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기관들이 앞다퉈 공모 희망가격을 웃도는 가격을 써내면서 공모가가 치솟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공모가 최상단을 써낸 기관들조차 공모주를 배정받지 못하다 보니 경쟁적으로 더 높은 가격을 써내는 ‘오버베팅’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다음달 코스닥시장 상장을 앞둔 원준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지난 17일 공모가가 희망가격 상단인 6만원을 8% 웃도는 6만5000원으로 확정됐다. 기관들이 대거 높은 가격을 써낸 영향이다. 수요예측 참여 기관 1466곳 중 약 83%가 6만원이 넘는 금액을 제시했다.

지난 16~17일 수요예측을 진행한 아스플로도 공모가가 공모 희망가격(1만9000~2만2000원)보다 13.4% 높은 2만5000원으로 정해졌다.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은 역대 최고 기록인 2142.7 대 1에 달했다. 34만6500주 모집에 1637개 국내외 기관이 참여해 7억4246만2000주를 신청했다. 참여 건수 중 93.7%가 밴드 상단 초과 가격을 제시했다. 원준 수요예측 때 공모주를 받지 못한 기관이 공격적인 가격을 제시했다는 분석이다.

업계는 올 들어 수요예측 때 무조건 가격을 높게 적어 내는 현상이 두드러졌다고 보고 있다. 올해 상장한 기업 중 원준을 포함한 27개 기업이 희망가격보다 공모가를 상향 조정했다. 수요예측 제도의 가격 결정 기능이 상실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투자운용사 대표는 “실제 인수 능력이 없는 기관들조차 한 주라도 더 받기 위해 경쟁적으로 베팅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공모가에 거품이 끼고 시장이 과열되는 현상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