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Fed가 달라졌어요"…금리 폭등·긴장한 증시

2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의 투자자들은 전날과 달리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장 막판에야 매수세가 유입돼 주요 지수는 보합세에서 벗어나 소폭 상승세로 마감됐습니다. 다우는 0.1%, S&P500은 0.15% 올랐습니다. 나스닥은 0.03% 약보합으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4455.48로 마감된 S&P500 지수는 전날 50일 이동평균선(4439)을 되찾은 뒤 이날 온종일 그 근처를 맴돌았습니다. 지난 몇 달간 50일 이평선 위에서 베이비스텝을 밟았던 것을 반복하려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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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지수가 보합권에서 머문 데에는 중국의 헝다 문제, 다가오는 연방정부 폐쇄 및 부채한도 상향 이슈 등도 있지만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한 건 금리 움직임이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중국 헝다 사태는 다들 뉴욕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줄 사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날 12bp나 뛰면서 지난 2월 이후 하루 최대 상승 폭을 기록한 데 이어 이날도 올랐습니다. 2bp(1bp=0.01%포인트) 올라 1.459%에 마감된 겁니다. 지난 22일 1.31%에서 이틀 만에 1.46%까지 치솟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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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물 수익률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날 1.992%까지 올라 2% 선에 육박했습니다. 이틀 전만 해도 1.8% 초반에 머물렀지요. 기준금리의 영향을 많이 받는 5년물은 1%에 바짝 다가섰습니다. 올해 최고 수준입니다.

금리가 급등하자 증시에서는 에너지, 금융 등 경기민감주와 가치주가 상승하고 기술주들이 주춤대고 있습니다. 이른바 '리플레이션 트레이드'(경기 회복 및 금리 인상을 예상해 경기순환주를 사는 것)가 되살아난 겁니다. 반면 지난 6월부터 이어진 기술주 강세 흐름은 수그러드는 모습입니다. 미래 성장성이 큰 기술주는 통상 금리가 오르면 약세를 보입니다. 지난 1~2월 금리가 급등했던 당시도 그랬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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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관계자는 "주가가 주춤했던 건 금리가 너무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라며 "아직 연초처럼 겁을 먹을만한 상황은 아니어서 나스닥이 버티고 있다. 하지만 급한 금리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너무 낮았던 금리, 그리고 미 중앙은행(Fed)의 테이퍼링이 시작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리 상승은 자연스러운데, 문제는 너무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만약 이런 속도라면 올해 고점인 1.75%에 금세 도달할 수도 있는데 그쯤 되면 투자자들은 상당히 긴장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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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블룸버그는 "헝다 사태, 부채한도 등 걱정거리를 지나온 주식 시장이 잠재적으로 걱정해야 할 또 다른 긴급 항목이 있다. 바로 미국 국채 금리"라고 지적했습니다.

UBS자산운용의 마크 헤펠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여전히 낮은 국채 금리를 감안하면 향후 3개월 동안 50bp 이상의 실질금리 상승이 나타나야 주식에 부담을 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즉 10년물 금리가 연말까지 2%에 육박할 경우 주식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럼 왜 이리 금리가 갑자기 빠르게 올라가고 있을까요?
① 우리 Fed가 달라졌어요
금리가 급등하기 시작한 건 지난 22일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종료된 다음 날부터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그동안 역대급 완화정책을 펼치던 Fed가 지난 FOMC에서 약간 매파적 모습을 보였다. 높은 인플레이션에 신경을 쓴다는 얘기다. 이는 통화정책 주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고 내년 하반기부터 기준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채권 트레이더들이 벌써 2022년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채권을 팔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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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뿐만이 아닙니다. 이번 주 통화정책회의를 개최한 영란은행(영국 중앙은행)은 올해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영국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이날 2020년 3월 이후 최고 수준인 0.935%까지 올랐습니다. 또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올렸습니다. 이렇게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유동성을 다시 거둬들이기 시작한 게 미국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② 심각한 인플레이션
또 다른 월가 관계자는 "제롬 파월 의장은 내년 중반까지 6~8개월 만에 테이퍼링을 끝내겠다고 했는데 이는 지난 2014년 첫 테이퍼링 때(10개월)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자산매입을 줄이겠다는 뜻"이라며 "파월은 다시 고용에서 물가로 방향을 틀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파월 의장은 지난 22일 기자회견에서 "'개인적으로' 고용이 거의 테이퍼링 기준을 충족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파월 의장이 개인적 생각을 든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인플레이션을 신경쓰겠다는 우회적 발언으로 분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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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이번 주 실적을 발표한 페덱스와 나이키는 각각 월가 예상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내놓아 주가가 급락했습니다. 나이키는 이날 6.26% 폭락했죠. 공급망 혼란으로 인해 물류비, 인건비 등 비용이 급등한 탓입니다. 컨테이너 비용의 경우 작년 초만 해도 40피트짜리 컨테이너 한 개를 중국 상하이에서 뉴욕까지 보내는 데 약 2000달러 들었는데, 지금은 8배인 1만6000달러 가량이 소요됩니다.

