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동박 생산업체인 SKC가 15% 넘게 급락했다. 영국 실리콘 음극재 생산업체인 넥시온과 추진한 합작법인 설립 건이 무산됐다는 소식이 악재로 작용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음극재 사업에 먼저 진출한 SK머티리얼즈로 인해 SKC의 실리콘 음극재 신사업이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SKC는 30일 15.08% 떨어진 16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오후 SKC 이사회에서 넥시온과의 합작법인 설립안건을 부결시켰다는 소식이 전해진 여파다. SKC는 지난 24일 개최한 파이낸셜스토리데이 행사에서 음·양극재 사업 진출을 선언한 이후 주가가 급등했었다. 이사회 내에서는 사업 개화 시기를 놓고 이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업계가 보는 시각은 사뭇 다르다. 상당수 완성차 업체들은 이미 2023년부터 실리콘 음극재를 채택하겠다고 선언했다. 시장 수요는 충분하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배터리 소재는 중장기 공급 계약을 토대로 한다는 점에서 올해부터 본격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실리콘 음극재 시장의 본격 개화 시기를 고려하면 오히려 지금부터 준비에 나서야 할 때”라며 “이사회 판단이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SK는 그룹 내 계열사들이 2차전지 소재를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실리콘 음극재 공장은 이미 SK머티리얼즈가 발을 들인 분야다. 지난 14일 8500억원을 투자해 미국 실리콘 음극재 기업인 그룹4테크놀로지와 합작사를 세우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SKC까지 실리콘 음극재에 뛰어들면 그룹 차원의 ‘중복 투자’가 이뤄진다는 얘기다. SKC가 이사회에 재상정할 계획은 아직 없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더했다.

이날 주가 급락은 과도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SKC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이 2차전지 소재주 가운데서도 낮은 수준인 데다가, 회사 측의 투자 의지가 여전하다는 이유에서다. SKC가 동박 추가 증설이나 양극재 투자 확대에 나설 가능성도 시장에서는 거론된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