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직영중고차 기업인 케이카가 공모가를 희망가격보다 약 30% 내린 2만5000원에 결정했다. 기업가치가 조(兆) 단위인 대어가 수요예측 부진으로 공모가를 낮춘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케이카는 29일 공모가격을 희망 공모가격(3만4300~4만3200원) 하단보다 27% 낮은 2만5000원으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전체 공모금액은 3366억원, 공모 직후 시가총액은 1조202억원으로 줄어들게 됐다.

케이카는 최대주주인 한앤컴퍼니의 구주매출 규모도 계획보다 20% 줄이기로 했다. 이 회사는 지난 27~28일 진행한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 40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희망가격의 최하단보다 낮은 가격으로 주문을 넣은 기관도 적지 않았다.

성장세가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기관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2019년 2월 중고차사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 제외된 후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대기업이 이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중고차사업을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할지 여부를 두고 검토 중인 중소벤처기업부가 대기업의 시장 진입을 허용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면 케이카의 성장세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케이카는 그동안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올 상반기 매출은 9105억원, 영업이익은 38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9.8%, 131.7% 늘었다.

모빌리티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또 다른 기업인 롯데렌탈의 흥행 실패 역시 케이카의 투자자 모집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 1위 렌터카업체 롯데렌탈은 지난달 19일 상장한 이후 한 번도 공모가격(5만9000원)을 넘지 못한 채 내리막을 타고 있다. 이 회사는 29일 3만9400원에 장을 마치며 또 한 번 최저가를 기록했다.

케이카는 시장 친화적인 공모가를 통해 투자자의 관심을 끌겠다는 전략이다. 이 회사는 30일부터 이틀간 일반청약을 진행해 투자자 모집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상장 주관사인 NH투자증권과 인수업무를 맡은 대신증권, 삼성증권, 하나금융투자를 통해 청약할 수 있다.

수요예측 결과와는 별개로 케이카의 최대주주 한앤컴퍼니는 투자 3년 만에 ‘대박’을 내게 됐다. 한앤컴퍼니는 케이카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보유 주식(4688만4369주)의 26%인 1226만2067주를 구주매출로 처분한다. 이 거래만으로도 2018년 SK㈜로부터 인수한 금액(2050억원)보다 많은 3065억원을 손에 쥔다.

김진성/전예진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