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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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벳(GOOGL)은 미국 증시에 상장한 대표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 중 하나다. 세계 검색엔진 시장의 92%(올해 1분기 기준)를 점유하고 있는 구글,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 등을 거느리고 있다. 구글 안드로이드는 세계 모바일 운영체제(OS)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크롬은 브라우저 분야의 세계 최강이다. 구글 맵의 점유율도 70% 수준이다.

알파벳은 올 상반기에 연이어 어닝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달성했다. 광고주의 구글, 유튜브 광고 수요가 늘어서다. 알파벳 실적의 외형은 ‘본업’인 광고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알파벳은 미국 온라인 광고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회사다.

알파벳의 실적 발표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단어가 하나 눈에 띈다. 신규 사업을 뜻하는 아더베츠(Other Bets)다. 알파벳은 매 분기 실적 발표에서 구글과 아더베츠의 성과를 나눠 보여주고 있다. 아더베츠에는 자율주행차 사업 부문인 웨이모 등이 속해 있다. 적자를 이어가고 있고 매출도 미미하지만 구글의 미래를 이끌어갈 ‘보석’이 나올 수도 있다는 기대로 키우는 분야다. 그러나 세계적인 빅테크 규제 분위기는 구글에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상장 후 시가총액 수십배 불어나

미국 스탠퍼드대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1996년부터 검색엔진 기술을 개발했다. 이들은 수학용어 구골(googol·10의 100제곱)에서 따온 ‘구글’을 검색엔진 이름으로 택했다. 브린과 페이지는 1998년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의 차고에서 회사를 설립했다. 이들에게 차고를 빌려준 수전 워치스키는 이후 구글에 입사해 현재 유튜브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를 비롯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며 구글은 빠르게 성장했다. 설립 8년 만인 2004년 구글은 기업공개(IPO)를 통해 미국 증시에 상장했다. 2015년에는 지주회사 알파벳 체제로 전환했다. 사명 알파벳은 초과수익(알파)을 내기 위한 베팅을 뜻한다.

알파벳 주식은 세 종류로 이 중 두 가지만 일반투자자들이 거래할 수 있다.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는 클래스(등급)A와 B 두 가지다. 주당 한 의결권이 있는 알파벳A(GOOGL)는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거래 가능하다. 주당 10의결권이 있는 알파벳B는 창업자 등 일부만 소유하고 있고 비상장 상태라 일반투자자는 거래할 수 없다. 의결권이 없는 자본주인 알파벳C(GOOG)는 2014년 추가 상장됐다.

알파벳의 장기 투자 성과는 뛰어나다. 2004년 공모가 기준으로 구글의 시가총액은 약 230억달러였다. 이로부터 17년이 지난 2021년 9월 말 기준 구글의 시총은 1조9000억달러 수준으로 불어났다. 시총을 기준으로 하면 주가가 공모가 대비 80배가량 뛰었다. 미국 증시 상장사 중에서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이어 시총 2조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있는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다.
구글의 최근 5년간 주가 흐름
구글의 최근 5년간 주가 흐름
알파벳은 구글 시절부터 전문경영인 체제를 이어오고 있다. 구글 성장의 주역으로 평가받는 에릭 슈밋은 2001년부터 2011년까지 구글 CEO를 지냈다. 슈밋은 이후 구글과 알파벳의 회장, 기술고문을 지내다가 2020년 퇴사했다. 현재 사령탑은 순다르 피차이다. 피차이는 2015년 구글 CEO에 올랐고 알파벳 CEO를 겸임하고 있다.

창업자인 페이지와 브린은 2019년 구글과 알파벳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이들은 알파벳B 주식을 대거 보유하고 있어 주주로서 여전히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브린과 페이지는 올해 5월부터 석 달 동안 알파벳 주식을 10억달러어치 이상 매각하기도 했다.
어닝서프라이즈 열쇠 쥔 '광고'

알파벳의 매출 대부분은 구글, 유튜브 등의 광고에서 나온다. 광고 부문에서 거둔 실적이 좋을수록 알파벳이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사업 구조다. 2020년 연간 기준으로는 전체 매출 중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이 90% 이상이었다.

알파벳은 올해 2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 늘어난 618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월스트리트 추정치인 500억달러대를 훌쩍 뛰어넘는 어닝서프라이즈였다.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3% 급증한 193억6100만달러였다.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2.6배 이상인 185억달러였다.

2분기 어닝서프라이즈의 이유는 역시 광고였다. 2분기 매출 중 81%인 504억달러가 광고 부문에서 나왔다. 2분기 구글의 검색광고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 네트워크 광고는 60% 늘었다. 유튜브 광고 매출은 84% 급증했다. 코로나19 여파가 컸던 지난해 실적 대비 기저효과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해도 광고주들의 수요 증가에 힘입은 성장성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투자자들은 유튜브가 광고주의 최선호 플랫폼이 될 수 있을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자상거래의 제품 탐색 단계인 언박싱, 리뷰 등 콘텐츠 소비가 급증하면서 TV 광고가 유튜브 광고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며 “제품 결제와 직접 연동되는 성과형 광고 상품이 추가되면서 광고 효과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짧은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 대응하기 위해 유튜브가 올해 내놓은 쇼츠는 하루 조회 수가 150억 회를 넘어서기도 했다. 유튜브는 쇼츠 콘텐츠 창작자들에게 내년 말까지 1억달러를 지급하기로 하는 등 활성화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단 페이스북이 소유한 인스타그램이 내놓은 릴스, 스냅챗의 스포트라이트 등도 짧은 동영상 플랫폼 시장에 등장하며 경쟁 강도가 세진 점은 변수다.

