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언 강 노틸러스벤처스 대표
브라이언 강 노틸러스벤처스 대표
→1회에서 이어서

브라이언 강(사진) 노틸러스벤처스 대표(CEO·사진)는 한국 스타트업 기업인들에게 "미국 시장으로 안 나올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헬스케어 시장의 예를 들며 "미국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전 세계 국방비를 합친 것보다 크다"며 "한국보다 시장이 100배 이상 크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또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미국에서 '성공 경험'을 쌓고 국내로 다시 전파해야 한국 시장도 발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스타트업 성공 요건으론 '창업자의 영업능력'을 꼽았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도 영업력을 활용해 고객사를 설득 시키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스타트업을 발굴, 투자하는 벤처캐피털리스트를 꿈꾸는 후배들에겐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많이 듣고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말했다. 아래는 인터뷰 1회 '실리콘밸리 최고 투자자가 꼽은 '톱픽'…메타버스보단 빅데이터'(9월29일 '한경 엣지' 뉴스레터 및 한경닷컴에 보도)에 이은 인터뷰 질의응답 2회다.

펀드1 성과는 장부가의 3배...내년 펀드3도 미래차, 빅데이터 중심 투자

▶미래엔 어떤 업종이 유망할까요.
"우선 전기차 수소차 시장이 올 거라는 것 확신이 있습니다. 인공지능(AI) 기술 관련해선 2016년엔 공부하면서 투자했는데, 이제 사람들이 딥러닝은 '몰라도 알게 되는' 수준이 됐죠. AI 알고리즘만 갖고 있는 회사는 어려울 것 같고, 이를 활용해서 새로운 사업을 만드는 에디슨소프트웨어 같은 사업 모델을 찾고 있어요. 데이터를 활용해서 기존 시장을 대체하고 새로운 이익을 만들 수 있는 곳이요."

▶스타트업 발굴 때 노틸러스만의 강점이 있다면요.
"저는 삼성에 있었고 제 파트너는 폭스콘 CVC(기업 소속 벤처캐피털)에서 오래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CVC는 VC보다 스피드, 유연성이 떨어져요. 투자를 하고 싶어도 못 할 수가 있죠. 본사 여러 사업부에서 반대한다든지 그런 경험을 했고요. 투자를 하고 싶은데 못하는 게 많습니다. 저는 CVC를 경험하고 시작했으니까 친한 전략투자기관 친구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희가 투자한 26개 포트폴리오 중에 CVC와 함께 투자한 것들이 6-7개가 됩니다. 저희들이 LP(출자자들)에게 말하는 차별화 포인트입니다."

▶펀드 1과 2의 성과는 어떻습니까.
"펀드2는 아직 초기라서 성과가 나쁘진 않은데 실제 엑시트는 없고요, 피스컬노트가 상장을 하면 첫 번째가 되지 않을까요. 첫 번째 펀드는 엑시트 4개가 나왔고, 2개가 상장했고 하나는 M&A가 됐고 다른 거 하나는 말씀은 못드리는데 아직 발표가 안 나서 4개가 실현된 엑시트가 나왔습니다.(인터뷰 이후 에디슨소프트웨어가 팔렸다는 뉴스가 나왔다.) 시장의 밸류가 많이 올라가서 많이 혜택을 받긴했는데, 펀드 1은 장부 가격의 3배 정도 나온 것 같고, 기대치는 그것(3배)보다 더 나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펀드1은 2015년에 런칭했으니까 만기 2025년까지 성과 괜찮을 것 같고요. 펀드2는 현재 기준으론 엑시트는 없지만 회사 상태, VC들의 관심도, 엑시트 가능성 봤을 땐 제 개인저인 의견이지만 펀드 1보단 상황이 좋다고 느껴져요."

창업자가 자본금까지 책임지는 한국...미국은 VC가 재무투자 도맡아

▶한국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 생태계는 발전 중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10년 전만해도 스타트업이 투자를 받으려면 창업자가 집 담보 받고 자본금을 마련해야했어요. 저는 VC를 미국에서 처음 시작했으니까, 당시에 '자본금이 뭐지' 이런 생각을 했죠. 한국에선 '창업자가 회사에 목숨 걸었어' 이런 의미에서 자본금을 마련합니다. 그러니까 내 회사란 생각을 할 수 밖에 없고요. 지금은 아닙니다. 그리고 스타트업에 투자할만할 때 VC들이 들어와서, 금융업무하듯 2~3배 버는 그 모델 갖고 투자를 했죠. 그러니까 VC 지분 자체가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적고, 창업자들은 '이게 내 회사' 이런 생각을 합니다. 창업자가 매각에 대한 것도 결정하고 이사회 구성도 다 하죠."

