌다. 회사 측은 “쇼피는 매일 수천만 명의 소비자에게 쉽고 빠르고 즐거운 온라인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며 “통합 결제와 원활한 주문 처리는 물론 광범위한 제품 구성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한다.

쇼피는 동남아 쇼핑 앱 가운데 월간 사용자 수가 가장 많다. 여기서 동남아 시장은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을 가리킨다. 작년에는 전 세계 쇼핑 앱 가운데 세 번째로 많이 다운로드된 앱에 이름을 올렸다.

쇼피는 공격적인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쇼피는 폴란드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폴란드는 이미 씨의 게임업체 가레나가 활동 중인 곳이다. 쇼피가 처음 진출하는 유럽 전자상거래 시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폴란드 전자상거래 시장의 가치는 160억유로(약 22조원)로, 서구 다른 국가들에 비해 성장 여지가 큰 것으로 평가받는다. 쇼피는 중남미 시장을 공격적으로 확장한 뒤 인도 시장에 진출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씨는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의 발행을 통해 최소 60억달러 규모의 신규 자금을 유치할 계획이다. 새로운 자금은 잠재적인 전략적 투자와 신사업 인수에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쇼피의 사업 확장에 쓰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강해지는 핀테크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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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의 핀테크 및 금융 서비스 플랫폼인 씨머니는 2014년 출범했다. 기술을 활용한 금융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와 기업의 삶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씨머니는 모바일 지갑, 지불, 신용 거래 등 다양한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표적인 서비스로는 쇼피페이, S페이레이터 등이 있다. 지난 2분기 씨머니의 모바일 지갑 서비스를 통한 지불액 규모는 41억달러를 넘어섰다. 전년 동기 대비 150% 증가한 규모다.

최근 씨는 핀테크 부문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싱가포르 금융당국으로부터 디지털 은행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올 1월에는 인도네시아 은행 BKE를 인수했다. 네이선 나이두 블룸버그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지불 분야를 넘어서 대출과 보험, 자산관리, 기타 금융 서비스를 포함해 씨머니 사업을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동남아 인구의 70% 이상이 제도권 금융 서비스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전체의 60% 이상은 현금을 사용하고 있다. 이런 시장 환경이 씨의 핀테크 사업에 좋은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추가 성장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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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씨의 놀라운 실적 성장에 주목하고 있다. 씨는 2020년 43억7566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21억7538만달러)보다 100% 이상 급증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많은 사람이 온라인 쇼핑과 비디오 게임, 디지털 결제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반사이익을 누린 측면이 크다. 하지만 이전에도 씨의 매출은 매년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2017년 매출은 4억1419만달러였으나 이듬해인 2018년 매출은 두 배가량 불어난 8억2697만달러였다.

올해 들어서도 매출 증가세는 지속되고 있다. 지난 2분기 매출은 22억8055만달러로, 1분기(17억6364만달러)보다 30% 가까이 늘었다. 전문가들은 씨가 디지털 엔터테인먼트와 전자상거래, 디지털 금융 서비스로 구성된 통합 플랫폼을 갖춘 점이 지속적인 실적 성장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씨가 다양한 신흥시장에 진출해 있다는 점은 성장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동남아와 대만, 인도네시아, 중남미 등을 활동 무대로 하기 때문에 사업 리스크가 분산된다는 분석이다.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크지 않다는 것도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중국 규제당국의 테크 기업 규제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씨는 브라질 시장에 진출해 중남미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메르카도리브레에 도전장을 내민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씨는 현지의 문화적 특성을 활용해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기도 했다. 동남아인은 평균 모바일 이용 시간이 하루 4시간 안팎으로 긴 편이다. 쇼피는 이런 동남아 소비자를 앱에 묶어두기 위해 쇼핑코인을 내걸고 퀴즈를 풀도록 하거나 라이브 챗, 쇼피 피드 등 판매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마련했다.

나이두 애널리스트는 “2017년 나스닥시장 상장 이후 주가가 20배 이상 급등했지만 여전히 전망은 긍정적”이라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요가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쇼피의 브라질 등 중남미 진출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사람들은 디지털 서비스와 온라인 플랫폼에 열광할 것”이라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온다고 해도 쇼피 서비스의 편리함을 버리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은 앞으로 씨가 풀어야 할 숙제로 지목된다. 씨는 지난해 16억1806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전년(14억6280만달러)보다 순손실 규모가 커졌다. 올 상반기에도 8억5613만달러 순손실을 냈다. 지난 2분기 기준 주당순이익은 -0.61달러였다. 시장이 예상했던 주당순이익은 -0.49달러였다.

WSJ가 집계한 씨의 주당순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올 3분기 -0.63달러, 4분기 -0.19달러다. 올해 주당순이익 전망치 평균은 -2.47달러다. 2022년에는 -1.21달러, 2023년은 0.85달러로 예상됐다. 목표주가 컨센서스는 368.66달러로, 현재 주가 대비 8% 상승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WSJ에 따르면 최근 23명의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명이 씨에 대해 매수 의견을 냈다. 3명은 비중 확대 의견을 제시했다. 3개월 전에는 애널리스트 24명 가운데 매수 의견이 19명, 비중 확대 2명, 중립 1명이었다.
공동창립자 3인방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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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는 포레스트 리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사진)와 강 예 최고재무책임자(CFO), 데이비드 첸 최고제품책임자(CPO) 등 3명이 2009년 5월 공동 설립했다.

리 회장은 회사 설립 이후부터 현재까지 CEO를 맡고 있다. 중국 출생이지만 나중에 싱가포르 시민권을 취득했다. 리 회장은 싱가포르 경제개발위원회 이사회 멤버이자 호텔 체인 샹그릴라 아시아의 비상임 이사이기도 하다. 싱가포르국립대와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의 자문위원회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리 회장은 상하이자오퉁대에서 공학 학사 학위를 딴 뒤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에서 MBA 학위를 취득했다. 지난달 기준 블룸버그 빌리어네어(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리 회장의 순자산 규모는 198억달러로 싱가포르에서 최고 부자에 이름을 올렸다.

예 CFO는 2010년 3월부터 씨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2017년 1월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재직했으며 2010년 3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그룹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지냈다. 씨 설립 이전에는 식품 가공기업 윌마인터내셔널과 싱가포르 경제개발위원회에서 근무했다. 그는 미국 카네기멜론대에서 컴퓨터 과학 및 경제학 학사를 취득했다.

첸 CPO는 쇼피를 공동 창립한 인물이다. 그는 2017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그룹 비서실장을 맡았다. 2009년 5월부터 2016년 12월까지는 그룹 COO로 일했다. 씨 창립 이전에는 싱가포르 항구 컨테이너 터미널 관련 사업을 운영하는 PSA에서 일했다. 그는 싱가포르국립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했다. 예 CFO의 순자산은 108억달러, 첸 CPO는 36억달러 규모로 알려져 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