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영의 Money 읽기
(69)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데자뷔처럼 떠오른 '리먼 사태'에
불안한 개인투자자들 줄매도에도
전문가 "패닉셀링 가능성 낮다"

리스크 걱정땐 친환경·저탄소 등
매수세 몰릴만한 종목이 안전
내 종목은 '헝다 리스크' 버틸 만큼 튼튼한가?

“헝다요? 오래된 이슈인데….”

펀드매니저 A씨는 한 1년은 된 것 같다고 했다. 시장에서 헝다 얘기가 돌기 시작한 시점 말이다. A씨는 대뜸 “헝다 주가를 보라”고 했다.

부도난 기업의 주가 차트처럼 쭉 빠지는 모양새라는 것이다. 헝다 주가는 올해 초 15홍콩달러 수준에서 줄곧 내리막길을 달려 6월엔 10홍콩달러까지 빠졌다. 이후 급락세를 보여 지난 20일 장중 2.06홍콩달러를 찍었다. 3개월여 만에 주가가 5분의 1 토막 난 것이다.

이렇게 적어도 수개월이 지난 이슈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뭘까.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겹쳐져서다. 리먼과 헝다는 닮은 점이 많다. 우선 둘 다 부동산이 출발점이다. 다시 한 번 부동산에서 촉발된 문제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집어삼킬 뇌관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는 것이다.

내 종목은 '헝다 리스크' 버틸 만큼 튼튼한가?

천문학적인 부채 규모도 닮았다. 그 규모 때문에 시장의 불안감이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괜찮다, 괜찮다”라는 소위 전문가들의 진단이 나오는 점도 리먼을 떠올리게 한다. 리먼 사태 때도 초기엔 대수롭게 여기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전문가 진단과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결과는 모두가 알듯이 “괜찮다”와는 정반대였다.

‘10년 위기설’도 불안을 조장하는 소재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리먼 사태에 이어 헝다가 새로운 10년 위기를 만들어낼 것이란 레퍼토리다.

여기에 중국 정부 음모론까지 가세하고 있다. 시진핑이 상하이방을 손보려고 헝다를 옥죄고 있다는 그럴싸한 소문까지 고개를 드는 것이다.

이런 여러 요인이 종합된 결과는 추석 연휴 뒤 첫 거래일인 지난 23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개인투자자의 순매도로 나타났다. 헝다에서 리먼을 떠올린 개인투자자가 그만큼 많았다는 의미다.

순매도로 불안감을 표현한 개인투자자와 달리 증시 전문가들은 헝다가 리먼처럼 글로벌 금융시스템을 흔들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이 말끔히 해소되지는 않았다면서도 헝다 문제가 은행권으로 확산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헝다와 리먼의 차이를 강조하기도 한다. 우선, 리먼은 세계 금융의 중심인 미국 기업이었지만 헝다는 중국 회사라는 점이 큰 차이로 꼽힌다. 리먼 사태는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중심에서 터져 커다란 충격이 불가피했지만 헝다는 규모가 크다 하더라도 어쨌든 ‘외곽’이라는 것이다.

리먼은 자유시장경제라서 미국 정부가 직접 통제할 수 없었지만 헝다는 중국 정부가 일부러 부동산 버블을 꺼뜨리기 위해 통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는 주장도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헝다가 망하더라도 구글, 애플, 테슬라 등의 이익이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 헝다 사태가 시스템 위기로 번질 가능성을 낮게 본다”고 말했다.

10월 중순께 헝다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여부 윤곽이 드러날 것(성연주 신영증권 연구원)으로 전망되는 만큼 헝다 리스크는 한동안 투자자를 괴롭힐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로선 헝다 사태로 패닉셀링(공포에 의한 투매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시장을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헝다 리스크가 걱정되는 투자자라면 지금 가지고 있는 종목이 헝다 패닉셀링이 벌어지더라도 버틸 수 있는 종목인지 따져봐야 한다. 만에 하나 패닉셀링이 촉발된다면 그 상황을 매수 기회로 활용하려는 투자자도 있을 것이다.

그 사람들은 어떤 종목을 사려고 할까. 요새 글로벌 테마는 저탄소, 친환경이다. 헝다 리스크가 패닉셀링을 만들어내면 저탄소, 친환경 종목에 매수세가 몰릴 가능성이 크다. 패닉셀링에서도 누군가 사줄 만한 종목이라면 조금은 마음 편하게 보유해도 되지 않을까.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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