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페덱스·나이키 등 물류난 봉착
"가계자금 늘었어도 가격 인상엔 한계"

기업 실적 둔화 가능성..연말 증시 경고
미국 내 공급 병목 현상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델타 변이 확산과 함께 인건비까지 급등하고 있어서다. 유통업체인 코스트코는 자사 소비자를 대상으로 화장지 생수 등 일부 품목의 구매 한도를 제한하기로 했다.

리처드 갤런티 코스트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23일 장 마감 후 실적 발표회에서 “화장지 생수 청소용품 등 주요 품목의 구매 한도를 다시 제한하기로 했다”며 “공급망 문제로 배송이 지연되면서 충분한 물량 확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코스트코는 작년 3월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선언 직후 일시적으로 화장지 마스크 등의 1인당 구매량을 제한했었다. 당시 소비자들의 사재기가 워낙 심했기 때문이다.

코스트코가 이번에 다시 한 번 물량 제한에 나선 것은 물류 차질이 심각한 수준이란 판단에서다. 델타 변이 확산 후 로스앤젤레스 뉴욕 등 항만마다 선적·하역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감염을 두려워하는 근로자들의 이탈이 현실화하고 있어서다.

코스트코는 가구 신상품의 경우 보통 8~12주였던 입고 기간이 최근들어 16~18주로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물류비 및 인건비 급등 △상품 수요 증가 △반도체와 원유, 화학제품의 공급 부족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모두 가격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갤런티 CFO는 “다양한 인상 요인을 모두 가격에 반영할 수 없지만 일부는 전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컨테이너를 활용한 해상 운송 비용은 작년 초에 비해 8배 이상 급등했다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작년 초만 해도 40피트짜리 컨테이너 한 개를 중국 상하이에서 뉴욕까지 보내는 데 약 2000달러 들었는데, 지금은 1만6000달러가량 소요된다고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전했다.

물류 업체인 페덱스가 미국 내 배송 서비스 요금을 내년부터 5.9%, 기타 서비스의 경우 7.9% 각각 인상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는 11월부터는 모든 발송물에 대한 유류 할증료도 올린다.

대형 의류·신발 제조업체인 나이키는 전날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매출 실적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7월 한시적으로 문을 닫았던 베트남 제조 공장의 재개 일정이 계속 늦춰지고 있어서다.
나이키 주가는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장중 6% 넘게 떨어지고 있다. 지난 분기 매출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데다 내년 전망도 밝지 않아서다.

나이키 주가는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장중 6% 넘게 떨어지고 있다. 지난 분기 매출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데다 내년 전망도 밝지 않아서다.

페덱스의 주요 경쟁사인 UPS의 캐롤 토메 최고경영자(CEO)는 “인력 부족이 심각하기 때문에 인건비를 더 올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 문제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미국의 최대 쇼핑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다음달 말 할로윈부터 11월 블랙프라이데이 및 사이버먼데이, 12월 크리스마스까지 줄줄이 쇼핑 축제 기간이 이어질 예정이다.

컨설팅 업체인 버클리 리서치 그룹의 키스 젤리넥 이사는 “물류 비용 등의 급등은 유통업체 영업이익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미 소비자들이 미국 내 일정한 가격 인상은 용인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동안 정부 부양책 등 덕분에 가처분소득이 많이 늘어난 덕분이다. 지난 2분기만 해도 미 가계의 순자산은 전분기 대비 4.3% 늘어났다.

젤리넥 이사는 “지금과 같은 공급 병목 현상이 적어도 내년 초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유통업체들이 소비자에게 공급 병목에 따른 인상 요인을 떠넘기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중앙은행(Fed) 위원들은 지난 22일 종료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올해 말의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종전 3.0%에서 3.7%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다만 내년부터는 다시 2%대 초반에서 안정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연방은행 총재는 24일 “미 인플레이션의 상향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기업들의 비용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며 “공급망 차질과 강한 수요가 당초 예상보다 더 오래 지속될 수 있고, 기대 인플레이션을 추가로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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