시장에서는 올 하반기에도 알파벳이 어닝서프라이즈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김중한 삼성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도 디지털 광고가 구조적으로 성장하고 유튜브 광고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광고 실적이 정점을 찍었다는 우려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단 지난해 3분기부터 광고 집행 규모가 회복돼 올 2분기만큼의 기저효과를 누리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알파벳은 호실적에 기반해 지난 4월 50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구글은 캐나다 전자상거래 솔루션 기업 쇼피파이, 결제회사 스퀘어, 고대디 등과 제휴해 전자상거래 사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적자폭 줄여가는 클라우드

시장에서 주목하고 있는 알파벳의 또 다른 사업은 클라우드다. 올해 2분기 클라우드 사업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 늘어난 46억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결제서비스 회사 페이팔, 가전회사 월풀 등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올 2분기 클라우드 사업 부문의 적자는 약 6억달러로 손실폭을 줄여나가고 있으며 올해 연간으로는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클라우드는 빅테크들의 격전지다. 이 분야 최강자는 미국 전자상거래기업 아마존의 아마존웹서비스(AWS)다. 시장조사업체 시너지리서치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세계 클라우드 시장에서 AWS의 점유율은 32%였다. 2위는 MS의 애저로 20%를 차지했다. 3위가 구글로 9% 정도다. 그 뒤를 중국 알리바바, IBM 등이 추격하고 있다.

구글의 시장점유율이 아마존, MS보다 낮기는 하지만 성장세는 더 가파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알파벳의 여러 사업과 클라우드가 시너지를 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주요 경쟁사에 비해 후발주자라는 점, 경쟁사들도 클라우드 사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는 점은 구글의 클라우드 사업 가치를 평가할 때 ‘할인’ 요인이 된다.
알파벳의 미래 걸린 아더베츠

알파벳은 구글 외에도 여러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은 웨이모다. 웨이모는 자율주행차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올해 8월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범 도입했다. 웨이모가 뚜렷한 실적을 낼 수 있을지 시장 일각에서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에서도 회사는 올해 6월 25억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웨이모 자동차
자료: 웨이모
웨이모 자동차 자료: 웨이모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해 칼리코, 베릴리 등 자회사에서 바이오 사업도 하고 있다. 진단 등 헬스케어 산업의 성장성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은 스마트워치 기업 핏빗을 인수하며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 배달용 자율주행 드론을 개발하고 있는 윙 등도 거느리고 있다. 산하 투자회사인 GV와 캐피털G 등을 통해 여러 스타트업에 지분 투자를 하고 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음성비서 산업에서는 구글 어시스턴트를 내세우고 있다. 구글페이, 인공위성 산업, 퀀텀컴퓨팅 등도 알파벳의 관심 분야다.

알파벳의 아더베츠는 그동안 여러 실패 사례를 낳았다. 풍력 에너지 기술 개발 등이 중단됐다. 클라우드 게이밍 스태디아도 난항을 겪고 있다. ‘돈 먹는 하마’라는 평가도 나온다. 알파벳 출범 이후 아더베츠의 누적 자본 지출은 약 32억달러, 누적 영업손실은 243억달러로 집계됐다.

이원주 키움증권 연구원은 “아더베츠의 거듭된 실패로 구글의 시총은 애플, MS 등에 뒤졌다”며 “하지만 이 중 무엇이라도 성공한다면 구글 주가 상승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투자회사 샌퍼드C번스타인의 마크 시물릭 애널리스트는 아더베츠의 가치를 500억달러 이상으로 최근 추산하기도 했다.
테크래시는 위험 요인

테크래시가 거세지는 분위기는 알파벳의 실적을 위협할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기술(테크놀로지)과 반발(백래시)의 합성어인 테크래시는 빅테크에 대한 반감이 일어나는 현상을 뜻한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아마존 킬러’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빅테크와 대립각을 세워온 리나 칸을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수장으로 임명했다.
자료: 구글
자료: 구글
유럽연합(EU)도 빅테크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EU는 2018년 구글이 OS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점을 들어 43억유로의 과징금을 부과한 전력이 있다. 미국 게임회사 에픽게임즈는 인앱(in-app) 결제가 반독점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구글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고 있다. 같은 이유로 에픽게임즈가 애플을 상대로 낸 1심 소송에서 미국 법원은 애플의 인앱 결제 강제를 제한하는 판결을 내렸다. 구글도 법원에서 비슷한 판결을 받아들게 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올해 9월 이른바 ‘구글 갑질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시행에 들어갔다. 인앱 결제 강제 제한이 핵심이다. 세계 최초로 한국이 시행에 들어간 이 법률에 대해 세계적인 관심이 쏟아지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에 구글 OS만을 적용하도록 강제했다며 2074억원의 과징금을 구글에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