전날 실적을 공개한 코스트코의 리처드 갤런티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물류비 및 인건비 급등 △상품 수요 증가 △반도체와 원유, 화학제품 공급 부족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모두 가격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다양한 인상 요인을 모두 가격에 반영할 수 없지만, 일부는 전이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연방은행 총재는 이날 “인플레이션의 상향 위험이 상존한다. 공급망 차질과 강한 수요가 예상보다 더 오래 지속될 수 있고, 기대 인플레이션을 추가로 높일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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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라인캐피털은 "인플레이션이 소비자물가지수(CPI) 기준으로 향후 12~24개월 동안 지금의 5%는 아니지만 3.5% 수준은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의 성장률, 인플레이션 등 펀더멘털을 고려하면 10년물 금리가 2.5% 이상이 되어야 한다고 추정했습니다.
③ 기술적 지지선 깨졌다
월가 금융사들은 연말 10년물 금리가 연 1.5~1.9%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금리가 상승할 것이란 건 컨센서스라는 얘기입니다.

문제는 속도입니다. 이틀 만에 15bp씩 오른다면 다음 주면 연고점이 1.75%에 도달할 수도 있습니다.

불안한 건 순식간에 기술적 저지선들이 줄줄이 뚫렸다는 겁니다. 10년물 금리는 전날 1.43%까지 순식간에 올라 1.38% 선에 있었던 50일 이동평균선을 돌파하고 1.41%에 있던 100일 이동평균선마저 무너뜨렸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50일, 100일 이동평균선이 순식간에 깨지면서 시스템으로 투자하는 채권 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서는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④ 연방정부 폐쇄, 부채한도 상향 이슈 영향은?
이런 상황에서 다음 주 10월 1일이면 연방정부가 폐쇄될지, 부채한도 상한 이슈가 해결될지 등 결론이 납니다.

핵심은 오는 27일 공화당과 민주당이 합의한 1조2000억 달러 규모의 초당적 인프라 법안이 하원 표결에 붙여져 통과되느냐 여부입니다. 민주당 내 진보파는 자신들의 핵심 정책(교육, 보육, 의료)이 포함된 3조500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예산안이 함께 상정되지 않으면 초당적 인프라 법안에 찬성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하원 예산위원회는 토요일인 25일에도 3조5000억 달러 예산안에 대한 작업을 지속합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아직 초당적 인프라 법인을 27일 표결에 부칠지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이 법안이 월요일(혹은 10월 1일 이전) 통과되지 않으면, 상원으로 넘어간 임시예산안과 부채한도 유예 방안도 통과되기 어려울 겁니다. 공화당은 초당적 인프라 법안이 하원을 통과할 경우에만, 상원에서 임시예산안 통과를 허용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만약 싱황이 악화되어 연방정부가 폐쇄된다면 금리는 다시 꺾일 수 있습니다. 불확실성으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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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큰 상관이 없을 것"이란 관측도 있습니다. 한 월가 관계자는 "연방정부 폐쇄는 그동안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부채한도 상향을 높이거나 유예하는 데 실패해 기술적 채무불이행이 발생한다면 문제가 생기겠지만, 이는 전체 시스템을 흔드는 문제인 만큼 그런 일은 생기지 않으리라고 본다"라고 조심스럽게 예상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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