▶미국은 어떤가요.
"미국은 전혀 그런 게 없어요 창업자는 경험과 아이디어를 갖고 VC들에 어필하면, 처음부터 재무적인 위험은 VC 같은 투자자들이 짊어지는거죠. 그렇게해서 창업자들이 성공하면 VC들은 지분 계속 가져가면서 엑시트까지 잘 되는 것이고요. 잘 안되고 '창업자가 말한 게 다 거짓말이네' 이런 생각이 들면 바로 잘라낼 수 있거든요. 여기서 모든 창업자와 투자자의 관계들이 시작됩니다."

▶스톡옵션 문화도 좀 다르다고요.
"네 미국에선 직원이 들어오면 레벨에 따라 스톡옵션 지급 계획을 4년 정도 정해놓고 하는데, 한국 스타트업은 10년, 20년 기간으로 정해놓고요. 그것도 엑시트 해봤자 얼마 나오지도 않습니다. 미국에선 하나 대박 터지면, 예를 들어서 부사장(VP)레벨이 시리즈B 시기에 들어가면 지분 1% 정도 왔다갔다하면서 받는데, 유니콘이 나오면 1000만달러가 되는 거잖아요. 한국에선 엑시트 해봤자 몇 백만원 많앙, 몇 천만원 그렇게 흘러가고 있으니까요. 지분도 임직원들에게 적게 주고요. 그래도 요즘엔 많이 나아졌어요."

▶한국 스타트업 문화는 개선되고 있는 걸로 보이십니까.
"10년 전엔 다들 열심히 공부해서 대기업들어어가는 게 인생목표였죠. 요즘엔 스타트업 대박들이 나오니까 '굳이 삼성가서 일해야하나' 이런 생각을 할 겁니다. 한국 SW업체 만났는데 SW엔지니어 한 명한테1억 줘야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2010년 초반엔 5-10년 차 엔지니어들 연봉 5000만원 밖에 안 됐어요. 요즘엔 거의 삼성 정도 가는 월급 줘야하고, 지분도 여기에 맞게 떼어줘야하거든요. 이젠 사람들이 계산을 해보기 시작해요, 조(兆) 단위 엑시트들이 나오니까 훌륭한 인재들이 모일 수 있습니다. 그런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이 되고 많이 나아졌어요."

헬스케어 관련 한국은 시장 작고 규제 많아

▶요즘 한국계 유니콘들이 많이 나왔어요.
"몰로코라고 디지털광고사업 하는데, 그 분들 대단한 게 광고 비즈니스가 10년 전에 휩쓸고 가고 나선 한동안 아무도 투자 안하던 것인데요. 한국분들이 시작해서 터프한 곳을 뚫어서 유니콘을 만들었다는 게 대단합니다. 창업자(안익진 대표)가 구글에 다니다가 '나도 이런 것들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스타트업 창업했는데요. 그런 광고와 관련된 기술, 저희가 많이 알고 있는 'SaaS'(기업 서비스용 소프트웨어) 비즈니스는 한국엔 여러 이유로 존재하지 않거든요. 결국은 한국에선 이런 창업 에코시스템이 미국하고 괴리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여기서 창업을 해본 분들의 지식이 한국으로 흘러가서 전파가되고 그런 과정이 앞으로 3~4년 진행되면 다양한 회사들이 한국에서 나올 것 같아요."

▶헬스케어 같은 산업은 아직 한국 규제가 많은데요.
"한국에서 개발한 기술인데 한국에서 사업을 할 수 없어서 미국으로 나온 사례가 있습니다. 서울대에서 유전자 분석해서 개인이 약에 대해서 어떻게 반응할 지 분석하는 서울대 교수가 계셨습니다. 미국 헬스케어 인더스트리가 전 세계 국방비를 합친 것과 비슷한 규모 시장이거든요. 이 기술을 개발하고 한국에서 성공했다고 가정했을 때 만들 수 있는 시장 규모가 미국에서 성공했을 때의 '100분의 1' 밖에 안되더라고요. 미국으로 나올 수 밖에 없었죠. 그래서 한국계 미국인 CEO가 미국에서 회사 차려서, 추가 특허를 만들고 사업을 하고 있어요. 이런 회사들이 지금 막 상용화가 돼서, 올 4분기 매출 나올건데, 그런 회사들이 성공을 하게 되면 몇 조 짜리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하니까요. 한국의 독특한 기술들을 미국에 적용하는 노하우를 가진 사람들이 많이 나와서 미국에서 사업을 해보면, 한국에도 지식이 전파되고 발전할 것입니다."

