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빅테크보다 에너지·금융주, 높아진 금리 의미는?

27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는 '리플레이션 트레이드'가 뚜렷이 드러났습니다. 경기 회복과 물가 상승으로부터 수혜를 입는 에너지, 금융 등 경기민감주가 시장을 주도하고, 금리가 오르면 부정적인 빅테크 등 기술주는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다우는 0.21% 올랐지만, S&P500지수는 0.28% 하락했고 나스닥은 0.52%나 떨어졌습니다. 장 초반 한때 나스닥은 1.1%가 넘게 내리고 다우는 0.8% 오르는 등 격차가 극명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빅테크보다 에너지·금융주, 높아진 금리 의미는?

에너지 업종은 이날 3.43%나 치솟았습니다. 엑슨모빌이 2.97%, 셰브론이 2.36% 올랐습니다. 금융업종도 1.31% 상승했습니다. 또 경제 재개 관련주들도 폭등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카니발이 이날 3.69% 치솟는 등 카니발 노르웨이지안크루즈 등 주요 크루즈 주는 지난 5일간 15% 안팎 뛰었습니다. 또 같은 기간 델타항공, 아메리칸항공 등 항공주도 7~8%씩 올랐고, 이벤트업체인 라이브네이션은 5거래일간 6.74% 올라 이날 사상 최고가까지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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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마이크로소프트 -1.73%, 애플 -1.05%, 알파벳 -0.80%, 아마존 -0.58% 등 빅테크는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찰스 밥린스코이 에어리얼인베스트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CNBC 인터뷰에서 "높은 금리와 살아나는 경제, 상승하는 물가 때문"이라며 "앞으로 몇 달은 이런 리플레이션 트레이드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리플레이션 트레이드가 살아난 배경을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① 금리 상승

아침부터 금리가 뛰었습니다. 10년물 금리는 이날 연 1.5%를 넘었고, 30년물 금리는 2%를 돌파했습니다. 5년물은 0.99%까지 올라 작년 2월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습니다. 장 초반 움직임이 너무 급격했는지 이후 상승세는 조금 완화돼 10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3bp(1bp=0.01%포인트) 오른 1.485% 수준에 마감됐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빅테크보다 에너지·금융주, 높아진 금리 의미는?

기본적으로 금리 급등은 달라진 미 중앙은행(Fed)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22일 9월 FOMC에서 '매파'적 모습을 보인 다음 날부터 금리가 오르기 시작한 이유입니다. 그리고 Fed가 달라진 건 미국의 경기 회복세가 탄탄하고 인플레이션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제롬 파월 의장은 당시 "상황이 바뀌면 테이퍼링 속도를 늦출 수 있다"라고 했습니다. 자산매입축소를 11월에 발표하고 내년 중반에 빨리 끝내겠다는 것은 그만큼 경기가 괜찮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날 개별 주식과 부동산 투자로 물의를 빚은 에릭 로젠그린 보스턴연방은행 총재, 그리고 로버트 캐플런 댈러스연방은행 총재가 퇴임하겠다고 발표한 건도 한 때 1.5%가 넘었던 금리가 소폭 후퇴하는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들은 둘 다 매파입니다. 특히 로젠그린 총재는 내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투표권을 갖게 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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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금융협회(IIF)의 로빈 브룩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Fed가 미국 국내총생산의 1%를 양적완화(QE)에 쓰면 10년물 금리가 5bp 떨어진다는 학술연구가 있다. Fed는 내년 중반까지 국채 장기물을 3조3000억 달러 규모(GDP의 16%)를 살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10년물 금리가 정상보다 0.8%포인트 낮다는 뜻이다. 시장은 10년물 금리를 2%까지 밀어 올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지금 금리가 워낙 낮아서 오르는 것이지, 여전히 금리가 2% 이상으로 크게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많습니다. 블랙록은 Fed의 기준금리가 연 1% 이상 오르기 어려울 것으로 봤습니다. 또 구겐하임파트너스의 스콧 마이너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채권 매도세에도 불구하고 지난 40년 동안 이어져 온 채권시장 강세장(금리 하락)은 여전히 살아있다. 투자자들은 질서를 유지하면서 장기 목표 듀레이션을 유지할 것을 생각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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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인플레이션 우려

이날 세계적으로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했습니다. 이게 이날 금리 상승의 가장 큰 동력이었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10월 인도분 천연가스는 이날 11% 상승해 100만Btu(열량 단위)당 5.706달러까지 올랐습니다. 2014년 초 이후 최고치입니다. 이날 새벽 유럽에서 천연가스 가격이 11% 올라 연초 대비 500% 상승한 여파입니다. 유럽의 가격은 이날 100만Btu당 26달러에 달했습니다. 올해 초 6달러 수준이었습니다. 세계적으로 수요가 치솟으면서 카타르 등 중동 가스 수출국들의 아시아 공급 가격은 100만Btu당 27.5달러까지 올라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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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더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특히 씨티그룹은 북반구의 겨울 날씨가 추워질 경우 천연가스 가격이 앞으로 수주 또는 몇 달씩 계속 올라 100만Btu당 100달러 선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하고 나섰습니다.

