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코스' 밟은 정치 명문가 3세

히로시마 9선, 최장수 외무상 역임
아들만 셋…두주불사형 애주가
“겸손하고 침착하지만 뚜렷한 색깔이 없다.”

29일 치른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일본 제100대 총리 자리를 예약한 기시다 후미오(64)에 대한 평가다.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 반면 자기 주장이 분명하지 않다는 부정적인 평판도 따라다닌다.

기시다는 정치 명문가 3세로 줄곧 엘리트 코스를 걸어왔다. 조부와 부친도 지역구인 히로시마에서 중의원을 지냈다. 미야자와 요이치 전 경제산업상이 사촌형이다.

그는 1957년 도쿄 시부야에서 태어나 일본 최고 명문고인 가이세이고를 졸업했다. 도쿄대를 목표로 삼수했지만 실패하고 와세다대 법학부를 나왔다. 일본 장기신용은행(현 신세이은행)에 입행해 외환담당 은행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90년 가문의 지역구인 히로시마에 출마해 처음 중의원에 당선됐다. 정치에 입문한 이후에는 외무상, 법무상, 정무조사회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특히 2012년 12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약 4년6개월 동안 외무상을 지내 전후 최장수 외무장관 기록을 세웠다.

박근혜 정부 시절 이뤄진 한·일 위안부 합의의 일본 측 대표도 당시 외무상이던 기시다였다. 그는 2015년 12월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종결됐다는 내용의 위안부 합의를 도출했다.

2016년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 히로시마 원폭피해 현장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직접 안내하며 일본 전역에서 지명도를 높였다. 자민당 5대 파벌로 46명의 국회의원이 소속된 기시다파의 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 처음 출마했지만 5개 파벌의 집중 지원을 받은 스가 요시히데 총리에게 대패했다. 9선 의원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경험에서 나오는 안정감이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선거 공약으로 당 간부의 재임 기간을 3년으로 제한하는 승부수를 내걸었다. 자민당의 인사권과 예산권을 거머쥔 자민당 간사장을 5년 넘게 맡고 있는 당내 실세 니카이 도시히로 의원에게 정면으로 도전하는 공약이어서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시다는 일본 의회에서 유명한 두주불사형 애주가이기도 하다. 외무상 시절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보드카 마시기 내기를 하며 회담을 이어간 에피소드를 남기기도 했다. 아들 셋을 둔 다자녀 가장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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