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건설사업 하는 부동산공룡 위기에 철강 가격 '주춤'
원료 가격, 철광석↓ 강점탄↑…"당장 가격 빠지진 않을 것"
자국 철강산업에 대해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동시에 탄소 배출도 감축하려는 중국 정부의 '모순된 정책'에 반사이익 기대로 상승했던 철강기업 주가가 헝다그룹 파문에 무너졌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포스코는 4.41% 내린 34만6500원에, 현대제철(45,950 +2.11%)은 5.34% 빠진 4만8750원에, 동국제강(17,600 +0.57%)은 4.76% 하락한 1만9000원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세아제강(104,500 -0.48%)(2.82%), 세아베스틸(24,000 +0.63%)(5.89%), 세아특수강(16,150 +0.31%)(3.13%), 대한제강(19,650 0.00%)(5.94%) 등도 약세를 보였다.

이달 들어 지난 13일까지 포스코 주가는 11.28%, 현대제철은 5.88%, 세아제강은 5.43%, 세아특수강은 7.31%씩 각각 상승했지만 이후 상승세가 꺾였다. 코스피 철강·금속 업종 지수도 이달 들어 지난 13일까지 6.80% 상승한 뒤 전날까지 6.15% 하락해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중국 2위의 부동산기업 헝다그룹이 천문학적 부채를 감당 못하고 파산 위기에 몰린 여파로 풀이된다. 자연히 철강 수요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헝다그룹은 중국 내 280개 도시에서 1300여개의 건설사업을 진행 중이다.

실제 헝다그룹 파산 우려에 먼저 반응한 중국에서는 지난주 내수 열연강판 가격이 t당 894달러를 기록해 직전주 대비 1.11% 하락했다고 키움증권은 전했다.

이종형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 철강 시장은 8월 조강생산량 감소 발표와 정부의 동절기 감산 초안 발표에 지지됐지만, 헝다그룹 파산 위기에 따른 부동산 시장 우려가 상승폭을 제한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철강 제품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로, 글로벌 철강 가격의 기준으로 통한다. 중국에서 철강 가격이 하락하면 한국의 철강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이달 들어 상승세를 탄 한국 철강사들 주가에 찬물을 끼얹었다.

헝다그룹 리스크가 불거지기 전까지는 중국 정부의 앞뒤가 안 맞는 정책이 국내 철강사들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현재 중국 정부는 자국 내 철강 가격을 억누르면서 공급도 줄이는 정책에 나서고 있다. 자국 내 철강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철강재 수출을 규제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5월부터 철강재에 대한 수출 증치세 환급을 폐지했다. 수출로 나가는 철강재 물량을 내수로 돌려 공급을 늘리려는 조치였다. 중국산 철강재 공급이 줄어들면 중국 이외 지역의 철강재 가격이 오를 것이란 기대에 철강사들의 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됐다.

중국 정부는 수출입과 관련해서는 자국 내 철강재 공급을 늘리고 있지만, 동시에 내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기 위해 자국 철강사들에게 강한 감산 드라이브를 거는 공급 축소 정책을 쓰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해 자국 내 조강(쇳물) 생산량을 작년 수준인 10억6000만t으로 결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부터 회복되는 과정에서 이미 올해 상반기에만 5억6000만t의 조강이 생산됐다. 하반기에는 이보다 생산 규모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중국의 철강 감산 드라이브는 지난주부터는 헝다그룹 파문과 맞물려 철강사 주가를 찍어 누르는 역할을 했다. 철광석 가격을 급락시켰기 때문이다. 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국제 철광석 가격은 지난 17일 114.26달러를 기록했다. 7월16일의 219.70달러와 비교하면 두 달여 만에 반토막 났다. 원료인 철광석 가격이 하락하면 국내 철강사들의 철강재 가격 인상 명분이 약화된다.

다만 철강재 가격이 당장 급락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또 다른 원재료인 강점탄 가격은 급등했기 때문이다. 호주산 강점탄 가격은 지난 17일 t당 389달러를 기록해 석달 전에 비해 126.2% 상승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