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빠른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은 기준금리 인상에 대비해 보유한 기업 정리에 미리 나섰다. 이들이 내놓은 기업을 인수한 측은 중견기업 및 신생 PEF가 많았다.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기 전까지 유동성을 활용해 대형 인수합병(M&A) 기회를 잡으려는 중견기업과 매각 가격을 높이려는 PEF 간 눈치싸움도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PEF가 매각한 기업은 대부분 중견기업이 인수하거나 인수를 추진 중이다. 글로벌 PEF인 TPG는 지난달 보유하고 있던 헬스밸런스의 건강기능식품 부문만 따로 떼어내 대한제분에 매각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거래금액은 800억원가량이다. 대한제분은 ‘콤부차’로 시장에 알려진 차(茶) 제조사 티젠 M&A전에도 뛰어들었다. 티젠의 경영권은 기업은행과 PEF 운용사 TS인베스트먼트가 조성한 펀드(IBK-TS 엑시트 사모투자합자회사)가 갖고 있다.

카무르프라이빗에쿼티(PE)가 내놓은 신한벽지 매각엔 KCC가 참여하고 있다. 카무르PE는 2016년 신한벽지의 대주주로부터 1900억원에 사들인 지분 98%를 내놓았다. KCC는 벽지업계 2위인 신한벽지 인수를 통해 사업 영역 확대를 꾀하고 있다.

지난 7월엔 홍콩계 PEF인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가 보유하고 있던 로젠택배를 대명화학이 인수했다. 3400억원에 달하는 이 거래에서 대명화학은 자회사 코웰패션을 통해 택배업계 4위 회사를 품었다.

IB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상을 염두에 두고 먼저 보유한 기업을 내놓은 PEF들은 사업을 확장할 가능성이 높은 중견기업을 우선 접촉하고 있다”며 “최근 PEF가 매각 대상 기업을 찾을 때 후보 목록에 단골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IS동서 등이 대표적”이라고 했다. IS동서는 콘크리트 등 건설자재를 팔아 연 1조원가량의 매출을 내는 회사다.

PEF 매물은 아니지만, 정부 보유 기업을 인수하거나 직접 접촉해 지분을 사들이는 중견건설회사들도 최근 M&A 시장에서 눈에 띈다. 중흥건설은 8월 KDB인베스트먼트(KDBI)가 갖고 있는 대우건설 지분 50.75%(2억1093만1209주)를 2조1000억원에 인수하는 양해각서(MOU)를 맺고 실사 중이다.

중흥건설과 지역(광주) 라이벌 관계인 호반건설은 서울신문과 전자신문 등 중앙 언론사를 잇따라 사들이고 있으며, 충남 부여에 본사를 둔 성정은 이스타항공 인수 작업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역 전문 건설사로 백제컨트리클럽과 토목공사업체 대국건설산업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