이는 겨울을 코앞에 둔 유럽의 천연가스 재고는 작년 이맘때의 75%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미국의 천연가스 재고도 평년보다 6.9% 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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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재고가 적은 건 코로나 확산세 속에 생산 증가가 쉽지 않았고, 지난 겨울 추운 날씨가 4월까지 지속한 점, 그리고 유럽에 올해 바람이 적게 불어 발전량의 16%에 달하는 풍력발전량이 감소하자, 천연가스 발전을 늘린 점 등이 꼽힙니다. 여기에 천연가스 주요 공급원인 러시아는 유럽을 잇는 가스관 ‘노드스트림2’ 완공을 압박하는 차원에서 천연가스 추가 공급을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천연가스 가격 상승은 단순히 천연가스에 그치지 않습니다. 겨울 난방원인 천연가스가 모자라면 석탄 석유를 대신 찾게 됩니다. 국제유가가 급등한 배경입니다. 이날 브렌트유는 한때 배럴당 79.90달러까지 치솟아 2018년 10월 이후 3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결국, 브렌트유는 1.35% 오른 79.44달러, 서부텍사스원유(WTI)는 2% 올라 75.46달러에 마감했습니다. 유가는 지난 5거래일 연속 상승했으며, 그 새 8% 가까이 올랐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일요일 투자 메모를 통해 브렌트유가 올해 말까지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기존 배럴당 80달러에서 90달러로 상향 조정한 것입니다. WTI 전망치도 종전 77달러에서 87달러로 역시 10달러 높였습니다.

이유는 글로벌 석유 수급 격차가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크다는 겁니다. 즉 수요는 델타 변이 충격에서 벗어나면서 예상보다 빨리 회복되고 있지만, 공급은 예상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죠.

골드만삭스는 이달 초 미국 멕시코만을 강타한 허리케인 아이다로 인한 생산 감소분이 OPEC+(석유수출국기구 및 기타 주요 산유국 모임)의 증산 영향을 상쇄하고도 남을 수준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지금도 멕시코만의 원유 생산설비는 지금도 24%가 가동을 멈춘 상태입니다.

반면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의 원유 수요는 팬데믹 이전 수준까지 회복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OPEC+가 오는 4일 각료회의를 열어 생산량 협의에 나설 예정이지만 우리 예측(브렌트유 배럴당 90달러)을 또다시 바꿀 정도는 안 되리라 전망했습니다.

역시 석탄, 천연가스 부족으로 전기 발전량이 모자라는 중국은 전력공급을 제한하면서 그 여파가 이날 애플, 테슬라 등에도 미쳤습니다. 이들의 핵심 부품사 공장도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겁니다. 애플 협력사인 대만 유니마이크론은 전날 "중국 지방 정부의 산업용 전력공급 제한에 따라 26일 정오부터 30일 자정까지 중국 내 3개 자회사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라고 밝혔습니다. 폭스콘의 계열사인 이성정밀도 쿤산 공장의 생산을 일시 중단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중국의 전력 부족으로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포인트가량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에너지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③ 꺾인 델타 변이→ 경기 회복 기대

미국은 델타 변이 확산세가 확연히 꺾이면서 경기 회복에 자신감을 얻고 있습니다.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미국의 7일 평균 하루 확진자 수는 11만9886명으로 2주 전 대비 18% 감소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공개적으로 코로나 백신 부스터샷을 맞았습니다. 그만큼 코로나 극복 의지를 보여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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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간은 이날 "코로나 신규 감염사례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지난주를 통해 미국은 28%, 세계적으로 13%가 감소했다. 우리는 이 게 위험자산 상승의 핵심 동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계속해서 시장 리더십이 경기민감주와 가치주로 바뀔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빅테크보다 에너지·금융주, 높아진 금리 의미는?

아침에 발표된 8월 내구재 수주도 전월 대비 1.8% 증가한 것으로 집계돼 월가 예상치(0.6% 상승)를 웃돌았습니다. 꺾이던 경제 지표들이 최근 탄탄하게 나오면서 씨티가 집계하는 경제서프라이즈 지수는 이제 바닥을 치고 반등 조짐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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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런 트레이드의 방향이 확 바뀔 수 있습니다. 부채한도 상한 이슈가 해결되지 않고 미국이 채무불이행 상태가 되면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급격히 강해질 수 있습니다.

이날 상원의 미치 맥코널 공화당 원내대표는 "우리는 정부 폐쇄를 막을 방안으로 '깨끗한' 임시예산안만을 지원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즉 민주당이 부채한도 유예 방안까지 함께 붙여 상원에 넘겨놓은 임시예산안에 대해선 반대한다는 얘기입니다.

이렇게 되면 민주당은 부채한도 유예 방안을 떼어낸 '깨끗한' 임시예산안을 만들어 다시 하원, 상원을 통과시켜야 합니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 문제보다 당내 분열 해결이 더 시급합니다. 이날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은 오는 30일 1조200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법안을 표결에 부치겠다고 밝혔습니다. 애초 이날 표결하기로 한 걸 사흘 늦춰 당내 진보파들을 설득하기 위한 것입니다. 진보파들은 3조5000억 달러 규모의 사회복지 패키지 규모를 줄이기로 한 것 등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또 이를 1조2000억 달러 인프라 법안과 함께 표결에 부칠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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