▶한국에서 스타트업이 미국으로 많이 나와야할까요.
"한국에서 성공할 수있는 건 하면 되는데 미국시장에서 더 크게 할 수 있다면 안 나올 이유가 없습니다. 요즘 젊은 창업자들은 CEO를 두는 것에 대해서도 부담스러워하지 않고요. 예를 들어서 창업자가 언어적으로 어려우면 미국에서 한국인이 아니더라도, 같이 합쳐서 할 수 있고 그런 것들이 많이 열려져 있습니다. 5년 전에 한국 창업자분들 만나면 꼭 여쭤보는 게 '현지 영업인력과 CEO 영입하는 거 어떻게 생각하냐'고 제안하면 '괜찮다'고는 하는데 얼굴을 보면 아닌 경우가 많았거든요.(웃음). 요즘 젊은 친구들은 왜 안되겠습니까란 얘기를 해요."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위해서 갖춰야할 요건은 무엇일까요.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회사의 성패를 가르는 90%는 사람의 영업능력이에요 M&A하든 나스닥 상장을 하든 제품을 갖고 영업해서 팔아야하는데, 결국 이게 사람의 능력이거든요. 창업자들이 '세상에 자기 기술이 나오면 모든 사람이 살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절대 안 사거든요. 결국은 한국에서 독창적인 기술이 있어도 미국에서 장사를 하려면 고객 만나서 세일즈해야해요. '이게 왜 필요한 지 알려줄게' 이게 돼야합니다. 이걸 100% 잘 할 수 있는 사람 아니면 성공 못해요."

스타트업 창업자의 '영업능력'이 가장 중요

▶스타트업 투자를 결정할 때 가장 많이 보는건요.
"제일 기본적인 충족조건은 시장이 존재하느냐입니다. 세콰이어나 호로위츠 같이 조 단위 투자하는 VC들 말고는 시장이 있어야해요. 참고로 세콰이어가 구글에 투자할 때 구글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1100만달러를 다음달 투자한다고 결정했거든요. 이런 대형 VC 말고는 일단 시장이 있어야해요. 그 다음엔 제품도 보지만 사람을 봐요. 결국 사람입니다.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사람 만나는 게 쉽지 않을텐데요.
"그래서 어려운 부분들이 있어요. 사람을 만나서 커피도 마시고 사람사는 이야기하고 그래야 여러가지 볼 수 있는데 그런 것들이 제한적이죠. 투자하는데 애로사항이 있습니다. 일단 그게 중요하고 그 다음에 물건하고 기술들의 독창성과 차별성이죠. 경쟁자를 막을 수 있는 방법들을 봅니다. 그런데 결국은 사람입니다. 아까 말씀드린 SaaS 시장에서 없는 기술 나오는 것이 아니거든요. 그걸 파는 건 사람 능력인데, 사람 만나서 설득을 해야하거든요. 제가 삼성 때부터 약 70개 기업에 투자했는데 '기술만 갖고 성공한 회사'는 정말 하나도 없었습니다. CEO의 영업능력이 안좋은데 기술 갖고 성공한 건 없었고요. 별 것 아닌 기술을 갖고 봉이 김선달의 물장사처럼 이렇게 해서 성공한 회사들은 있었어요."

▶내년 상반기 출시할 세번째 펀드는 어떻게 준비 중이십니까.
"큰 그림은 다르지 않습니다. 특정 섹터만 투자하는 건 아니고, 데이터, 남아 있는 투자처 중엔 데이터가 가장 큽니다. 데이터에 대한 양도 1년에 몇 배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활용하는 데이터는 전체의 1%도 안 될 것 입니다. 분석을 하고 활용을 해서 데이터 에코시스템 안에서 가치를 만들어내는, 그런 비즈니스 모델을 하는 회사를 투자하려고요."

▶한국 스타트업에도 관심을 갖고 계십니까.
"한국 쪽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를 여기로 가져오거가, 한국시장으로 진출하려고하는 미국회사들에 관심 있어요. 지금까지 펀드에선 한국투자 지분을 10~15% 수준으로 유지했는데, 이번엔 조금 늘려볼까합니다."

미래의 벤처캐피털리스트, "사람들 자주 만나고 귀 넓혀야"

▶벤처캐피털리스트에게 필요한 자질이 있다면요.
"사람들 많이 만나야하고요. 호기심 많은 건 타고 나야하는데,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해 귀를 기울이면서 잡다한, 좀 여러가지 지식들을 많이 듣고 경험해야죠. 그러면 업종이 다른데도 헬스케어쪽의 프로세스를 다른 업종들에 적용하고 이런 게 가능하거든요. 귀를 넓히고 여러 군데 뛰어다니면서 사람들 많이 만나고 본인 네트워크 만들어야합니다. 사실 타고나야하는 부분도 있고 저도 사람들 많이 만나는 건 아니지만, 그게 제가 젊은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대표님의 최종 목표는 무엇입니까.
"저도 '빨리 은퇴하자' 기본적인 것이고요(웃음). 제 개인적인 목적을 이루는 과정에서 한국 VC, 한국 스타트업들이 미국에 와서 성공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싶어요. 유니콘 나오고 있고 대박이 나서 '미국가서 성공하면 대박이 나는구나' 그런 것들이 더 진행되도록 좀 더 도와드리고 싶은 부분이 있어요. 저희가 투자한 회사 중에 2개가 한국에서 시작해서 미국으로 진출하려는 회사들이 있어요. 성과가 좋은 케이스를 몇개 만들어서 '되는구나'라는 걸 보여주면 스타트업에 인재가 몰리고,선순환이 될 것 같습니다."

실리콘밸리=황정수 특파원/이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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