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 금리 급등, 원자재 가격 상승, 강달러, 고유가, 중국 ‘헝다 쇼크’,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셀 수 없는 악재들이 글로벌 증시를 덮치고 있다. 반면 증시를 떠받칠 호재는 부족하다. 국내 유가증권시장은 전날 3100선이 깨진 데 이어 29일엔 1.22% 하락한 3060.27에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조만간 3000선이 깨질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경기 둔화·긴축 우려가 함께 덮친 증시

수많은 악재 가운데서도 전문가들이 꼽은 가장 최악의 조건은 긴축과 경기 둔화를 둘러싼 우려가 함께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연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시행을 기정사실화했다. 28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의장은 청문회에서 인플레이션 우려를 강조하면서 조기 금리 인상에 대한 불안심리를 자극했다. 이 때문에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연 1.567%까지 올랐다. 이날 미 나스닥지수가 2.83% 급락한 가장 큰 이유다.
美·中 악재에 외국인도 '팔자'로 전환…"코스피 3000 깨질 수도"
문제는 경기에 훈풍이 불 때가 아니라는 점이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6.4%에서 6.0%로 낮춘 뒤 이달 초 5.7%로 재차 하향 조정했다.

달러와 원자재 가격 강세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미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이날 달러인덱스는 93.78포인트로 지난해 11월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환율이 달러당 1180원을 훌쩍 넘어서 외국인이 한국 증시에 더욱 보수적인 시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달러와 원자재 가격은 통상 반대로 움직이지만 최근엔 원자재 가격도 크게 상승하고 있다. 이날 북해산 브렌트유는 약 3년 만에 장중 배럴당 80달러를 넘었다. 천연가스, 석탄 등의 가격도 폭등하고 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친환경 정책의 역설로 ‘그린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있는 데다 증설을 늦추면서 나타난 공급과 수요의 병목현상, 엉망이 된 글로벌 물류체계, 겨울 난방 수요 등이 겹치면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산자물가가 오르면 기업 이익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3000 밑으로 떨어질 수도”

29일 국내 증시 하락을 주도한 건 외국인이었다. 지난 13일 이후 9거래일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수했던 외국인은 이날 657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개인이 9604억원어치 순매수하며 지수를 방어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가 3000 이하로 내려갈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2~3월 미 국채 금리가 가파르게 올라가고 테이퍼링 우려가 높아졌을 때 코스피지수는 10.5% 하락했다”며 “지금은 고점 대비 7.34% 빠진 상태”라고 말했다. 당시 경기를 둘러싼 우려는 적었지만 지금은 경기 우려까지 더해진 만큼 3000선을 밑돌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안정환 BNK자산운용 부사장도 “지수가 힘을 받을 수 있는 모멘텀을 찾기 힘든 구간”이라며 “3000선이 바닥이라는 식의 낙관적인 접근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금융주나 리오프닝주를 추천했다. 정성한 신한자산운용 알파운용센터장은 “금리 인상 시기에 금융주만큼 안전한 투자처는 없다”며 “이미 지방은행주 중 일부는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승현 센터장은 “큰 시세차익이 아니더라도 배당 수익률만으로도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는 시기”라고 말했다.

2차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위드 코로나’를 도입하는 국가가 많아지는 만큼 항공 호텔 레저 등 리오프닝주에 대한 모멘텀도 아직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각국의 정책적 지원을 받고 있는 친환경 업종 역시 상승 여지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 팀장은 “2차전지와 수소 등 정책적 지원을 든든하게 등에 업은 종목은 아직 상승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현금 비중을 늘리라는 조언도 나왔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악재가 산재한 지금 같은 상황에선 현금 등 유동성 자산을 늘리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심성미/고재연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