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몇 분 동안 파생상품에 거액의 투자금을 쏟아부은 ‘큰손’이 등장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가 나오기 전 이미 이 투자자는 미 증시의 상승 가능성에 5000만달러(약 592억원)를 ‘베팅’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34분부터 41분까지 7분 동안 정체불명의 투자자가 SPDR S&P 500 상장지수펀드(ETF)에 5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이 ETF의 10·11·12월 만기 콜 스프레드도 그의 투자 대상이었다. 이 투자자의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투자자가 올 연말까지 미 증시가 상승할 것이라고 보고 이같은 대규모 투자를 집행했다고 분석했다. SPDR S&P 500 ETF(SPY)는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ETF다.

미 증권사 서스퀘하나의 크리스 머피 파생상품전략 공동대표는 이 투자자의 예상이 맞아떨어진다는 전제 아래 최대 1억3600만달러(약 1610억원)를 현금화할 수 있는 투자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머피 대표는 5000만달러어치의 주문이 모두 한 투자자 또는 투자회사로부터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는 “포트폴리오에서 주식 비중이 낮은 투자자가 증시 상승을 대비한 헤지에 나섰을 가능성 또는 올해 증시가 강세장일 것이라고 판단한 투자자가 거액을 집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 월스트리트에서는 이 정체불명의 투자자가 Fed의 FOMC 결과를 확인하지 않고도 거액을 투자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미 코너스톤매크로의 대니 커시 옵션부문 대표는 “FOMC 결과가 증시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투자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날 미 증시의 주요지수는 모두 상승 마감했다. 미 증시는 중국 헝다그룹 사태 여파로 전날까지 4거래일 연속 하락하다가 이날 반전했다. 이날 제롬 파월 Fed 의장은 빠르면 11월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관련 발표를 하고 내년 중반에 끝낼 수 있다고 발언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