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후반 직장인 A씨는 아침마다 ‘로켓배송’ 서비스로 식재료와 생필품을 받는다. 회사에서 업무를 할 때는 마이크로소프트(309.16 -0.51%)의 오피스 제품인 ‘마이크로소프트365’를 사용한다. 퇴근 후에는 넷플릭스(664.78 +1.78%)와 웨이브 등을 시청하며 시간을 보낸다.

구독료를 지불하고 일정 기간 서비스를 이용하는 구독경제가 일상화된 시대다. 기업들은 각종 구독형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으며 사업 모델을 다각화하고 있다. 구독경제를 통해 실적과 주가 모두 ‘레벨업’하는 기업도 등장했다.

구독경제를 테마로 한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를 앞두는 등 관련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구독경제 성장의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과 투자 상품을 눈여겨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일상 전반을 지배하는 구독경제
국내 구독경제 시장 규모

국내 구독경제 시장 규모

구독경제는 일정 기간마다 비용을 내고 원하는 물건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제활동을 의미한다. 수십 년 전 우유와 신문을 구독하던 시대부터 존재했던 오래된 개념이다.

하지만 최근 대두된 구독경제는 일상 전반을 지배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정보기술(IT)의 발전, 배송 시스템의 고도화, 결제방식의 혁신 등에 힘입어 한층 더 진화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거래와 서비스가 확대되며 구독경제는 거스를 수 없는 추세가 됐다.

구독경제가 성장하는 이유는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게 이롭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한 번에 큰 목돈이 필요하지 않고 일정 기간마다 비용을 나눠 낼 수 있어 부담이 적다. 항상 최신 버전의 상품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기업은 구독경제를 통해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매출 창출이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구독경제 시장의 성장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구독경제 시장은 지난해 40조원 수준이었으나 2025년 10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지난해 6500억원 규모의 세계 구독경제 시장이 2025년 1조5000억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UBS는 “구독경제 시장은 연 평균 18% 성장하며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MAGA(마이크로소프트·애플(148.69 -0.53%)·구글·아마존), 넷플릭스 등 미국의 빅테크(대형 IT기업)는 모두 구독경제에 뛰어들고 있다. 구독경제는 성장 정체에 빠졌던 빅테크가 체질 개선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로 꼽힌다. 구독경제를 새로운 사업 모델로 도입한 기업들의 실적과 주가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소프트웨어 업체인 어도비다. 어도비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소프트웨어 라이센스 판매 수가 연간 약 300만개로 정체하는 등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2012년 어도비는 사업 모델을 기존 소프트웨어 판매 방식에서 클라우스 서비스 형태의 구독 모델로 전환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은 어도비는 승승장구했다. 10년 만에 어도비 주가는 20배 가까이 뛰었다.
급증하는 어도비 매출

급증하는 어도비 매출

네이버(407,500 -0.73%)·카카오(127,500 -0.39%)·현대차(207,500 0.00%)·통신3사 등 국내 주요 기업들도 구독경제를 신사업에 끌어들이고 있다. SK텔레콤(312,000 +4.70%)은 지난달 31일 ‘T 우주’라는 구독형 서비스를 출시했다. SK텔레콤은 2025년까지 가입자 수 3600만명과 거래액 8조원을 목표로 내세웠다.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통신 사업자에서 구독플랫폼 사업자로 변신하기 위한 첫걸음”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오태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구독 서비스 출시를 통해 잠재 시장을 기존 2400만명 고객에서 전국민으로 확대했다”며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플랫폼을 직접 보유하며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고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독경제 테마에 투자하려면
구독경제는 일상에 녹아든 익숙한 개념이지만 관련 투자상품은 적은 편이다. 국내 투자상품으로는 ‘키움글로벌구독경제’ 펀드가 있다. 지난해 3월 출시됐으며 순자산은 환헷지 상품 기준으로 210억원 규모다. 1개월 수익률 3.37%, 1년 수익률 32.97%를 기록하고 있다. 어도비(4.77%), 이팸시스템즈(3.93%), 엔비디아(227.26 +0.15%)(3.87%), 페이팔(3.24%) 등을 담고 있다.

넷플릭스, 디즈니, 스포티파이 등 스트리밍 업체들에 투자하는 해외 ETF도 있다. 지난 2월 미국에 상장된 ‘라운드힐 스티리밍서비스&테크놀로지 ETF(SUBZ)’가 대표적이다. 올 들어 수익률(-33.93%)은 좋지 않다. 대부분의 종목들이 지난해 코로나19 수혜주로 주목받으며 주가가 급등한 이후 올 들어 조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달 말부터 반등 조짐을 보이면서 눈여겨볼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트리밍 ETF를 제외하면 현재 구독경제 관련주에 집중 투자하는 ETF는 없다. 다음달에는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업체인 파운트가 미국 증시에 구독경제 테마형 ETF를 출시할 예정이다. 구독경제를 테마로 한 ETF가 상장되는 건 세계 최초다. 업계에서는 구독경제 ETF 출시에 힘입어 관련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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