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360조원에 달하는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헝다그룹이 최고 연 12%에 달하는 고금리 리차이(理財)로 개인투자자들을 수만명 모집한 것으로 나타났다. 헝다는 대량 구매 고객들에게 다이슨 공기청정기 등을 사은품으로 제공했다. 헝다 리차이에 물린 투자자들은 선전 본사로 몰려가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으며, 회사 측은 아파트 등 현물 상환 방안을 제안했다.

22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헝다그룹 계열 헝다자산관리는 2016년 설립 이후 8만여명에게 리차이를 판매해 1000억위안(약 18조3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했다. 현재는 400억위안어치가 아직 상환되지 않은 상태다.

리차이는 중국 특유의 자산관리상품이다. 은행이 발행하는 원금보장형 상품부터 부동산개발회사들의 고금리 원금비보장형까지 다양한 형태가 있다. 부동산개발업체들은 은행 대출과 회사채 발행 외에도 개인간거래(P2P) 금융을 통해 개인투자자들을 모집해 사업자금을 마련해 왔다. 중국 당국이 '그림자금융' 감독을 강화하면서 P2P 금융이 막히자 2019년께부터 리차이를 대거 발행해 왔다.

헝다그룹은 금융당국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개발업체들에 대한 대출을 제한하자 리차이 판매에 더욱 집중했다. 지난해 연말 크리스마스 판촉 기간에는 리차이를 300만위안어치 이상 구매한 고객들에게 다이슨 공기청정기, 구찌 핸드백 같은 사은품을 제공했다. 당시 헝다는 리차이를 홍보하면서 '꾸준한 수익을 찾는 보수적 투자자에게 적합하다'는 문구를 넣기도 했다.

헝다는 지난해 11월 판매한 2종의 상품으로 3000만위안을 조달하기도 했다. 이 중 하나는 최소 투자금액 10만위안에 연 7%를 내걸어 1000만위안, 다른 상품은 최소 30만위안 투자에 연 7.8~9.5%를 제시해 2000만위안을 확보했다. 또 투자 규모에 따라 연 1.8%포인트의 금리를 추가해 주기도 했다. 연 12% 이상을 약속한 것이다.

헝다 리차이 투자자들은 선전 본사를 비롯해 헝다 사업장으로 몰려가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헝다가 리차이상품의 리스크를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들은 "쉬자인 헝다그룹 창업자가 2019년 신중국 건국 70주년 행사에 참석한 것을 보면서 헝다를 믿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헝다그룹은 리차이 투자자들에게 실물 부동산으로 상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최근 판매가 기준 아파트 28%, 오피스텔 46%, 상가 52%의 할인 가격으로 부동산을 주겠다는 제안이다.

홍콩증시에서 헝다그룹(종목코드 03333) 주가는 전날 0.44% 하락한 2.27홍콩달러로 마감했다. 이날은 홍콩의 공휴일(추석 다음날)이어서 증시가 휴장한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